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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집 나간 가출냥이를 찾아줘요!

조회수 2018. 7. 12. 15: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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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중 대부분이 주인을 잃어버린 고양이라고 하는데요. 여기 집 나간 가출 야옹이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이 있습니다. 그는 고양이의 습성을 파악하여 고양이를 찾는다고 하는데요. '고양이를 찾는' 그의 비법을 알아볼까요?


‘가출냥이’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생기면 대부분 관찰자가 되죠. 그가 어떤 표정을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기분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 등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해져요. 


김봉규 씨는 그 대상이 ‘고양이’였어요. 고양이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선지 자연스레 고양이가 좋아졌죠. 고양이의 걸음걸이, 눈동자의 변화, 하루일과처럼 고양이와 관련된 모든 것이 그의 관심사였어요. 시쳇말로 고양이 덕후였던 김 씨는 집 나간 ‘가출냥이’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이 됐어요. 


그의 고양이 탐정 경력은 20년이 훌쩍 넘어요. 처음에는 고양이 구조를 하면서 일을 시작했죠. 그때만 해도 이 일을 홍보할 길이 없어 동네마다 ‘고양이를 찾아준다’는 전단지를 붙이며 일을 찾아다녔어요. 


취미활동 겸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돈은 받지 않았죠. 고양이를 구조할 때는 동물단체 여러 곳에 고양이를 구조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어요. 그러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 고양이 구조전문가로 알려졌죠. 그러다 2000년대 초반 모 일간지에서 그에게 ‘고양이 탐정’이라는 닉네임을 붙이면서 지금까지 고양이 탐정으로 불리고 있어요. 


고양이 탐정으로 일할 때 김봉규 씨의 모습은 혀를 내두를 만큼 직업정신이 투철해요. 그는 아직도 ‘011’로 시작하는 번호를 쓰죠. 20년 넘는 시간 동안 그에게 의뢰했던 고객들이 언제든지 익숙한 번호로 도움을 청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에요. 


또 절대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지 않아요. 고양이는 차로 움직일 수 없는 구석진 곳에 숨는 경우가 많아요. 차로 움직이면 사각지대가 생겨서 놓치기도 쉽죠. 무엇보다 차로 움직이면 ‘애들’이 눈치 채고 도망가기 일수라 무조건 ‘뚜벅이’로 일하고 있어요. 하도 걷다 보니 새 신발을 사도 6개월이면 밑창이 떨어지죠. 


기다리고 기다리기

고양이를 발견하면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고양이만 지켜보고 있는 시간도 많아요. 어떤 때는 23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고양이만 보고 있었던 적도 있어요. 그만큼 체력 소모도 커요. 


고양이는 소리와 자극에 예민한 동물이죠. 그렇다 보니 어두워지면 불을 켠다거나 언제 벨소리가 울릴지도 모르는 휴대폰을 켜놓는 것도 불가능해요. 


불빛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지하실에서 배 곯아가며 고양이만 지켜본 일도 부지기수에요. 그의 몸은 성치 않아요. 


항상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다니다 보니 어깨통증은 예사죠. 허리디스크도 얻었어요. 고양이를 지켜보다 보면 밥 때를 놓치기 십상이라 위장병을 달고 살죠. 거기다 고양이를 잡다가 고양이 발톱에 상처입기도 일쑤에요. 


처음 고양이가 할퀴면 2주 정도 있어야 상처가 아물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면역이 됐는지 3일이면 완치돼요. 


“집에 있던 고양이는 밖으로 나가면 경계심이 높아져요.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나 빛에도 굉장히 예민해지죠. 아직 잡을 때가 안 된 시점에 애들을 자극하면 안 되니까 작은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보기만 해요. 그러다가 때가 되면 손으로 잡는 거죠.” 


고양이를 찾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 기술

김봉규 씨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 기술에 대해 말했어요. 첫 번째로 고양이를 발견하는 능력이에요. 고양이는 집을 나가면 보통 건물 안이나 건물 외벽에 숨어 있죠. 


그는 의뢰인이 전화로 건물의 구조만 설명해도 어디에 숨었는지 감이 온다고 말했어요. 굳이 찾아가지 않고 전화로 몇 가지 요령만 알려주면 주인이 고양이를 직접 찾기도 했죠. 


두 번째는 고양이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에요. 고양이를 잡으려면 여러 명이 필요할 것 같지만 한 명만 있어도 되죠. 다만 뜰채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절대 안 돼요. 앞서 말했듯 고양이는 밖으로 나오면 더 예민해지죠. 언제 어디에서 자신을 공격할 대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한참 날이 서 있는 고양이에게 뜰채를 들이밀면 위협으로 인식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거나 더 깊숙한 곳에 숨어버려요. 고양이를 찾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지죠. 그래서 몇 번 놓치더라도 뜰채를 사용할 바에는 차라리 손으로 잡는 것이 나아요.


세 번째는 고양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에요. 그는 이 능력이 고양이 탐정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어요. 고양이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동물인지 이해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뢰인에게 잘 설명해줘야 고양이가 또 집을 나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

“이 세 가지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는 데 15년이 걸렸어요. 지금도 고양이를 전부 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도 20년 넘는 세월 동안 고양이의 습성이나 행동방식을 나름 연구해서 얻은 결과물이 꽤 있어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고양이 찾는 요령을 10개 안다고 치면 저는 30개 정도 알고 있는 거죠. 오랜 세월을 고양이만 바라보면서 얻은 훈장인 셈이죠.”  


고양이 탐정으로 일하면서 그의 손으로 집에 돌려보낸 고양이는 2000마리가 넘어요. 그동안 기억에 남는 사건도 많죠. 19일간 잠복근무 끝에 겨우 잡은 고양이도 있어요. 


주인이 산에 데리고 갔다가 잃어버린 터키시앙고라 고양이를 찾으러 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죠. 그 고양이를 찾기 위해 산등성이에서 밤새 잠복했어요.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었죠. 산에 밤이 찾아오면 바람 소리에 별의별 동물 소리가 스산하게 들렸어요. 


두려움에 머리카락이쭈뼛쭈뼛 설 정도였죠. 하지만 눈을 감거나 불이라도 피우는 순간 고양이를 놓칠까 봐 이가 덜덜 떨리는 추위에도 고양이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그렇게 찾은 고양이는 다리 한쪽을 다쳐 다리 세 개로 절뚝거리며 산을 배회하고 있었죠. 치료가 시급해 보이는 고양이를 주인의 품에 돌려주니 뿌듯함이 밀려왔어요.  


고양이 가출 예방하기

그렇다면 고양이의 가출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고양이의 가출을 방지하려면 고양이가 어떤 습성을 가진 동물인지 이해하는 게 우선이에요. 


고양이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이죠. 처음 들어오는 공간은 낯설기 때문에 숨어서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그러다 공간을 파악하고 조금씩 익숙해지면 밖으로 나오면서 점점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죠. 


친숙한 공간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패닉상태에 빠져 도망가고 말아요. 워낙 동작이 빠르다 보니 목줄을 해도 소용이 없죠. 고양이가 있는 공간은 절대 문을 열어두면 안 되요. 고양이는 문이 열리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죠. 


결국 고양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게 가장 좋은 예방책이에요. 고양이의 가출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던 그는 유기동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어요. 


작년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가 발표한 유기동물 수는 5만 5399마리에요. 그는 유기됐다고 알려진 고양이 중 대부분이 주인이 잃어버린 고양이라고 말했어요. 


“동물보호단체나 119구조대가 고양이를 구조하면 거기에서 끝이에요. 대부분이 주인을 찾아주지 않아요. 주인이 누군지 모르니까 유기센터나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소로 보내는 거죠. 


고양이를 잃어버린 주인은 애가 타고 소중한 생명은 또다시 위험에 처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아파트마다 구조된 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이동장을 설치하거나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구조된 고양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소중한 생명들이 다시 위험에 처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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