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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주부 아빠가 전국 아빠들에게 묻는다, '지금 행복한가요?'

조회수 2018. 6. 11. 12: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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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죠.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휴일에만 좋은 아빠’가 되면서 아이들의 원망에 섭섭함을 느낀 적이 많으실텐데요.

오늘의 주인공인 김진성 씨도 일요일에만 좋은 아빠였어요. 그러던 그가 용기 있게 선택한 육아 휴직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고 해요. 진짜 행복을 찾았다는 김진성 씨의 이야기, 지금부터 들어볼까요?

“아빠들 행복한가요? 육아 휴직 꼭 해보세요”

출처: ⓒ 김진성

“일요일에는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줘서 아이들이 저를 엄청 좋아했어요. 월요일은 일요일의 효과로 조금 좋아합니다. 그런데 화요일이 되면 금방 서먹해져요. 그렇게 바쁘게 한 주를 보내다 금요일쯤 되면 아이들은 아빠를 싫어해요. 그래서 일요일의 아빠였다고 할까요?”


진성 씨는 아마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빠가 비슷한 처지에서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 거라 말했어요. 옆에서 보기엔 김진성 씨는 만점짜리 아빠였어요. 일을 위해 가정을 포기한다든지, 가정을 위해 일에 소홀한 사람이 아니었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어요.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말이예요.


그도 처음부터 자신이 육아휴직을 하고 전업주부의 삶을 택하게 되리라곤 상상해본 적도 없었어요. 고액연봉에 대한 욕심, 승진에 대한 야망 등 누구보다 야심만만한 대한민국의 30, 40대 남자였죠. 이 모든 뜻하지 않은 여정은 어린 아들의 한마디에서 시작됐어요. 


“사실 한마디도 아니고 육아휴직 전까진 매일 아침 듣던 소리였어요. ‘으아아앙, 아빠 저리 가! 아빠 미워! 엄마아아아~’(웃음) 어르고 달래도 엄마가 올 때까지 우는 거죠.”


김진성 씨는 아들이 자신을 밉다고, 싫다고 밀어낼 때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러면서 삶에 큰 의문이 들었다고 해요. 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걸까, 나는 가정을 위해 힘들게 살아가는데, 우리 아들은 왜 자꾸 나를 미워할까, 아이들에게 쏟는 투자의 결과가 왜 아빠에 대한 서먹함일까 같은 끝없는 질문들이 내면에서 쏟아진 거죠. 


“아빠 싫어”라는 한 마디의 울림


출처: 김진성 씨의 아들, 원우 군 ⓒ 김진성

김진성 씨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했던 당시가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했어요. 급하게 회의가 잡혀도 아이들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맞벌이하면서 두 아이 육아를 병행하다보니 아내의 육아휴직 시기의 평화가 자꾸 그리워졌다고 해요.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죠. 육아휴직을 한 아빠인 제가 이렇게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 아니겠어요? 회사도 반기지만은 않죠. 퇴직이나 이직 등 다른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어 진짜 육아휴직이냐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몰라요.”


이제 아빠의 육아 참여는 필수이고, 아빠의 육아휴직도 과거에 비해 꽤 익숙한 풍경이지만 순간순간 위축되게 만드는 시선들은 여전해요. 김진성 씨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몹시 힘든데다 청소와 요리, 빨래 등 집안 살림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확고한 결심이나 신념, 철학 없이는 힘들다고 조언했어요.


“직장은 하루에 한 번 출근하지만, 집에서는 최소 세 번 출근이에요. 첫 번째 출근은 아침에 애들 깨워서 아침 먹이고, 씻기고, 또 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까지 들렀다가 어린이집 데려다주는 거고요. 두 번째 출근은 집에 와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러다 보면 애들 올 시간이에요. 세 번째 출근이 시작되죠. 애들 어린이집서 데려와 놀이터에서 두 시간 정도 놀아주고, 집에 와서 씻기고 저녁 먹이고 한글도 가르치고 저녁 설거지하고, 애들 책 읽어주고 재우죠.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나더라고요.”


전업주부, 예고에 없던 삶의 시작

출처: 김진성 씨의 딸, 나은 양 ⓒ 김진성

육아휴직자였던 김진성 씨는 현재 전업주부예요. 육아휴직을 끝낸 후 복직과 퇴사, 이직의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아내가 아닌 남편 김진성 씨가 전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어요. 연봉은 김진성 씨가 더 높을지라도 아내가 직장생활을 더 오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전업주부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 전개됐어요. 하루 세 번 출근한다는 가정이라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간의 경험을 글로 써 책<아빠, 잘 좀 키워줘 봐!>을 냈어요. 결혼상담교육사 자격증을 땄고, 신문과 인터넷 매체에 정규 칼럼도 쓰고 있죠. ‘생각실천연구소’를 세우고 일과 가정, 연애와 결혼, 육아와 교육에 길잡이를 해주고 있어요. 전업주부이자 작가, 강사, 칼럼니스트로 이제는 하루 몇 번의 출근을 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죠. 김진성 씨는 스스로를 ‘창직(創職)’자라고 했어요.


그럼에도 그가 육아휴직과 전업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도 둘도 아이들 때문이에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가 꿈꾸는 삶은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한 가정이죠. 아이들뿐만 아니라 김진성 씨 자신과 그의 아내도 함께 행복한 삶을요. 


“얼마 전에 아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아껴두었던 육아휴직을 아내도 했거든요. 평소엔 절약하면서 살다가 요즘 여행도 가고 그래요.”


“진짜 가족이 되었습니다”

출처: ⓒ 김진성

“며칠 전에 창고로 쓰던 방을 싹 치우고 직접 도배까지 해서 아이들 침대 방으로 꾸며줬어요. 이층 침대도 새로 사고요. 그러면서 아내하고 소소하게 다퉜어요. 그 모습을 보던 아들 녀석이 저한테 와서 ‘아빠, 가족끼리 왜 싸워?’라는 거예요. 아! 가족, 하고 뭔가 묵직한 게 저한테 느껴지더라고요.”


김진성 씨는 처음으로 진짜 가족의 끈끈하고 뜨끈한 무엇을 느꼈다고 해요. 바쁜 맞벌이 시절의 가족은 그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직접 휴직을 하고 육아에 참여하고 전업에 도전하면서 가족은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고 가꿔야만 어렵게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휴직과 전업을 통해 김진성 씨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고 답해요. 


“저는 육아휴직도 전업도 우여곡절이야 있었지만 행복했어요. 누구나 행복한 경험이 될 거라는 장담은 못해요. 하지만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분명 의미가 있는 시간이니까요.” 


마지막까지 실질적인 정보를 전해주던 김진성 씨가 아이들 인라인 수업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간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동네 엄마들 덕분에 좋은 무료 강습 정보를 얻었다면서 말이에요. 진짜 ‘전업아빠’의 향기가 물씬 나죠.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긴다는 그와 그의 가족 이야기, 여운이 길어요. 


경험 전엔 절대 모르는, 리얼 아빠 육아 노하우!

만 2세 이후, 보육이 아닌 육아를!

육아 참여 시기를 고민 중이라면 만 2세 이후를 추천한다. 만 2세 이전의 아기를 돌보기엔 아무래도 엄마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고, 아빠육아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도 어렵다.


* 지역 맘 카페 가입은 필수!

알짜 정보가 다 모인다는 엄마 모임에 아빠가 멤버가 되긴 어려운 게 현실. 그렇다면 지역 맘 카페 가입은 필수다. 평 좋은 소아과부터 무료 구청 수업까지 엄마모임 표 정보의 80%는 클릭 품으로 얻을 수 있다.


* YES/NO보단 WHY/HOW로 아이와 늘 협상하자 

전업아빠에게 집은 직장, 아이는 내 동료다. 동네 산책 후 예정에 없던 편의점을 가게 되더라도 오늘은 안 돼, 돼! 하기보단 이번에 간다면 내일은 어떻게 할 건지, 얼마를 쓸 건지, 부족한 돈은 어떻게 할 건지 직장 동료와 상의하는 것처럼 대화하자. 웬만한 책보다 교육적 효과는 더 높다.


*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업으로 주 양육자가 되면 감정정리가 의외로 힘들다. 끝없이 반복되는 살림과 육아 속에서 아이들에게 짜증이 나고 화를 내기 십상. 내 아이를 내가 키운다는 중심을 잃으면 안 된다.


* 놀이터에 갈 때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가자 

엄마의 육아에 비해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아빠육아. 전업이라도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아무리 전업아빠라도 365일, 24시간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이줄 순 없지만 한 시간을 놀더라도 스마트폰은 끄고 집중해서 놀아줘야 하는 것은 여전한 진리다.


* 전업이라도 8:2 비율로 아내와 가사를 분담하라 

맞벌이든 외벌이든 가사 분담은 필수! 전업 남편이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80%를 전담한다면 주말 등을 이용해 장보기와 밑반찬 요리 등은 아내가 하는 게 경제적이다. 전업 중 가장 더디게 느는 게 요리다.


* 우울함을 각오하고, 가끔 차려 입고 놀러 가자 

주부 우울증이 별것이 아니다. 사회생활이 단절되고 집에 있으면 남편이든 아내든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업이라고 집에만 있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모임도 가지며 기분전환을 꼭 해야 한다.


* 휴직이 정답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기간을 선택하자 

아빠의 휴직이 모든 가정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저마다의 성향과 직장 사정에 맞추자. 다만 가능하다면 짧게라도 육아에 참여하자. 내 아이를 직접 키우는 일은 아빠도 꼭 가져야 할 경이로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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