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스트레스 줄이는 방법?

조회수 2021. 3. 22. 15: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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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답답함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는 우리는 누구나 자연에 대한 사랑,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갖고 있으며, 자연과 접촉을 잃어버리면 마음이 병든다고 말했어요. 자연을 직접 체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마음에 초록을 키우세요' 글로 함께 알아보세요.



지난 토요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 내려 걷고 있었다. 아이를 품은 것처럼, 신문지로 돌돌 말린 무언가를 가슴에 안고 가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경부선터미널에 이르자 신문지 뭉텅이를 들고 가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청년들, 중년 부부, 아이 손을 잡고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키 큰 외국인 여성의 손에도 그것이 있었다. 터미널 상가 계단을 올라 3층에 들어서자 마스크로 입과 코를 꽁꽁 막고 있었는데도 꽃향기가 새어 들었다. 말 그대로 꽃 천지였다. ‘아, 그래 봄이 왔지.’ 계절이 달라진 걸 꽃상가에서 실감했다. 꽃 사러 온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코로나19로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꽃이라도 곁에 두고 잘 견뎌보려 하는구나!’라는 짠한 마음도 스쳤다. 그날 나는 흰색 불염포를 품은 꽃이 예쁘게 핀 스파티필룸 모종을 7000원에 샀다. 큰 잎사귀가 다치지 않도록 꽃 가게 직원이 신문지로 돌돌 말아 내게 건네줬다.


자연에 대한 사랑,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우리는 누구나 갖고 있다. 자연과 접촉을 잃어버리면 마음은 병든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건 자연이 결핍된 환경 탓이기도 하다. 미국인 통계를 보면 평균적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93%를 실내나 밀폐된 차량에서 보낸다고 한다. 자연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껏해야 1주일에 반나절밖에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은 더 나쁘면 나빴지, 그보다 좋지는 않을 듯하다.



자연과 교류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방법 중 하나는 정원 가꾸기다. 미국 성인 3명 중 1명, 일본은 4명 중 1명, 영국은 전체 가구의 90%가 취미로 꽃과 나무를 기른다고 한다. 원예 활동의 치유 효과에 대해 보고된 연구 21개를 모아 메타 분석(수년간에 걸쳐 축적된 연구 논문들을 요약하고 분석하는 방법)했더니 우울, 불안,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확실히 나타났다. 정원도 없고, 집이 좁아 화분 두기도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밖으로 자연을 보기만 해도 치유 효과가 있다. 수술 후 병실에 누워 창밖으로 풀과 나무를 볼 수 있는 환자는 벽만 보이는 병실 환자보다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덜 느낀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유명한 연구 결과다.



창밖으로 빌딩 밖에 안 보인다면? 자연 이미지가 담긴 액자를 걸어두고 틈틈이 보면 된다. 풍경 사진을 10분 동안 보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문제를 풀 때 덜 긴장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텔레비전으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봐도 좋고, 초록 풍경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바꿔도 좋겠다. 내가 진료했던 환자 한 명은 틈틈이 꽃꽂이를 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겼다가 힘들 때마다 다시 보며 위안을 얻었다. 


마음속으로 상상을 해도 된다. 자연 풍경을 심상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정신건강이 좋아진다. 불안증이 있는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영국의 한 대학에서 연구했다. 자연의 이미지를 10분 동안 생생하게 마음속에서 그려보는 것이 도시 풍경을 상상한 것보다 불안 감소에 더 효과적이었다.


영국의 시인 새뮤얼 존슨은 18세기에 이미 “자연에서 멀어지면 행복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직접 체험하는 제 제일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자연을 우리 가까이로 끌어당기면 된다. 화초를 키우고, 식탁에 꽃을 두고, 커튼을 열어 실내에 풍광이 스며들게 하고, 벽과 컴퓨터 바탕화면을 꽃과 나무 사진으로 채우면 된다. 초록이 마음을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괜찮다.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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