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동네 잡지 스트리트 H가 디자인 상 탄 사연!

조회수 2018. 4. 9. 17: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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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인쇄 부문)와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온라인 부문)이 각각 대상을 차지한 제26회 말로피에 어워드에서 처음으로 한국 작품이 수상 명단에 올랐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홍대 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스트리트 H>가 2017년 9월 발행한 ‘해외여행 짐 싸기’ 포스터가 인쇄 부문 스페셜 파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한국의 첫 수상일 뿐 아니라 비알파벳 문화권 국가에서도 첫 수상이라 더 의미가 깊은데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203디자인스튜디오 사무실을 찾아 <스트리트 H>를 발행하고 있는 장성환 대표를 직접 만났습니다.

뉴욕타임스·내셔널지오그래픽 등과 어깨 나란히

<스트리트 H>를 발행하고 있는 장성환 대표

“말로피에 어워드는 유수의 일간지와 잡지가 자사의 뉴스 그래픽으로 참여하는 뉴스 인포그래픽 경연장이에요. 아르헨티나의 유명 지도제작자였던 알레한드로 말로피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3년 시작된 어워드입니다. 여타 디자인 공모전이 가상의 새로운 작품으로 응모할 수 있다면 여기서는 실제 미디어를 같이 보여줘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뉴욕타임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쟁쟁한 매체들이 늘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죠.”


말로피에 어워드에 대한 소개로 인사를 대신한 장성환 대표는 알파벳이 아닌 한글 작업이 선정됐다는 데서 수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수상작인 ‘해외여행 짐 싸기’ 포스터를 보면 타이틀과 중제는 영어로 되어 있지만 나머지는 한글 표기라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홍대 앞 문화의 모든 것 <스트리트 H>

말로피에 어워드 인쇄 부문 스페셜 파트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해외여행 짐 싸기’ 포스터

홍대 앞 카페들에서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무료 잡지, <스트리트 H>가 탄생한 것은 지난 2009년입니다. 언론사 편집기자 출신인 장성환 대표가 사업체를 꾸린 후 만든 로컬지로, 홍대 출신인 그는 홍대 앞의 사람, 문화 공간, 카페, 페스티벌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싶었다고 해요.


“동네 미디어라는 부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류 언론의 대체물이라기보다는, 저마다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동네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지역을 활성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의 일환이기도 하고요. 로컬 미디어가 더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스트리트 H>홈페이지

소장가치가 있는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스트리트 H>

매달 발행하는 잡지는 그달의 주제를 담은 포스터를 포함합니다. 말로피에 어워드 수상작이 됐다는 것으로도 증명되었지만, 이미 홍대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장 가치가 있는 퀄리티 좋은 결과물이라는 입소문이 나 있습니다. 포스터의 뒷면은 홍대의 문화 공간 등 최근 정보가 업데이트된 지도로 채워져 있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를 처음 만들게 된 동기는 일러스트로 홍대의 풍경을 기록하고 싶어서예요. 학생 시절 저도 반지하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공간이 굉장히 우중충하거든요. 어느 날 벽에 포스터를 하나 걸어봤더니 분위기가 금세 달라지고 뿌듯하더라고요. <스트리트 H>에서 발행하는 포스터가 현재 어느 청춘에게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인포그래픽 포스트

<스트리트 H>에서는 디자이너=콘텐츠 생산자

<스트리트 H>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특징을 꼽으라면 디자이너의 영역이 크다는 것입니다. 장 대표는 디자이너가 단순히 레이아웃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스태프들과 공유하고 기획 단계부터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합니다.  


“콘텐츠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저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인포그래픽에 주목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포그래픽의 큰 기능은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흥미롭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비단 매체뿐 아니라 기업과 고객, 정부와 국민의 소통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일간지의 그래픽 뉴스팀 창설 멤버이기도 한 장 대표는 잡지 등 다양한 매체를 두루 경험하면서 인포그래픽을 가장 먼저 접한 1세대입니다. 초창기에는 외국 통신사의 인포그래픽 작업을 받아서 한글화하는 수준의 작업이었지만, 외국의 레퍼런스를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 수준을 끌어 올렸습니다.  

인포그래픽은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흥미롭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마존에서 관련 책을 찾아 공부했어요. 외국에서도 명확하게 통일이 안 된 부분이 많더라고요. 지금은 그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상태입니다. 인포그래픽에 주목하게 되었고, 현재 203디자인스튜디오 부설로 인포그래픽 연구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직 언론사 후배들과 인포그래픽 전시를 열기도 하고, 언론재단에서 관련 강의도 진행하면서 툴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첫 시도인 인포그래픽 툴 관련 책도 정리해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e-북으로 대체할 수 없는 종이책의 역할

동네 미디어는 주류 언론의 대체물이 아닌 지역 활성화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장성환 대표

신문이나 잡지 편집디자인을 논할 때 피할 수 없는 것이 종이책의 미래입니다. 디지털 환경으로 급변하는 시대, 장 대표는 e-북으로 대체할 수 없는 종이책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들 종이매체의 위기를 말하지만 저는 가능성을 봅니다. 제가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예요. 수작업을 하다가 컴퓨터로 작업한 1세대입니다. 이 주제로 이야기할 때 저는 LP바를 예로 드는데요. 과거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공간에 요즘 젊은 여성들의 방문이 늘었어요. 신드롬이나 붐으로 부를 정도로 대세는 아니지만, 저는 이런 현상이 과거 것들을 향한 가치의 재발견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봐요.”  


그런 맥락에서 종이책이 가진 가능성을 높게 보고, 로컬 미디어인 <스트리트 H>의 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스트리트 H>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지난호는 유료예요. 연도가 지날수록 한 권당 몇십만 원이 되기도 합니다. 기관에서 보관하는 용도로 사가거나 연구용으로 사가더라고요. 수익화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무료의 범위를 줄이고 정기구독을 늘리는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잡지의 미덕은 지속 가능성이잖아요. 저희를 통해서 지역 로컬 매거진도 가능성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홍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답하다

그가 많이 받는 또 하나의 질문은 홍대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문화적인 특색이 분명한 곳임에는 틀림없지만, 생성과 소멸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장 대표는 다양성에 방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홍대가 인프라가 많습니다. 인디밴드들이 활동하는 레이블, 연습실, 녹음실 등 독립군처럼 버티는 사람들이 있어요. 출판, 디자인, 카페 등 다양한 것들이 아직도 죽지 않았습니다. 프린지 페스티벌, 와우북 페스티벌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여전히 시도되고 있잖아요. 홍대 앞도 시작은 작았지만 점점 영역이 넓어졌어요. 행정구역적으로 홍대 앞이 아니라 문화적인 영역에서 홍대 앞 영역을 생각하고자 합니다. 홍대입구역에서 상수, 합정, 연희동, 망원동까지 확장되는 것은 틀림없는 가능성이라고 봐요.” 


장 대표는 4월 13~15일 홍콩에서 열리는 홍콩 인포그래픽 회담에 연사로 참가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 인쇄, 웹, 모바일 매체 디자이너들의 조직인 ‘SND(the Society for News Design)’가 여는 인포그래픽 행사로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개최되는 자리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시니어 그래픽 에디터인 알베르토 루카스 로페즈, 로이터 통신의 그래픽 부문 수장인 사이먼 스카, 파이낸셜타임스의 데이터 비주얼 저널리스 자네 퐁 등도 함께합니다. 그동안 쌓은 콘텐츠와 디자인에 대한 소신의 시간이 한국을 넘은 세계무대에서 결실을 맺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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