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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진서, 제주에서 다섯 번째 겨울을 보내며 만난 '쭉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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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이주한 지 5년이 된 윤진서 배우는 제주의 마당에서 발견한 동물에게 '쭉쭉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해요. 어떤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줬는지, 그리고 윤진서 배우는 제주에 살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한가요?


윤진서 배우의 '다섯 번째 겨울잠 나는 허물을 잘 벗었을까' 글에서 살펴봐요.


서울에서 바퀴벌레만 만나도 소리를 지르던 나는 제주에 이주한 이후로 야생동물을 만나도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이를테면 노루나 고라니를 숲에서 만나면 “어이구, 너네 여기까지 나왔어? 엄마는 어디 있고?” 하고 말을 건넨다거나 지네를 집안에서 만나면 “요놈들이 왜 여기 있어? 빨리 안 나가?” 하며 호통을 치기도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은 집에 사는 뱀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처음 쭉쭉이를 만난 건 3년 전이다. 돌 창고 바닥에 조그맣게 난 구멍에서 녀석을 처음 보고는 밤새 잠을 설치며 그 구멍을 막을까 말까 고민했다. 마당을 활보할 녀석을 생각하면 우리 집 귀염둥이 뭉치와 팔월이가 눈에 밟히기도 했지만 설마 뱀이 강아지를 먹기야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든 데다가 그곳에서 썩어갈 녀석을 생각하니 차마 못 할 노릇이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쭉쭉이는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이듬해 새끼 세 마리 낳았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해 귀엽다고 봐줄 수 있을 만한 작은 새끼들이 엉겨 붙어 있었지만, 여름이 채 가기 전 엄마만큼 길쭉해져서는 마당 한가운데서 떡 하니 비늘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감당이 안 되겠다 싶어 녀석들이 나올 때마다 기회를 노려 119를 불러 보았지만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어떻게 알고는 쏙 하고 숨어버려서 창고를 부수지 않고서는 꺼낼 도리가 없었다. 몇 달을 실랑이 끝에 간신히 엄마인지 새끼인지 모를 세 마리를 잡아 숲에 풀어주었지만 결국 한 마리는 남아 다시 겨울잠을 자러 작은 구멍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뱀들은 한 해를 보내고 이듬해 만나면 몰라볼 정도로 다른 색을 비춘다고 한다. 몸을 한껏 웅크린 채로 추운 겨울을 보낸 뱀은, 봄이 되면 분주히 영양분을 섭취해 몸을 키워서 곧 우윳빛 허물을 벗고 한층 밝은색을 띠게 된다고 한다. 이때 만약 충분히 몸을 키우지 못한다면 비늘이 바깥쪽부터 딱딱 해져 죽고 만다.


내년이면 허물을 벗고 나올 뱀이 쭉쭉이인지 쭉쭉이 새끼인지 알 도리는 없다. 다만 내가 만났을 때보다 성장해 더 굵고 길어져 있을 거라는 것은 확신한다. 뱀이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 그 작고 어두운 구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올해로 제주도에서 다섯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는 나는 그동안 허물을 벗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윤진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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