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 고려청자.. 고려 미술을 한 번에! '대고려'전

조회수 2018. 12. 14. 16: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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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팔만대장경 등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많은데요. 천 년 전 문화예술의 꽃을 피웠던 고려시대 문화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국내외 고려 문화예술품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는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출처: C영상미디어

13세기 초반, 몽고는 동북아 일대를 전쟁의 공포에 빠뜨렸어요. 고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고려는 불심을 모아 민심을 달래고자 ‘팔만대장경’을 만들었습니다. 한 글자를 새길 때마다 세 번씩 절을 하며 간절함을 담았는데요. 


수천만 개의 글자는 오탈자 하나 없이 모두 고르고 정갈했습니다. 그로부터 700년. 수차례의 전쟁과 자연재해 등의 위기가 있었지만 대장경은 수세기의 세월을 견뎌냈어요. 현재에 이르러 시간을 건너뛴 당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건 필시 행운이에요. 

출처: C영상미디어
고려는 독자적인 대장경을 만들었다. 1098년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은 고려의 길고 긴 대장경 역사를 알려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은 팔만대장경 외에도 국내외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고려 미술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고려는 창의성, 독자성, 예술성을 바탕으로 개방적이면서도 섬세한 예술을 꽃피웠는데요. 1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고려의 혼을 전시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어요.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이뤄졌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출발합니다. 태조 왕건은 918년 통일국가 고려를 세웠는데요. 이 시기 동북아 지역은 다양한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로 격변하던 때에요. 


고려는 앞선 왕조가 지닌 문화적 전통을 배척하지 않고 열린 태도로 융합했는데요. 중국 본토에 세워진 송(宋), 거란족이 세운 요(遼), 여진족의 금(金), 대제국 원(元)과도 문화·경제적 교류를 이어갔습니다. 


개경에서 12km 정도 떨어진 예성강변의 벽란도에는 조운선, 장삿배 등이 끊임없이 드나들었어요. 비단, 자기, 약재, 악기, 서화, 차 등 고급 생활용품과 서적, 예술품 등의 교역이 이뤄지고 사람들이 오갔습니다. 


‘코리아’라는 명칭도 이때의 ‘고려’에서 유래했어요.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에서 보낸 한 달을 <선화봉사고려도경>이라는 책에 담았습니다. 전시는 이처럼 생동감 있는 고려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있어요.

출처: C영상미디어
고려 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진 희랑 대사의 초상 조각

전시장 한 공간에 가만히 손을 모으고 있는 초상 조각. 태조 왕건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희랑 대사입니다. 10세기 중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건칠희랑대사좌상’은 희랑 대사의 얼굴과 신체, 체격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우리나라 유일의 고승 초상 조각이에요. 


앞면은 건칠(마른 옻칠), 뒷면 일부는 목조로 이뤄졌는데 재료를 이례적으로 혼용했는데요. 가슴에 난 작은 구멍은 희랑 대사가 가슴에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함으로써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도왔다는 이야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건칠희랑대사좌상’ 옆 빈 공간은 ‘태조왕건상’을 위해 남겨뒀어요. 스승 희랑 대사가 제자 태조 왕건과 1000년 만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발명

출처: C영상미디어
청자 잔과 잔 받침

고려 미술을 이야기할 때 ‘자기’를 빠뜨릴 수 없어요. 10세기 고려에서 자기를 제작하기 전까지 중국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자기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고려의 자기는 일대 혁신이었고 새로운 문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셈이었어요. 


고려는 고급 공예 기술을 보유했다면 다른 나라 장인이라도 적극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발휘했습니다. 다원적이고 개방적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에요. 


고려 왕실은 최대의 후원자가 됐어요. 고려만의 빼어난 문화가 꽃필 수 있게 기술을 발전시키고 안목을 키웠는데요. 다양한 기법과 무늬로 장식한 자기는 고려의 독자적 미감과 왕실의 취향을 반영했어요. 


자기뿐 아니라 회화, 금속공예품, 나전칠기 등 각 분야에서 선호한 소재, 무늬, 기법을 융합해 새로운 차원의 문화를 창조하며 고려 미술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습니다. 관객은 고려시대의 청자, 접시, 잔, 나전칠기 등을 보며 기품 있는 당시 고려 문화에 젖어듭니다. 

출처: C영상미디어
고려는 불교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불화를 감상 중인 관람객들

두 번째 이야기는 고려 사찰로 가는 길이에요.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해인사의 설경과 함께 고려 금속활자로 이야기를 꺼냅니다. 


불교는 고려의 국교로 고려인의 삶과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승려는 경전을 직접 베껴 쓰는 필사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직접 필사는 목판 인쇄로 진화하며 많은 책을 쉽게 찍어낼 수 있게 됐어요. 


고려의 뛰어난 인쇄 문화는 불교 성전의 총합체인 대장경으로 나타났는데요. 송나라 대장경을 원본으로 간행한 ‘초조대장경’은 몽고의 침입으로 불에 타 없어졌어요. 


고려는 불교의 가호를 바라며 다시 대장경을 새겼습니다. 오늘날 목판으로 온전하게 전해지는 세계 유일한 대장경인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에요. 


고려의 목판인쇄술은 방대한 양의 대장경을 간행할 만큼 뛰어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통치에 필요한 여러 서적이 간행되어 지식 확산과 체계화에도 이바지했습니다. 

도전과 섬세한 표현력, 시대 획을 긋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

고려는 필사와 목판에서 시작한 오랜 출판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종이와 금속을 다루는 기술력이 있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고려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는데요. \


금속을 녹여 활자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놀라운 창안이자 새로운 인쇄술이었어요. 무수한 실험과 기술적 시도를 짐작케 하는데요. 그동안 나무에 새긴 목판이 한 종류의 책만 찍어냈다면 낱개의 글자로 되어 있는 활자를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여러 종류의 책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출처: C영상미디어
해인사 대장경판으로 인쇄한 조선시대 <팔만대장경>

고려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을 간행했습니다. 참고로 전시장 출구에 남한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려시대 활자 ‘복’이 있는데요. 고려가 금속활자의 최초 발명국이란 점에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물품이니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왼) 아미타내영도, (오) 둔황 수월관음도

불교문화에서 불상과 불화를 빼놓을 수 없어요. 고려의 불상과 불화는 중국과는 다른 고려만의 독자성이 나타나 있는데, 새로운 요소를 선별적으로 수용한 면모가 반영되었습니다.

출처: C영상미디어
고려시대 불상들

천수관음 신앙은 중국에서 전해진 중요 부분이에요. 천수(千手)는 ‘천 개의 손’이란 의미로 보살의 다양한 능력과 표현 방법을 뜻하는데요. 


각각의 손에는 부처의 약속, 보물, 총명함, 말솜씨, 출세 등의 의미를 담고 있어 고려인의 바람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고려 후기에는 국가적인 재난을 물리치기 위해 천수관음을 모신 법회가 열리기도 했어요.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아미타불좌상

고려 불상과 불화의 만남은 순례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전국의 사찰은 지역에 따라 다원적으로 전개된 불교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됐는데요. 특히 청양 장곡사의 금동약사여래좌상에는 1000명이 넘는 시주자 명단이 기록된 발원문이 들어 있습니다. 10m가 넘는 발원문은 당대를 살았던 고려인의 바람이 담겨있어요.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청자 주좌와 받침

세 번째는 ‘차가 있는 공간’ 고려의 다점(茶店)이에요. 고려는 차를 즐기던 나라였어요.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행사에서, 고려인의 삶 속에서 함께 존재한 문화예요. 왕실이 주관하는 의례와 행사에는 차를 올리는 다례가 이뤄졌고 사찰에서는 수양의 하나로 차를 마셨습니다. 


수도 개경에는 누구나 드나들며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같은 다점이 즐비했는데요. 고려의 수준 높은 지식과 문학, 예술 등이 찻잔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면 잠시나마 그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영상은 상상력을 자극하는데요. 새벽안개를 걷어내듯 새들이 지저귑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나뭇잎이 바스락거려요. 따스한 찻잔을 손으로 감싸면 어느새 꽃잎 하나가 찻잔에 살포시 내려앉을 거예요.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은제 금도금 표주박 모양 병

전시의 네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이에요. 고려가 찬란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포용력이 큰 역할을 했는데요. 


개경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신도시로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었어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자라면 외국인 장인이어도 국가 주도 공장에 소속되어 일할 수 있었어요. 또 외부에서 전해진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고려만의 문화로 만들어갔습니다.

 

고려를 대표하는 공예품 나전칠기나 청자가 그랬어요. 시작은 중국이었지만 고려의 나전칠기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섬세함으로 종주국 중국을 사로잡았는데요. 청자에 집중해 아름다운 비색을 탄생시킨 것은 물론 흰색, 붉은색, 금색 등을 더해 청자를 다양화했습니다. 


고려의 뛰어난 기술력은 금속공예에서도 드러났어요. 금속판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정을 두드려 마치 부조처럼 무늬가 튀어나오도록 한 장식 기법인 타출 기법은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력이 더해진 고려 예술. 일찍이 고려, 코리아는 시대의 획을 긋는 문화를 창조하고 있었던 거예요.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 기간 | 2019년 3월 3일까지 
  • 장소 |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 요금 | 성인 8000원, 청소년 4000원
  • 휴관 | 1월 1일(신정), 2월 5일(설날)
  • 문의 | 02-2077-9000

고려자기, 불교문화, 세계 최초 금속 활자 기술, 섬세한 금속공예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인데요. 천 년 전 고려 문화예술의 정수를 감상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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