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여행 도와주는 착한 서비스, 초록여행

조회수 2018. 10. 25. 17: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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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과 맑은 날씨에 여행 가기 좋은 계절인 가을인데요.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산이나 바다 등 장거리로 떠나는 여행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장애인이 겪는 이런 불편함을 도와주는 단체가 있는데요. 홈투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록여행을 통해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산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던 조병옥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출처: C영상미디어
초록여행을 이용한 ‘조병옥씨’ 가족

산에 가면 정상에 오르고 싶고, 바다에 가면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싶죠. 이 당연한 바람이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때가 많습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계단이 많고, 바닷가까지 가는 길에는 모래사장이 드넓어요. 


휠체어가 닿을 수 없는 곳은 장애인이 갈 수 없는 곳이에요.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용기를 내 집을 나서도 멀리서나마 지켜보는 게 이들에게 최선이에요.


조병옥(45) 씨는 생후 백일에 소아마비를 앓았어요. 서 있을 수는 있지만 장거리를 이동하기는 버거워요. 일곱 살 딸아이와 9개월 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많은데, 제약도 그만큼 많아요. 


그의 휠체어에 날개를 달아준 건 ‘초록여행’이었어요. ‘초록여행’은 이들이 가는 길에 더 이상 ‘빨간 불’이 아닌 ‘초록 불’이 켜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사단법인 ‘그린라이트’는 여행 약자들의 이동권을 돕는 모빌리티 전문 NGO 단체에요. 이들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준의 최소한은 이동권”이라고 믿습니다. 이동권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유롭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요.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인 장벽뿐 아니라 심리적인 장벽도 무너져야 하는데요. 

집 앞에서 여행지까지, 다시 집으로

‘초록여행’에서는 ‘홈투홈(Home-to-Home)’ 서비스를 제공해요. 집에서 출발해, 집으로 데려다주는 서비스입니다. 조병옥 씨의 가족이 초록여행을 이용한 건 이번이 두 번째에요. 첫 번째 여행이 준 행복을 잊지 못해 두 번째 신청하게 됐어요. 등록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데요.

차량에 전동식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차에서 내릴 때 바로 휠체어에 오를 수 있도록 전동식 회전시트가 있어서 정말 편리합니다. 장애인은 집 밖에 나가면 제약이 정말 많아요.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해도, 버스를 타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쏟아지는 눈총을 받아야 할 때가 많아요. 출퇴근 시간에는 더욱 그렇죠.

조병옥 씨는 4인 가족의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 회사 근무 등을 해왔어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출근하려면 더 일찍 나서야 했고 퇴근은 남들보다 늦게 해야 했어요. 


여행을 한 번 가려고 해도 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는데요.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는 차는 수동휠체어를 이용해야 했는데, 그러려면 아내인 정수지 씨가 남편의 휠체어와 아이의 유모차를 둘 다 밀어야 했어요.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가고 싶은데, 그것도 보통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이들 짐도 많고, 남편도 챙겨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장애인 맞춤형 차량이 제공되고, 원하는 여행지까지 데려다주니 감사한 마음이죠.

지난 10월 16일,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날 이들이 찾은 곳은 가평에 위치한 ‘청평자연휴양림’이었어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무와 계곡이 있고, 삼림욕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인데요. 일곱 살 수빈이는 입구에서부터 연신 뛰어다니며 낙엽을 줍기도 하고, 돌멩이를 모아 하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단체에서 함께 가는 여행도 좋지만, 가족끼리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웠어요. 이곳에서는 아이들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경치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으니 좋죠. 힘들면 쉬어 가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은 끝까지 올라가보기도 하고요.

이 여행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건 초록여행의 직원인 오상훈 기사입니다. 초록여행에서 운행하는 장애인용 차량은 전국에 총 열세 대가 있어요. 자가 운전이나 동반 운전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기사도 동행합니다. 

아내와 결혼한 지 이제 8년이 되어갑니다. 해주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해줄 수 없어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혼자서 아이 둘을 돌보는 게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1박 2일이지만 가족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아이들은 휠체어를 탄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했어요. 이들의 여행에 조병옥 씨의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었습니다. 조병옥 씨가 아기띠를 매고 둘째를 안은 채 전동휠체어로 앞장서면, 아내와 딸은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뒤를 따릅니다. 

이번에는 초록여행 덕분에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만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집 밖에 나오지 못하고, TV를 통해서만 바깥세상을 보는 이들이 많거든요. 직접 나와서 좋은 공기를 쐬고,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조병옥 씨는 푸른 하늘과 붉은 단풍을 카메라에 담았어요. 장애인사진협회에서 활동 중인 그는 가족들이 웃을 때마다 더 행복한 얼굴로 이들을 바라보았어요. 그의 앵글 속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그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컷’이었어요.  


초록여행 오상훈 기사

장애인 입장에서 여행 준비합니다

초록여행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 접수하면 됩니다. 접수가 완료되면 원하는 날짜에 집 앞까지 모시러 갑니다. 

지원 내용은 어떤 게 있나요?

자유여행의 경우 한 달에 2박 3일, 연 10일 사용 가능하고요. 매월 지원자를 선정해 차량과 유류, 기사와 경비를 제공합니다. 차 안에는 간식과 담요, 물티슈뿐 아니라 상비약, 구급낭, 유아용 카시트, 휴대용 유모차 등이 준비돼 있습니다. 

지원 차량이 일반 차량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일단 장애인이 자가 운전할 수 있도록 핸드컨트롤러가 장착돼 있고요. 휠체어 장애인이 승하차하기 편하도록 전동식 회전시트가 작동됩니다.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도록 150kg을 견디는 트랙커도 설치돼 있습니다. 


초록여행을 통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 조병옥 씨 가족은 아이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는데요. 더 많은 장애인 가족들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여행서비스 홍보와 지원이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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