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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진서가 말하는 "땅이 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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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진서는 제주에서 땅을 일구며 이전엔 만난 적 없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꼈다고 해요. 죽어가던 나무가 땅이 바뀌면 활기를 찾듯 마음에 평안을 주는 땅을 제주에서 만났다고 하는데요. 그녀의 '땅이 시키는 일'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까요?


나는 왜 전라남도의 어딘가나 속초나 부산이 아닌 제주로 왔을까?


30대 초반,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했던 시절을 지나 그 돈이 모여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자 나는 유독 공간을 찾아다녔다. 여행을 갈 때마다 ‘아! 이곳에 살면 어떨까’를 생각했고 파리나 뉴욕 같은 곳으로 가 조금씩 살아보기도 했다.


그 시기에는 무언가를 잔뜩 결정해야만 하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함께 살 새로운 남자 가족도 결정했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제주도에 땅을 사고 집을 짓기도 했다. 그 시기에 내가 원했던 것은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배우로서 시간보다는 정원을 가꾼다거나 바다로 나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되길 원했다. 그것은 어쩌면 공간을 체험하는 것 이상의 시간에 대한 소유욕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렇게 제주로 와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땅을 일구는 것이었다. 나는 성실하게 땅이 시키는 일들을 해냈다. 처음엔 땅을 일굴 때 필요한 옷차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풀독 오른 몸엔 두드러기가 나거나 간지럽고 벌레에 물려 부어올랐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벌떡 일어나 다시 땅이 시키는 모든 일을 군말 없이 했다. 돌밭이었던 땅에 흙을 올리고 집을 새로 짓고 사람이 살지 않아 생긴 습기를 몰아내는 데 필요한 것들을 했다.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식물을 썩히거나 발효시켜 땅에 고스란히 묻었다가 다시 씨를 뿌렸고 가을이면 가지를 솎아내고 죽은 것들을 모아 다시 땅에 묻었다.

그러면 땅은 감사하게도 밤에 나를 쉬게 했다. 깊은 잠에 들게 했고 이전엔 만난 적 없는 고요함을 선사했으며 사람에게 지쳤던 내게 땅의 범위만큼 홀로 맞이할 수 있는 평화로움을 선사했다. 어쩌면 내가 땅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땅이 나를 소유했는지도 모른다.


나무가 그렇다. 잘 살던 나무가 옮겨 심었다는 이유로 죽어버리거나 죽어가던 나무가 땅이 바뀌면 활기를 찾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한 땅을 만나기 위해 제주로 왔는지도 모른다.


©윤진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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