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부스가 나눔공간으로 변신했어요.

조회수 2018. 12. 24.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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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면서 길거리 공중전화 부스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데요. 쓸모 없어진 공중전화 부스가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디자인된 곳이 있다고 해요. 


시시콜콜한 일상 낙서가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로 변하는 글소리부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출처: C영상미디어

준회♡연진, 우리 꽃길만 걷자, 통인동 떡볶이 맛있다, 나잇 값을 해야 할 텐데….


맥락 없는 낙서. 그저 소망과 다짐을 담아 끼적인 몇 줄에 우리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나와 아무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피식’ 하고 웃는데요.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을 누군가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일지 모르죠.


글소리 부스는 이처럼 시시콜콜한 일상을 전달합니다. 가벼운 세상살이를 본 적 없을 시각장애인이 대상이에요.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노란색 글소리 부스를 찾아 시각장애인이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메모지에 적어요. 어떤 이야기라도 괜찮아요.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를 담을수록 좋은데요. 메모지가 쌓이면 운영자가 수거해 가요. 그러면 낭독 봉사단체 ‘희희랑독’이 정성 담긴 사연을 부드러운 소리로 바꿔줍니다.


두 번째 방법은 더 간결해요. 하고 싶은 말을 휴대전화에 녹음하면 돼요. 녹음 파일을 글소리 부스 운영자에게 메일로 전송하면 끝! 직접 사연을 읽으니 감정이 두 배는 묻어나죠.


글소리 부스는 봉사단체를 빌린 목소리와 직접 전송받은 목소리 모두를 취합합니다. 세상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모이면 이는 곧 오디오북이 되는데요. 일종의 시각장애인용 앤솔로지예요. 때문에 이야기의 주제는 어떤 것이든 관계없지만 너무 짧은 분량은 지양합니다. 가장 좋은 분량은 1분 내외예요. 

점자책보다 오디오북 선호하는 트렌드 파악

출처: 라이터스
시민들이 글소리 부스에 남기고 간 메모지들

글소리 부스를 운영하는 주인공은 김민관 씨입니다. 그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라이터스’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구상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에 관심을 가졌는데요. 그리고 많은 시각장애인이 점자책보다 오디오북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책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듯 오디오북의 편리함이 시각장애인을 사로잡은 트렌드였는데요. 보건복지부의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도 그 이유를 짐작케 합니다. 장애등급 1~4급의 시각장애인 중 86%가 점자해독 능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오디오북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공중전화 박스가 김 씨의 눈에 들어왔어요. 휴대전화 사용이 늘면서 공중전화 사용량은 줄고 전화박스는 점차 사라져가요. 그는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공중전화 박스를 관리하는 KT 링커스에 의뢰했습니다. 긍정적 회신이 돌아왔고 공중전화 박스는 노란색 페인트를 입고 글소리 부스로 변신했어요. 


수화기 너머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하던 공간은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됐습니다. 공중전화 박스는 글소리 부스로 재탄생해 과거처럼 누군가의 일상을 나누는 역할을 유지하게 됐어요. 앞서 전한 낙서처럼 짧은 글만 있는 건 아니에요. 구구절절한 실연의 아픔, 결혼을 앞둔 설렘, 오늘의 서울 여행기, 따뜻한 시 한 구절 등 자유로운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글소리 부스가 있던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에요. 노란 전화박스의 정체가 궁금해 발길을 멈춘 시민들은 소소한 이야기를 적어놓고 갔는데요. 많게는 하루 50여 건의 메시지가 쌓였습니다. 글소리 부스가 알려지자 참가 의사를 표명하는 곳이 늘었어요. 경기 한민고, 충북 양업고 등에서 학생들이 직접 글소리 부스를 설치하고 재능기부로 녹음한 파일을 보내왔는데요. 학생들의 목소리는 오디오클립으로 엮어졌어요. 

좋은 글을 나누거나 일상 사연을 전하는 것도 좋아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거나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시각장애인에게 미풍처럼 전해지길 바랍니다. 소리에 마음을 담아주세요.

너무 별 내용 아닌 이야기를 전하기에 간혹 시각장애인들의 오해를 사기도 해요. 시답잖은 이야기로 장난하는 것 아니냐고. 김민관 씨는 진지했습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을 위해 정부·지자체 단위에서 복지사업을 펼쳤지만, 이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역시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마음이 담겨 더 감동이란 후기도 전해왔어요. 그들을 생각하며 움직여주는 따스함이 전달된 거예요. 가끔 누군가 생각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듯 평범한 목소리가 듣는 이에게는 힘이 됐던 것이죠. 

노란 공중전화 박스는 세상과의 공감대 창구

출처: 라이터스
시민들이 글소리 부스에 남기고 간 메모지들

김민관 씨는 글소리 부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세상에 노란 공중전화 박스가 많아질수록 시각장애인이 세상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날 거예요. 우리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도 강해집니다. 

글소리 부스는 확대해야 의미가 있어요. 점차 전국 단위로 글소리 부스를 많이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꼭 부스를 찾지 않아도 괜찮아요. 직접 녹음해서 메일로 보내주는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가 시각장애인을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세요.

현재 글소리 부스는 경복궁에서 서울 은평구 소재 서울혁신파크 내로 자리를 옮겼어요. 혹시라도 노란 공중전화 박스가 보인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길 바랍니다.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공감대를 전해주는 데 1분이면 충분해요.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를!

글소리 부스 참여 방법

서울혁신파크 내 글소리 부스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또는 직접 메시지를 녹음해 이메일(minmin86@naver.com)로 보내주세요. 시각장애인과 일상사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낙서란 대개 아무 부담 없이 내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들인데요. 이렇게 일상 색각이나 소망을 담은 낙서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전달되어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노란색 글소리 부스입니다. 지나는 길에 글소리 부스를 발견한다면, 나의 소망과 우리의 일상을 맘껏 써 내려가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we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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