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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 기온이 살짝 내려가서 조금 쌀쌀해졌어요. 지금 주위엔 온통 가을 풍경이 절정인데요. 도심 속도 가을 단풍이 한창이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떠나도 감탄이 날 정도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예쁘게 물들었어요.

TV나 영화에서 보면 유독 아름다운 장소가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데 이런 장소는 영화 내용을 부각하기 위해 분위기에 맞는 곳을 특별히 엄선한 곳이에요. TV를 보면서 드라마 장면 속 배경장소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가을 여행으로 떠나면 좋은 드라마 속 촬영 장소를 소개해드릴게요.

단풍놀이로 그쳤던 가을 여행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요. 자연 풍경에 문화콘텐츠가 더해진 여행 코스는 깊어진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한데요. 올해 여행주간의 캐치프레이즈는 ‘여행이 있어 특별한 보통날’이에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여행으로 특별한 보통날을 선물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어요.

가을여행주간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텔레비전(TV) 속 여행지’를 찾아 떠나도 좋은데요. TV를 보다 보면 화면 속 배경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곳에 가기만 해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TV 속 여행지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에요.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촬영지는 분위기를 주도하고 내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 장치이기 때문에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는데요. 한국관광공사는 가을여행주간에 ‘국내 1호 로케이션 매니저’로 불리는 김태영 촬영장소 감독이 추천한 20개의 촬영지를 엄선해 추천하고 있어요.

김태영 감독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영화, 드라마, CF 등의 배경으로 쓸 만한 장소를 발굴하는 일을 해요. 15년 동안 움직인 거리만 60만km. 지구 1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 그런 사람이 찾아낸 장소라면 믿어도 좋아요. 멋진 장소는 살아 있는 그림과도 같죠.

그림 같은 공간에서 소중한 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거예요.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 촬영된 곳이라면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여행을 떠나기 전 일행과 같은 영화를 보고 떠나도 좋을 거예요. 감정을 공유하는 기쁨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니 말이에요. 

고택의 처마에는 잘 마른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요. 견뎌낸 시간만큼 더 깊어지는 장맛, 고택의 봄·가을을 통해 자연의 시간표대로 익어가는 장맛을 표현한 한 식품회사의 TV 광고는 충남 논산에 자리 잡은 명재고택에서 촬영했어요. 

명재고택은 대문도 담장도 없이 마을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요. 뒤로는 산줄기를 병풍처럼 두르고, 앞으로는 장방형의 커다란 연못을 두었습니다. 연못 안 자그마한 원형 섬에는 고택과 함께 300년 세월을 보낸 배롱나무가 고택의 운치를 더하고 있어요.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인 윤증(尹拯)의 가옥으로 그의 호를 따서 명재고택이라 불리는데요.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구석구석 기품이 흐르는 고택으로 유명합니다. 그저 오래된 한옥이라 식품회사의 장 광고를 한 것은 아니에요. 

마당에 정갈하게 놓인 수백 개의 장독들은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루는데, ‘교동 전독(항아리) 간장’이라고 불리는 명재고택의 장은 300년간 항아리째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고택을 방문하면 교동 전독 간장과 된장으로 요리한 정갈한 식사를 맛보거나 장을 구매할 수 있어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이에요.

관상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영화 ‘관상’은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을 찾아가는 연홍(김혜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900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어요. 연홍을 따라 바람에 쓸려 이리저리 너울거리는 억새밭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억새밭 가운데 자리 잡은 너와집에서 시선을 멈추는데요. 평화로운 가을 풍경을 잘 담아낸 장면이에요.

경기도 양평의 설매재는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충분해 선선한 바람이 불 때 훌쩍 떠나기 좋은 곳이에요. 한겨울, 눈 속에서 피어난 매화가 많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설매재는 가을마다 황금빛 너른 억새밭이 돼요.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밭은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설매재에는 캠핑장과 자연휴양림이 있어 아이들과 연인들이 자연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설매재 억새밭에서 인생샷을 찍었다면 근처의 용문사도 꼭 들러보세요.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1100년 된 은행나무와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화려하고 진한 단풍이 화폭처럼 펼쳐집니다.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울진, 봉화와 영덕, 청송 일부에 걸쳐 자라는 소나무는 줄기가 곧바르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유별나게 붉은 것이 특징이에요. 이 소나무는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소나무(金剛松) 또는 강송이라 부르는데, 결이 곱고 단단하며 잘 썩지 않아 예로부터 소나무 중 최고로 쳤는데요.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집단 분포지는 이미 숙종 때부터 지정 관리한 곳이에요. 금강소나무 숲길은 2011년이 돼서야 일반에 탐방을 허용했지만 일일 탐방인원을 8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특별 보존 관리 청정지역이에요. 

KBS 2 ‘다큐멘터리 3일’의 ‘더불어 숲-울진 금강소나무 숲’ 편과 EBS ‘한국 기행’에서는 금강소나무 숲길의 아름다운 모습과 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어요.

이곳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1600㏊(16km2)에 모두 30만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200∼300년 된 소나무만도 8만 그루에 달한다고 하니 절로 발길이 향하지 않을 수 없어요. 소나무는 찬바람이 불어도 여전히 푸르고 늠름하니 늦가을 바람과 함께 사색에 잠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영화 ‘곡성’의 “뭣이 중헌디”라는 명대사 유행어의 고장 전라남도 곡성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 명소로 거듭나고 있어요. 특히 섬진강 기차마을은 구 곡성역사와 폐선된 전라선 일부 구간을 재구성해 만든 기차 테마파크인데, 드라마 ‘경성스캔들’, ‘토지’, ‘야인시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 굵직한 작품들을 촬영한 장소로 유명해요.

구 곡성역사는 섬진강 기차마을의 정문으로 2004년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과거 기차역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요. 

이곳 곡성역사에서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여주인공 여경(한지민)이 남주인공 우완(강지환)을 애타게 기다렸던 곳이 경성역이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이 징집당하는 역으로 나와요.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선정되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될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진 여행 명소입니다.

신라시대 농업 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인 위양지는 저수지 가운데 5개의 작은 섬과 완재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고 둘레에 크고 작은 나무들로 조성된 산책길이 있어요. 

위양지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섬과 섬을 이어주는 돌다리를 건널 수 있고, 주변의 산과 나무가 저수지의 수면에 투영되어 가을에도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데요. 경남 밀양에 위치한 위양지는 ‘2016년 전국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특히 이팝나무 꽃이 만개할 때의 모습은 밀양 8경 중에 하나로 꼽히는데, 저수지에 비친 위양지의 반영을 찍기 위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모여들 정도로 유명한 곳이에요.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여주인공 해수(아이유)와 남주인공 왕소(이준기)가 이팝나무 꽃 아래를 다정한 모습으로 거닐었는데요. 한적하고 조용한 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감곡성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성당입니다.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첫 회 시작인 남주인공 신준영(김우빈)의 결혼식 장면으로도 유명한 곳인데요. 

감곡성당은 1896년 프랑스인 임 가말로 부이용 신부가 지은 성당으로 고딕 양식으로 건축됐어요. 성당 맞은편에는 매괴박물관이 있는데, 1934년 충청북도 최초의 석조 건물로 유형문화재 제188호로 지정돼 성당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어요. 

성당에서 꼭 봐야 할 것은 제대 뒤편의 높은 벽에 있는 성모상이에요. 1930년 프랑스에서 제작돼 성당에 안치된 것인데, 6·25전쟁 당시 인민군이 성당에 총을 난사할 때 7발의 총알이 박혔는데도 깨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인민군이 성모상을 끌어내리러 올라갔을 때 성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사랑을 나누거나 TV 다큐멘터리에서 조명했던 곳으로 직접 가 보면 그 장면 속으로 걸어가 보는 느낌이 날 것도 같은데요. 가을이 다 지나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위에 소개해 드린 장소로 떠나 가을 풍경이 가득한 자연을 만끽해보고 잊지 못할 추억도 새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