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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대흥행 'CNN' 덕분이다?

조회수 2021. 2. 5.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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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대흥행으로 일본에서 다시 한류 훈풍이 불고 있어요. 거의 10년 만에 찾아온 ‘한류 붐’이기에 1990년대 후반 첫 한류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가까이 한류의 부침을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감회가 새로운데요. 과연 K-드라마는 어떤 면에서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던 현시점에서 반갑게 찾아온 이번 한류가 오래 지속하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K-드라마의 매력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갑작스러운 K-드라마 대유행에 많은 관심이 가기는 마찬가지예요. 2020년 한해 여러 일본의 매체에서 〈사랑의 불시착〉을 포함한 K-드라마가 왜 다시 유행하는지 분석 기사를 앞다퉈 내놓았어요. 이 보도에서 나온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보면 K-드라마의 대흥행은 ‘CNN’ 덕분이라고 요약해요. 미국의 뉴스 채널인 이 아니라 ‘코로나19(Corona)’ ‘넷플릭스(Netflix)’ 그리고 ‘북한(North Korea)’을 뜻하는 ‘CNN’이에요.

일본인이 말하는 K-드라마의 매력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 같은 월 정액 주문형 비디오(SVOD)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났어요. 일본에서도 2019년 9월 기준 300만 명이었던 가입자가 2020년에는 500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전통적으로 DVD 대여 시장이 강하던 일본에서도 SVOD 사용자들이 점점 늘어났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0년 2월 23일 〈사랑의 불시착〉이 방영되었습니다. 때마침 넷플릭스가 이틀 뒤에 메인 페이지 개편을 하면서 ‘오늘의 TOP10’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TOP10 서비스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뭘 많이 보는지 알 수 없었어요. 넷플릭스도 시청률이나 조회 수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았어요. 신작으로 홍보 중이던 〈사랑의 불시착〉이 TOP10에 들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여기에 평소 일본인이 가지고 있던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겹치며 관심이 급격히 증폭되었다는 거예요. ‘CNN’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이번 K-드라마의 대유행이 일어났다는 것이 많은 일본 전문가의 중론이에요.

출처: tvN
▶tvN <사랑의 불시착>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일본 드라마의 갈라파고스화(지역 시장에 만족해 고립화되는 현상)도 K-드라마 흥행의 한 요인이에요. 일본에서 콘텐츠 제작을 하는 한 일본인 지인은 필자와 연락할 때마다 일본 드라마 제작 현장의 구조에 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요. 일본의 드라마 제작 시장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그룹은 연예기획사입니다. 배우와 함께 제작비까지 대는 일본의 연예기획사들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캐스팅에 개입을 많이 하다 보니, 드라마 구조가 망가졌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을 잡고 가야 할 연출자나 작가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결국 드라마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 문제로 커졌다고 합니다.


어떤 방식이 옳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제작 환경으로 일본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 간 서로 다른 특징이 생겼어요. 일본의 업계 관계자들은 자국 드라마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K-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 것은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일본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해석하며 일본 드라마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K-드라마 배우려는 일본 드라마 관계자들

대흥행 드라마 〈리갈 하이〉 등을 만든 유명한 작가 고사와 료타 같은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배워야 한다"라고 소리 높이는 이유도 ‘갈라파고스 현상’에 대한 우려를 대변하는 말일 수도 있겠죠. TV 주요 시청 층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달달한 로맨스보다 심각한 사회 물의 비중이 높은 현 일본 드라마의 제작 경향도 K-드라마의 경쟁력에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K-드라마의 주요 시청 층이 20~30대 여성이라는 점이 이에 대한 방증입니다. 현실도 힘들고 버거운데 굳이 드라마에서까지 심각한 것을 보기 싫다는 거죠.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무렇게나 누워 울고 웃으며 한국 드라마에 빠져드는 그 시간이 바로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일본인 여성의 글이야말로 K-드라마의 매력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이번 한류가 예전같이 활발한 인적 교류로 이어지고 있지 못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거라 기대되는 2021년 중반 이후부터는 K-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일본 관광객의 ‘성지순례’(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배경을 직접 가 보는 것)가 이어지리라 예상해요. 이미 관련 주식 종목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죠. 개인적으로도 이번 한류를 계기로 어서 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과거 한류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한국에 오갔으면 해요. 여기에 힘입어 한일 양국의 관계도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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