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일본에서 '겨울연가'급?!

조회수 2021. 1. 14. 13:31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랑의 불시착>이 쏘아올린 ‘4차 한류'

최근 일본에서 <겨울연가>급으로 잘 나가는 드라마가 있다고 해요. 바로 <사랑의 불시착>인데요. 무려 2020년 ‘신어·유행어 대상’ 톱10 안에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겨울연가> 한류 열풍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하는데요. 문동열 콘텐츠산업 컬럼니스트의 '‘사랑의 불시착’이 쏘아올린 4차 한류' 글을 통해 살펴볼까요?


일본서 느끼는 신한류 위상

일본의 ‘올해의 화제어 톱10’ 1위를 차지한 <사랑의 불시착>

일본에선 매년 12월 1일 그해를 대표하는 새로운 말이나 유행어를 뽑아 상을 주는 행사가 열립니다. 1984년 시작된 ‘신어·유행어 대상’은 나름의 역사와 함께 화제성으로 매년 발표될 때마다 일본 내 많은 언론매체가 그 결과를 주요하게 보도한죠. 일본인들에게는 나름 인지도 있는 상입니다.


사회 저명인사들을 심사위원으로 정해 그 해를 상징하는 말이나 흐름(트렌드)을 총괄해 올해의 유행어 금상과 톱10을 발표하는데요. 우리와 그다지 관계없는 남의 나라 연례행사지만 2020년 12월 1일 발표된 톱10에는 한국인의 눈길을 끄는 단어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유행어 대상의 톱10에 든 건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에요. 다시 말하자면 <사랑의 불시착>이 2020년 일본 사회에 끼친 영향이 <겨울연가> 급이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일본인도 “맞아, 이게 빠지면 잘못된 거지”라는 반응이었어요.

‘불시착 앓이’의 시작

<사랑의 불시착>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을 통해 방영된 박지은 작가의 작품입니다. 일본을 포함한 해외에는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로 2020년 2월부터 방영했고, 동시에 아시아 전역에서 ‘오늘의 톱10’에 들었어요.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일 관계 악화로 한류가 침체돼 있던 일본에서 반응은 예상 밖의 열광이었는데요. 한때 엄청난 팬층을 자랑한 한국 드라마가 한번에 침체돼 그나마 트와이스(TWICE)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K-팝만 남아 한류의 명맥을 유지하던 터라, 이번 <사랑의 불시착>의 일본 내 대흥행은 꺼져가던 한류의 불씨를 다시 활활 피워 올렸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에서 방영된 이후 1년간 대부분 톱10에서 빠지지 않았는데, 이는 넷플릭스의 ‘톱10’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웬만한 대작들도 2~3개월만 지나면 슬그머니 톱10에서 밀려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죠.


방영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일본 내에서 <사랑의 불시착> 사랑은 여전합니다. 오죽하면 ‘불시착 로스’라는 말이 유행할까요. ‘로스’란 영단어 ‘loss’로 상실감을 의미하는데, 연예인이나 정치가 등 저명인사를 비롯해 일본 내에서 많은 사람이 누리소통망(SNS) 등에서 ‘불시착 로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어요. 마지막 회를 보고 난 뒤 뭔가 자신이 너무 몰입하고 사랑했던 세계가 끝나버린 것 같아 그 상실감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인데, 한국말로 옮기자면 ‘○○앓이’ 정도 될 것 같아요.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푹 빠져서 드라마를 봤다는 이야기죠.

이번 <사랑의 불시착>이 일으킨 한류의 특징은 새로 유입된 한류 팬이 많다는 점입니다. 트위터 같은 누리소통망(SNS)만 보더라도 <사랑의 불시착>으로 한국 드라마를 알게 됐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이번 한류의 핵심은 20~30대 여성들인데 이들은 이전 한류열풍 때 10대였어요. 어린 시절 ‘욘사마’(배용준)를 외치며 뛰어다니던 아줌마들을 그리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인 것이죠. 2010년대 중반 찾아온 한류 침체기와 함께 그동안 자연스럽게 한류와 담을 쌓고 살았던 세대들이 <사랑의 불시착>을 본 후 새로운 한류 팬으로 합류한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블로그 등만 보더라도 ‘불시착 커밍아웃’이라는 고백성 글이 자주 올라와요.

일본 내 ‘4차 한류’ 앞으로 더 확대될 것

그래서 누리소통망이나 각종 게시판을 보면 최근 넘쳐나는 부류가 바로 ‘신참’들입니다. ‘이번에 <사랑의 불시착>으로 K-드라마에 입문했습니다. 불시착 로스 중인데, 로스를 달랠 새로운 한류 드라마 추천 부탁드려요’라는 내용이 많아요. 이에 ‘고참’ 한류 팬들은 그들의 지식을 뽐내며 작가별로, 배우별로, 장르별로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시스템보다 더 정확하게 작품을 추천해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랑의 불시착>이 기존 한류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한류의 씨앗을 뿌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사랑의 불시착>이 일으킨 일본 내 4차 한류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 같아요. 넷플릭스를 포함한 디지털미디어들뿐만 아니라 일본 내 방송사나 많은 콘텐츠 업체가 다시 한국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죠.


코로나19로 아직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옛날 한국 드라마의 재방송이 하나둘 늘어나고, 한때 한류의 성지로 불렸으나 한류 침체기 때 같이 침체해버린 도쿄 신오쿠보 역 주변의 한국 거리가 다시 많은 이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랑의 불시착>이 쏘아올린 이번 4차 한류의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이에 업계 관계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가 코로나19 이후 또 한번의 ‘일본 특수’를 내심 기대하고 있답니다.



ⓒ 문동열 콘텐츠산업 컬럼니스트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