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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으로 국무총리상 받은 고등학생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무엇?

조회수 2018. 9. 5. 15: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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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발명은 작은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발명가 에디슨도 지극한 호기심 덕에 세상에 길이 남을 만한 발명품을 만들었지요. 


진주 명신고등학교에도 에디슨 못지않게 궁금한 게 많은 학생이 있습니다. 궁금증이 발명으로 이어져 제30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반자동 손목시계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성훈 군의 이야기를 위클리공감이 들어봤습니다.


박성훈(18) 군은 과학상자를 받았던 일곱 살 생일 선물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생 경험’으로 꼽습니다. 과학상자를 받고는 너무 기쁜 나머지 아침 7시에 일어나 자정을 넘길 때까지 조립에 몰두할 만큼 푹 빠졌었어요. 


설명서대로 완성품을 만들던 박 군은 상자 안에 든 내용물을 완성하고 나면 늘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좀 더 완벽해질까’, ‘왜 부족할까’를 끝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물건을 접하든 부족한 2%가 보였는데요. 호기심 많은 소년이 발명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이었습니다. 


박성훈 군|평소에 불편한 것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어요. 불편한 점을 저만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요.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마다 ‘이런 방법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발명노트에 적어둬요. 평소에 적어둔 이런 발상들이 발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죠.


박 군이 스스로 만든 발명품을 처음 세상에 내보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무동력 퀵보드 청소기’라는 작품을 만들어 발명대회에 출품한 것인데요. 혼자 발명품을 만들고 만족하던 박 군은 발명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습니다. 


“기름 분사장치는 특허가 돼 있는데 알고 있나요?”, “기름을 한 번 분사할 경우 몇 cc가 분출되죠?” 심사위원의 세세한 질문에 얼어버린 박 군은 그 이후부터 결론을 도출할 때 정확하고 자세하게 조건을 따지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모든 일을 꼼꼼하게 하다 보니 성적도 좋았지요. 박 군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받은 상을 대강 나열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인데요. 공부도 재미있고 발명도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아버지의 건강상에 문제가 있었던 중학교 3학년 시절, 화목했던 집안에 걱정거리가 생기면서 한참 예민한 사춘기 시절의 박 군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공부도 발명도 하기 싫었고, 설상가상으로 과학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한 후 근심이 더 깊어져갔습니다. 그런 박 군을 수렁에서 꺼내준 것이 바로 ‘발명’이었어요. 현실을 잊으려 다시 과학상자를 꺼내 기계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계의 메커니즘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던 겁니다. 이제는 거의 기계 박사가 됐을 정도라고 해요.


반자동 손목시계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이런 과정에서 떠올랐습니다. 손목시계를 착용하다가 시곗줄을 버클 사이에 끼운 다음 줄에 뚫린 구멍에 걸림쇠를 끼우는 과정이 그날따라 귀찮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손목시계를 보다 쉽고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계의 테두리 부분을 돌리는, 반자동으로 시곗줄을 조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발명노트에 시곗줄을 시계 내부에 삽입하는 메커니즘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늘 발명노트에 기록해

먼저 시곗줄을 어떻게 내부에 삽입할지 고민했어요. 시계를 제작할 때 가장 편리한 방법을 생각하다가 시곗줄 양쪽을 절반씩 삽입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시곗줄을 한 손으로 조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반자동 손목시계의 핵심 기술인 ‘시곗줄 조이기’는 수학시간에 갑자기 떠올랐어요. 바로 ‘평면 캠의 원리’였는데요. 평면 캠은 회전운동이나 왕복운동을 직선운동 등 다른 형태의 운동으로 변환해 힘을 전달하기 위해 평면으로 홈을 낸 기계요소를 말합니다. 


이 원리를 반자동 손목시계에 적용하면 시계 메인프레임을 돌리는 회전운동을 통해 시곗줄이 직선운동으로 내부에 삽입되는 것이지요.  

평면 캠 원리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계 내부 구조가 단순해져 시계를 만드는 과정도 간단해집니다. 핵심 메커니즘을 고안했으니 이제 시곗줄을 시계 내부로 삽입 가능한 가동 범위를 측정할 차례. 친구 40명의 손 둘레와 손목 둘레를 측정해 일반 값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약 59㎜라는 수치가 도출되었고, 그다음은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평면 캠 원리를 적용한 약 59㎜ 두께의 시곗줄을 도면에 그려 포맥스, 철사 등 시계를 만드는 재료를 갖고 직접 프로토 타입을 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계 메인 프레임을 돌릴 때 물이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수 기능도 추가했지요. 


반자동 손목시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박 군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면서 쾌감을 느꼈습니다. 반자동 손목시계는 박 군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기쁨뿐 아니라 제30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국무총리상까지 안겨줬어요. 


박성훈 군|예상외의 결과라 깜짝 놀랐어요. 반자동 손목시계를 경남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출품했을 때는 수상에 실패했거든요. 제가 풀 죽어 있으니까 선생님께서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도 한 번 출품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 권유에 ‘한 번만 더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는데 국무총리상이라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박 군은 성인이 된 후에도 기계를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히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고 연구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해요. 


박성훈 군|자동차의 작동 원리 중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자동차의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와 엔진이 결합할 때 시동이 꺼지는 것을 막으려고 반클러치 상태에서 시동을 걸잖아요. 그렇다면 자동차 바퀴가 돌무더기 사이에 끼인 상황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경우에는 RPM만 상승하고 바퀴가 회전하지 않아요. 이럴 때 엔진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가 궁금해요.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의 작동 원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에 진학할 생각이에요. 그런 다음 기계공학적 원리를 더해 자율 주행이 가능한 인공지능 자동차를 개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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