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마음 내려놓을 곳이 있나요?

조회수 2021. 3. 29.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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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마음의 안식처는 어디인가요? 나태주 시인은 오늘날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가 "마음 내려놓을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나태주 시인은 현대인들을 위해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나태주 시인의 글 '마음을 내려놓을 곳'을 읽고 따뜻한 위로를 느껴 보세요.


우리 옛말에 “건너다보니 절터”란 말이 있고 “집도 절도 없다”란 말이 있다.  서로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함께 절에 관한 속담이다. “건너다보니 절터”란 말은 좋은 자리구나 싶은 느낌이 들어 바라보면 거기에 어김없이 절이 들어와 있다는 말로 좋은 자리에 이미 절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빗댄 말이고, “집도 절도 없다”는 말은 찾아가 머물 곳이 어디에도 없는 사람의 처지를 이르는 말이다. 


이 가운데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집도 절도 없다”란 말이다. 떠도는 마음, 지향 없이 방황하고 흔들리는 마음이 그럴 것이고 현실적으로 집이 없는 사람의 처지가 그럴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의식주라고 말한다. 거기에다가 요즘엔 ‘행’, 자동차를 추가해 의식주행이라고 고쳐 말하지만 어찌 됐든 집은 삶의 기초요, 행복의 기초인 것만은 분명하다. 삶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집이기 때문이다.


외부 강연이나 일정이 없어 풀꽃문학관에 머무는 날,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이나 독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약속 없이 불쑥 찾아오는 방문객이다. 이야기 도중에 왜 쉬는 날 여기까지 어렵게 왔느냐 물으면 고달파서 왔다고 말한다. 고달프다? 고달픈 것은 몸이 지치거나 힘들어 쉬고 싶은 상태를 말한다. 집에서 쉬면 되지 않느냐 물으면 몸이 고달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고달프다고 답한다.

바로 이것이다. 오늘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몸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마음이 더 고달픈 것이다. 이를 어쩌면 좋을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럴 때 옛날 사람들은 절을 찾아갔을 것이다. 집이 없거나 세상한테 쫓기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정말로 을 찾아갔을 테니까. 일테면 도피처다. 휴식이요 위로요 여유다. 왜 그러냐고 몰아칠 일이 아니다. 윽박지르지 마라. 사람이 사람이니까 그런 것이다.


그건 오늘날이라고 다르지 않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정작 찾아가 위로받을 데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데 심각성이 있다.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필요하다. 마음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을 때 우리는 절망하게 되고 불행감을 갖기도 한다. 오늘날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겠지 싶다.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없다는 것! 내 마음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


이제는 다른 도리가 없다. 자기가 머무는 그곳을 자기 마음을 내려놓을 곳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 멀리까지 가서 찾을 일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장소를 절이라 생각하고 절터라고 여기면 된다. 내 마음을 내가 먼저 받아줘야 한다. 인정해주고 위로해주고 용서해줘야 한다. 칭찬해줘야 한다. 내 마음속에 빈 의자 하나씩을 마련하자. 거기에 내가 가서 앉게 하고 내 이웃이 와서 쉬게 하자. 그 길만이 살길이다.


ⓒ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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