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반려동물을 기르는 세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반려동물은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가족,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거나 사고로 다쳐서 장애를 얻을 수도 있는데요. 이렇게 장애를 얻은 동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기구를 제작해 주는 동물재활공학사가 있다고 합니다. 아픈 반려동물을 돕고 있는 펫츠오앤피 김정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가 반려견 요크셔테리어 ‘또또’를 공개했는데요. ‘또또’는 열일곱 살 노견으로 잘 걷지도 먹지도 못합니다. 어떤 일에도 의욕이 없어요. 전현무는 ‘또또’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하고 거동에 도움을 주고자 휠체어를 제작해 줬어요.

이 에피소드는 시청자의 공감과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동시에 반려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했는데요. 반려견이 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도달했을 때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도록 돕는 모습이었어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한 진심 어린 행동이었어요.

또또에게 휠체어를 제공한 곳은 펫츠오앤피(Pet’s ONP). 동물의 보조기구와 의족(Orthotic & Prosthetic)을 뜻합니다. 영어 단어 자체가 낯선데요. 보조기구나 의족은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생겨야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하물며 반려동물의 보조기구·의족은 더욱 그렇습니다. 김정현 대표가 펫츠오앤피를 시작하던 2013년은 동물 재활 부문이 전무했는데요.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김 대표는 국내 최초 동물재활공학사가 됐습니다. 

김 대표는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보조기와 의수족을 만들어주는 의지보조기 기사로 일했습니다.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이 그의 인생을 바꿨어요. 어획용 그물에 걸려 꼬리를 잃은 돌고래에게 인공 꼬리를 만들어주고 재활 훈련을 함께하는 내용이었어요.

문득 어릴 적 키우던 고양이가 생각났어요. 문틈에 끼어 다리를 못 쓰다가 얼마 안 가 생을 마감한 녀석이었어요. ‘그때 의족이 있었다면 고양이가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동물을 위해 의수족을 만드는 곳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우리 집 개·고양이에게 장애가 생겼다’는 글은 간간이 보였어도 장애동물에게 보조기를 만들어주는 곳은 없었어요. 국내에서는 동물 재활 전문가를 찾지 못하자 해외 업체에 문의했는데요.

미국의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는 바로 미국으로 가서 기술을 터득했어요. 놀라운 점은 한국에서는 전무한 동물 재활이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라는 점이었어요. 사람이 장애를 가지면 재활로 극복하듯 동물의 재활도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펫츠오앤피를 열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이 왜 수십만 원짜리 휠체어를 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수의사들도 “수술을 했는데 보조기가 필요한가?”라고 되물었어요.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를 만들지, 굳이 장애동물 보조기구를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도 이어졌어요. 그럼에도 반려동물에 애정을 갖고 어딘가에서 이러한 장치를 원하는 사람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수의사들도 꾸준히 설득해갔어요. 

펫츠오앤피 직원들은 모두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 기술자들입니다. 사무실 1층은 의수·족 전문 숍이에요. 모두 김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1층은 사람, 2층은 동물을 위한 보조기구를 제작하는데요. 여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국내 최초 동물재활공학사의 사명감이랄까요.

펫츠오앤피를 찾는 반려동물은 80%가 개인데요. 그중에서도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슬개골 탈구로 많이 찾는데 모두 집 안에서 생긴 사고 질환이에요. 소형견이라면 대다수가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유는 가정의 미끄러운 바닥에서 뛰어다니기 때문. 심한 경우는 수술을 하고 후유증이 남아 펫츠오앤피를 찾는데요.

보통 3개월가량 보조기를 사용하면 완치가 되지만 영구 장애로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반려견의 디스크도 많은데요. 실내 생활에서 자주 미끄러지고 사람이 안 좋은 자세로 안으면서 생기는 질환이에요. 이렇듯 질환 대부분이 사람에 의해 생기는 셈입니다.

국내 동물 재활 개념이 도입되기 전, 몸이 불편한 동물들의 삶은 비극적이었어요. 보조기구는 떠올리기조차 어려웠으며 꼭 필요한 경우는 수입에 의존했어요. 장애동물에게 가장 많이 내려진 방법은 안락사였어요. 대안이 없어 방치는 또 다른 방법이 돼버렸습니다. 즉 장애를 가지고 살거나 죽거나, 극단적 선택지였어요. 때문에 유기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든 주인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거예요.

물론 여전히 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어요. 장애동물은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펫츠오앤피가 부산지점을 연 건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반려동물 가족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도 있었어요. 그동안 지방에서 아픈 반려동물을 데리고 서울까지 발걸음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어요.

반려동물 재활을 위해 펫츠오앤피를 찾으려면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동물병원의 진단서 발급입니다. 병원의 진단에 따라 처치해야 오판이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동물병원 진단서를 받았다면 김 대표와 상담에 들어가게 돼요. 집안 환경이나 제작 용품에 따라 옵션을 정하고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제품을 고르는 것. 반려동물의 본을 뜨고 일주일의 제작 기간을 거치면 제품이 완성됩니다. 반려동물은 완제품을 테스트하고 재활에 들어갑니다.

김 대표와 인터뷰하는 가운데도 한 반려가족이 상담을 받으러 왔는데요. 주인의 품에 안겨 있을 때는 몰랐는데 시츄는 바닥에 내려놓자 걸을 때마다 다리를 절룩였어요. 열여덟 살 노견이었어요. 

지금까지 개·고양이 등 6000여 마리가 김 대표의 손을 거쳤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골든 리트리버 동순이에요. 홍역을 앓던 동순이는 동물병원에 버려졌는데요. 처음에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는데 사지 휠체어로 재활에 성공했어요. 지금은 보조기 없이도 잘 지낸다고 하니 이만큼 보람된 순간이 어디 있을까 싶어요.

반려동물은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만 곁에 두지 않아요. 애완동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가족,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갑니다. 물론 가족은 아프다고 외면하지 않죠. 기쁨은 함께하면 두 배가 되고, 아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했던가요. 

펫츠오앤피는 반려가족이 반려동물의 아픔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랍니다. 가족이 함께 이겨내면 아픔의 날들이 기쁨의 나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에요. 

내 삶의 동반자로 지내는 반려동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지만 동물이 아프거나 장애를 가졌을 때 재활치료를 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장애가 있을 때 유기되거나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반려동물 치료 여건이 점차 개선되어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