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내 길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청년창업이 인기입니다.

‘이대 앞’에도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도 간단한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문을 여는 청년 사업가들이 부쩍 많아졌는데요. 청년 창업에 힘을 실어주는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 지원으로 연매출 20% 상승을 기록하며, 다시금 희망특구로 떠오른 이화 52번가를 위클리 공감이 찾아가 보았습니다. 

지난 11월 21일 이화52번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 ‘이화52번가’는 골목골목 배꽃 벽화가 수놓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화52번가’는 이화여대가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에 위치한 점에 착안해 붙은 이름입니다. 

2016년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에 선정된 ‘이화52번가’는 밤에 혼자 다니기가 두려울 정도로 상권이 쇠락했던 곳입니다. 정지연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파트장은 “월세가 너무 올라 입점을 꺼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권이 죽었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서대문구,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협력해 상권을 되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이화52번가는 청년몰 사업을 통해 매출 연 20%, 유동인구는 30%가량 늘어나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몰 지원 사업이 올해 말로 끝나지만, 청년몰 지원 사업 점포 22개 중 16개 팀이 지원이 끝나도 사업을 계속할 예정이어서 청년 창업의 자리매김에도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IT 업종을 중심으로 정부의 창업 지원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학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창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고용이 창출되고 산업 전반이 발전하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다만 수년 동안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을 포기합니다.

정지연 파트장은 “단번에 창업해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또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사업을 익히는 것”이라며 “대학 시절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창업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젊은 상인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이화여대 졸업생 김하늘 씨는 작은 식물원을 연상시키는 가드닝 숍 ‘어반정글’을 열었습니다. 삭막한 일상을 식물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김하늘 씨는 “청년몰에 입점한 22개 팀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 좋다”며 “창업했을 때 겪는 문제들을 주변 상인들과 상의하고 조언도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화여대 앞 상점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쇼핑의 메카였습니다. 호황을 누리던 당시는 13㎡ 남짓한 가게의 월세가 300만 원, 권리금도 1억 원 가까이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과 동대문 의류상가가 들어서고 비싼 월세에 힘들어하는 상인들이 이대 앞을 떠나면서 상권은 급속히 위축됐습니다.

이화52번가는 비어 있는 상가를 활용해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와 대학이 공생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근 신촌이나 홍대 상권이 활력을 띠고 있는 것에 비교되면서 이화 상권을 되살리자는 데 상인들도 적극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초 4개 점포에 이화여대생 6개 팀이 입주하면서 낙후된 상권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화52번가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고, 상인들도 청년 상인들을 적극 반기게 됐습니다. 지금은 39세 이하 22개 창업팀이 다채롭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화52번가는 다른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과 많은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정지연 파트장은 “이화52번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로드숍 형태로 꾸려졌다”며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청년 창업을 적극 돕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화52번가는 대학과 지역 상권이 합심해 청년 창업을 돕는 새로운 구조입니다. 이화52번가를 찾는 주 고객 대상이 이화여대 학생이라는 점에 착안해 학생들의 취향에 맞고, 대학 문화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됐습니다.  

이화52번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배꽃 벽화와 이화 쉼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공청회를 통해 반영됐습니다. 이화 쉼터는 사용하지 않는 철도용지 200㎡를 제공 받아 다양한 문화 공연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주점과 화장품 가게만 늘어나 결국 상권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화52번가는 22개 청년몰 사업 선발 과정에서 푸드, 문화, 패션을 중심으로 큰 쏠림 없이 다양한 분야의 지원자를 선발해 상가와 대학의 공존을 꾀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일 이대 창업보육센터는 이화52번가에 설치된 이화 쉼터에서 플리마켓을 열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제품이 많다는 의미에서 ‘말랑말랑 플리마켓’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대학과 지역 상권의 창업을 돕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15개 팀이 참가했는데, 그중 이대 재학생과 동문은 4팀이었습니다.

수제인형, 스티커, 책갈피, 주얼리 등의 상품은 물론 간단한 브런치도 판매됐습니다. 창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부담 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창업 아이템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체감하는 기회였습니다. 상권을 활성화시키면서 학생들의 창업 의지도 북돋는 효과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