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인형 만들어드려요.

조회수 2019. 1. 2. 1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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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박성일(51) 장금신아트워크 대표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해예요. 그의 회사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봉제인형 제작을 맡았기 때문이죠. 박 대표의 이야기 더 들어보세요. 


위클리공감 홈페이지에서 원문기사 보러가기


수호랑과 반다비를 들고 있는 박성일 장금신아트워크 대표 ㅣ C영상미디어

수호랑∙반다비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

박 대표는 올해 초에 있었던 평창동계올림픽을 회상하면서 가장 먼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어요.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수호랑’과 ‘반다비’의 인기가 가능했어요. 캐릭터 인형을 입은 봉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이러한 노력 덕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죠.” 


올림픽을 상징하는 고유의 이미지를 담은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마스코트를 완성하기 위해 디자인회사, 봉제인형 제작사, 조직위원회 담당자가 수개월 동안 서른 번 이상 수정을 거듭했어요. 박 대표는 그 지난했던 작업 과정을 설명했어요. 


그 노력은 빛을 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트위터에서 수호랑과 반다비를 ‘역대 가장 매력적인 올림픽 마스코트’로 선정했어요. 좋은 결과 때문인가. 평창동계올림픽뿐만 아니라 인천아시안게임, 국제축구연맹, 대한체육축구 국가대표 탈 인형도 장금신아트워크에서 제작을 맡았어요. 

출처: 장금신아트워크
고마곰을 들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

박 대표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약간 가분수 체형을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껴요. 미국에서는 털이 북실거리고 실사 같은 느낌의 인형이 인기를 끌어요. 일본에서는 아기자기하면서 캐릭터가 다양하게 변하는 인형이 인기예요. 


이처럼 각기 다른 선호도를 반영하면서 한국 사람의 손맛이 살아 있는 인형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스’ 아내, 투병 중 봉사 시작

지금의 인형 사업은 가족이자 동료인 그의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장금신’아트워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회사는 아내의 작업실이 커지면서 성장한 경우예요. 그의 아내 이름이 바로 장금신 씨예요.  


그가 ‘보스’라고 부르는 장금신 씨는 2016년 11월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났어요. 장금신 씨가 인형 사업을 하게 된 과정은 이래요.


“아내는 학교 연극과에서 무대의상을 전공했어요. 스스로 연극을 하면서 무대의상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테마파크에 입사해서 본격적으로 캐릭터 인형을 만들게 되었죠.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 외국 기술자들이 캐릭터 인형을 만들었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93년에 대전엑스포 캐릭터 인형을 만들면서 창업했어요.”


테마파크를 찾으면 다양한 캐릭터 복장을 한 이들이 고객을 맞아요.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퍼레이드를 하면서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환상이 생기도록 해요.

“외국 테마파크는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인형 사이즈가 세세하고 규격화되어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는데, 이를 따라잡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며 그간의 소회를 전했어요.

출처: 장금신아트워크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인형을 든 아이

아이 꿈 찾아주는 ‘나만의 인형 프로젝트’

회사 설립과 운영에 기둥 역할을 해온 아내가 4년 전인 2014년 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했어요. 아내가 입원한 국립암센터 위층에는 어린이 병동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우연히 시작한 ‘봉사’가 삶의 의미가 되었어요. 


“그곳에서 우연히 학교 후배를 만났어요. 후배의 아이가 소아암으로 고생하고 있더라고요. 그곳에선 어린 환자 부모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인형으로 만들어주는 ‘나만의 인형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암투병 중인 아내가 “그동안 인형으로 먹고살았으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인형을 선물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시작됐어요.  


암센터 어린이 병동 아이들의 ‘산타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그림편지’를 받아 그림과 꼭 닮은 인형을 만들었어요. 아내와 함께 병실에 앉아 한 해 동안 아이들 그림을 닮은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전달했어요. 


“그때 우리 심정은 아이들이 그 인형을 산타 할아버지가 준 선물이라고 믿기를 바랐다”고 박 대표는 이야기했어요.


부모들은 병마에 고생하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고마움을 전했고 박 대표 부부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나만의 인형’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2018년 360개의 ‘나만의 인형’을 만들었는데 그중 14개가 암센터 어린이들의 그림이에요. 

출처: 장금신아트워크
고마가 되어 아이에게 인형을 전해주는 박 대표

잃어버린 인형을 찾아주는 고마

올해 암센터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 공연이 있었어요. 인형극의 주인공은 곰 인형 ‘고마’예요. ‘고마’는 북극에 사는 우체부 아저씨 곰이에요. 파란색 모자를 쓰고 하얀 털을 가진 ‘고마’는 아이들의 잃어버린 인형을 찾아주는 역할을 해요.


‘고마’라는 이름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아이들이 곰을 부를 때 ‘고마 고마(곰아 곰아)’라고 하는 아이들 발음을 연상시키고, ‘고맙다’라는 의미도 있어요. ‘꼬마’라는 발음과도 비슷해요. 이런 이유에서 ‘고마’ 인형이에요.  


“유명 캐릭터 인형을 만들면 매출이 올라요.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단순히 인기 있는 인형을 만드는 것보다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인형을 만들면 어떨까 고심했어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인형의 모습을 시각화해서 만든 것이 ‘고마’ 인형이죠.”  


인형 선물을 찾아달라고, ‘고마’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고 싶으면 우체국에 사연을 보내면 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네이버 밴드에 위치한 ‘고마’ 아저씨 우체국 공지사항을 보고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 회사에 보내면 인형을 만들어서 보내줘요.


“아내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아직도 인형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마’가 와이프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한 취지에서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는 인형은 모두 선물용이에요. 향후에도 ‘나만의 인형 프로젝트’로 제작한 인형은 판매용으로는 제작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아내와의 약속이 그렇고, 이 일 자체가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고마'에게 사연을 보내면 인형을 만들어드려요.

출처: 장금신아트워크
자신이 그린 그림대로 만들어진 인형을 들고 웃고 있는 아이

과거 아이들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인형을 가지고 다녔어요. 아이들 나름의 정서가 인형 하나에 스며드는 경우가 많았어요. 요즘은 인형이 너무 많아서 문제예요.


“아이들 동심이 담겨 있는 인형이 하나씩 있었던 과거와 달리 너무 많은 인형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이 2~3일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책상 뒤, 침대 밑에 숨어버린 인형이 너무 많아요.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사 갈 때야 발견하곤 하죠.”


이러한 세태를 보면서 박 대표는 아이들이 더욱 친구같이 느낄 수 있는 인형을 고민하게 됐어요. 옆에 있었던 친구 인형을 찾아주는 고마 인형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에요.


다만 아이들이 ‘고마’ 아저씨에게 인형을 부탁해도 모든 인형을 만들어주지는 못해요. 


아이들의 상상력이 너무 뛰어나거나 만들 수가 없거나,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와 비슷한 그림의 경우 인형으로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러나 아주 특수한 경우 외에 95% 정도는 인형으로 만들어주고 있어요.

출처: 장금신아트워크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도 인형 전달


아이에게 인형을 만들어주는 것과 동시에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컴패션을 통한 아프리카 아이들 후원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어요.


“8년 전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아프리카 아이 후원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아내가 건강하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부부도 후원에 참여했죠. 


계좌를 만들어서 탄자니아에 사는 소녀를 후원했어요. 거기까지였고 사실 잊고 지냈어요. 그러다 재작년에 아내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힘들었는데, 그 소녀로부터 편지가 왔어요. 여섯 살 소녀가 숙녀가 되어 있더라고요. 아이가 그린 인형을 보내주면서 삶의 의욕을 얻었죠.” 


기업 활동 자체가 힘들 수 있지만, 박 대표는 앞으로도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에요. 누구를 돕는다기보다 봉사 자체에서 그 스스로 위안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이유예요. 봉사의 기쁨을 한번 느끼면 누구나 봉사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박 대표의 인형 기부 이야기 잘 들으셨나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기부 및 봉사에 참여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삶을 누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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