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성격이 자꾸 모나는 이유는?

조회수 2021. 3. 9. 19:15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요즘 사람들이 자꾸만
성격이 모나고 포악해지는 것은
시와 식물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문학관에 온 특별한 사람과 이야기 한 대화 중 하나입니다.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요? 나태주 시인의 '특별한 손님'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오늘도 그렇게 여러 관광객이 풀꽃문학관을 다녀갔다. 그 가운데 특별한 한 사람이 있었다. 일을 하다가 실내로 연장을 찾으러 들어갔다 나왔을 때다. 소나무 아래 복수초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을 찍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물론 마스크를 한 채여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내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 그 여인은 그동안 풀꽃문학관에 여러 차례 왔었지만 나를 만난 건 처음이라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꽃과 시로 이어졌다. 이야기하다 보니 속내가 깊고 식견이 넓은 여인네였다. 하던 일을 밀치고 이야기가 점점 깊어지고 멀리까지 흘러갔다.


나는 여인네에게 복수초꽃 옆에 연한 보랏빛으로 싹이 나오고 있는 깽깽이풀 꽃대궁을 알려주었다. 여인네는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문학관 뜨락을 돌며 이것저것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직은 싹이 나지 않아 삭막한 뜨락이다. 그런데도 여인네에게는 사진기에 담고 싶은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나 또한 그동안 사람들을 만나 나누는 대화에 결핍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야기가 더욱 멀리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자꾸만 성격이 모나고 포악해지는 것은 시와 식물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는 감정이입을 가르쳐주고, 식물은 겸손과 기다림을 가르쳐줍니다.” 이것은 내가 문득 그녀에게 해준 말이다.


그렇다. 문득, 내뱉은 말이다. 꽃밭 일을 하다가 마음이 통하는 한 사람을 만났기에 그냥 그런 말이 나왔지 싶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말이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대부분 마음먹고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만 어떤 때는 이렇게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말을 하기도 한다.


몇 분 전만 해도 내 말이 아니고 내가 알지 못했던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불쑥 내 입에서 나와 나의 말이 되었다. 대개 감성적인 언어가 그런데 시적인 언어는 더욱 그렇다. 분명 내 안에 있었지만 나의 것이 아니었던 나의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에게는 영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인네는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다. 낫으로 잔디 깎는 것을 오랜만에 본다면서 내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도 했다. 날이 어두워질 때에야 깽깽이꽃이 피면 꽃을 보러 다시 오겠다면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 돌아갔다. 모처럼 오늘은 좋은 대화 상대를 만나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그 여인네로부터 문자와 사진이 왔다.

가을날 노란 은행잎이 얼비친 문학관의 유리창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선화 곁에서 화단을 돌보시던 시인님도 아름다웠습니다. 봄날 같았습니다. 사람이 봄인 날이었습니다. 시와 식물을 더 가까이 자세히 본 날이었습니다. 시인님으로 인하여 오늘 봄이었습니다. 복수초 곁에 깽깽이꽃이 보고파서 곧 가고프네요.
- 복수초에 시선을 빼앗겼던 숙 올림-

ⓒ나태주 시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