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봄'이라 부르는 이유

조회수 2021. 4. 20. 14: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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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여러분은 봄을 '봄'이라 부르는 데 의문을 가져 본 적 있나요?

사계절의 각 단어에는 자연과 연관된 선인들의 지혜가 숨어있다고 해요. 사계절의 유래를 함께 살펴볼까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나뭇가지에 여릿한 새순이 하나둘 돋아나고 얼굴에 와닿는 햇살이 따사로워지는 봄입니다. 이런 봄날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나고 여기저기서 움트는 생명을 보는 계절, 누군가 ‘봄(春)’을 ‘봄(見)’이라 한 이유를 알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봄이 동사 ‘보다’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어 흥미를 끕니다.


국문학자 고 양주동 박사에 따르면 ‘겨우내 땅 밑에 갇혀 살던 만물이 날씨가 풀리고 얼음이 녹으면 머리를 들고 대지로 나와 세상을 다시 본다’고 해서 ‘봄’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절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봄의 또 다른 설은 불의 옛말인 ‘블’과 오다(來)의 명사형인 ‘옴’이 합쳐져 블옴이 됐고 여기서 ‘ㄹ’이 탈락해 봄이 됐다는 것입니다. 즉 ‘따스한 기운이 온다’는 뜻으로 따뜻한 기운은 만물을 소생하게 만드니 이 역시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입니다.


두보의 시를 최초로 한글로 번역한 시집 <두시언해>에선 한시의 ‘뛰어오를 약(躍)’을 ‘봄놀다’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문맥상 현재의 ‘뛰놀다’와 같은데요. 이를 통해 봄은 ‘뛰고 움직이는 계절’이라는 의미를 지녔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종합하면 봄은 ‘따뜻해져서 사물들이 뛰고 움직이기 시작해 새롭게 바라보는 계절’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여름

그렇다면 여름은 왜 여름일까요? 여름은 ‘녀름’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녀름은 태양을 의미하는 옛말로 녀름에서 ‘ㄴ’이 두음법칙에 따라 떨어져나가 지금의 ‘여름’이 됐다고 합니다. ‘태양이 뜨거운 계절’이라는 의미겠네요.


‘열매가 맺힌다’는 뜻의 ‘열다’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열다를 명사형으로 바꾼 열음이 여름으로 변한 것인데요. 따라서 여름은 ‘태양이 뜨겁고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을

가을은 다음해 농사를 대비해 논밭을 미리 ‘갈을’ 의미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가을갈이(추경·秋耕)란 말이 있는데요. 다음 해의 농사에 대비해 가을에 논밭을 미리 갈아두는 일을 말합니다.


가을이 ‘가월(嘉月)’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가월은 아름다운 달을 말하는 데요. 가을은 밤하늘이 높고 맑은 계절로 별과 달이 유난히도 아름답기 때문에 이 역시도 이해가 가는 설입니다.

겨울

겨울은 ‘있다’의 의미인 ‘겻다(머무르다)’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우세합니다. 날씨가 추워져 집에 머물러야 하는 계절이기 때문인데요. ‘겻을(겻다+을)-겨슬-겨울’로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단어에는 자연과 연관된 선인들의 지혜가 숨겨져 있는데요. 농경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사시사철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말에는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철’과 관련된 말이 유독 많습니다.


‘철을 안다’, ‘철이 났다’, ‘철이 들다’ 등은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의 의미도 있습니다. ‘철부지’, ‘철이 없다’ 등인데요. 특히 철부지는 철을 모르는 아이를 뜻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봄에 곡식을 심는 것과 가을에 논밭을 가는 일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자칫 모내기나 추수시기를 놓치면 그해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농사의 철을 아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데요. 이러한 철을 제대로 알아야 진정한 어른으로 대접받았고 반대로 이런 철을 모르는 사람은 아이밖에 없으므로 ‘철부지’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결국 철부지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나이에 따른 삶의 품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2021년은 봄이 서둘러 온 탓인지 4월 중순임에도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는 날이 늘면서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건 아닌지 아쉬운 마음인데요. 지금 이 계절이 지나면 또다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겠죠. 그러니 ‘봄의 세상’이 펼쳐진 지금 마음껏 만끽하고 눈에 한 아름 담아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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