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귀농·귀산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확실히 예전보다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귀농귀촌 전체 인구가 약 45만여 명이고, 이들 중 32%가 산촌지역에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시민들이 산촌으로 모이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친환경 거주 공간으로서 산촌의 매력 증가 ▲청정자연에서 얻는 경제적 가치 창출 증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산림청 산하기관인 한국임업진흥원은 ‘산촌 미리 살아보기 캠프’, ‘귀산촌 체험 스테이’ 등 다양한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귀산촌 창업 자금도 지원한다고 하는데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성공적으로 귀산촌에 정착한 사례를 담은 〈산촌에 살어리랏다〉가 최근에 발간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위클리공감의 흥미를 끈 대표 귀산촌인을 소개해 드릴게요.

생물화공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친 조재영(42) 씨. 광주광역시의 한 기업에서 10여 년간 근무하다 2015년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현장밀착형 교육연구 시설) 연구원으로 이직했습니다. 그의 업무는 기능성 식품 소재 개발과 천연식품들이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규명하는 일이었어요. 평소 창업을 꿈꿔왔던 그는 지역 특산물인 산양삼(산에서 자연 상태로 재배한 인삼)에 주목했습니다. 인삼 연구를 통해 산양삼의 효능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이를 상품화하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조재영 씨는 산양삼 재배 농민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평창산양삼영농조합’에 가입했습니다. 산양삼의 재배 과정을 지켜보며 예상대로 산양삼의 경제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는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산양삼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했습니다. 재배부터 상품화까지 전 과정을 배운 그는 2016년 임야 6만여 평을 임대해 본격적으로 산양삼 재배에 들어갔습니다. 동시에 주식회사 ‘우리두’를 세웠어요. 이 회사는 서울대 평창캠퍼스 산학협력기업으로 선정됐고, 현직 연구원이 만든 ‘창업 1호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습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 연구원으로 오면서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조재영 씨. 태백산맥 중앙에 위치하며 평균 고도가 600ｍ 이상인 산촌 지역 ‘평창’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마음먹지 않았다면 ‘산양산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강원도 시골 평창에서 산양삼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건 셈이지요. 확실히 도시에 살 때보다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합니다.

조재영 씨는 산양삼을 제품화해 생산·유통하는 단순한 임산물 가공업자가 아닙니다. 산에서 직접 산양삼을 기르고, 산양삼 재배지를 관광 자원화하는 ‘행동하는’ 6차 산업 현장 경영자입니다. 6만여 평의 재배 현장 인근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초대해 체험학습을 제공하는 ‘교사’이기도 하고요.  

조 씨는 스스로 임업인이라 자부합니다. 

조 씨는 요즘 잠을 설친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만든 산양삼 제품을 세계에 알릴 기회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마음은 급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신뢰할 수 있는 제품, 세계인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켜봐 주세요.”

오덕수(45) 씨는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IT 업체를 운영하며 ‘전도 유망한’ 벤처기업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치기 전까지 그는 비록 작은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했지만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기도 했지요. 그러나 2013년 화재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재’로 변해버린 현실 앞에 그의 꿈도 사라져버렸지요. 오 씨는 인생을 포기한 채 우울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지인이 집에 찾아와 “그렇게 시간 죽이지 말고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말에 억지로 끌려 나갔습니다. 지인이 그를 데려간 곳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 ‘별내리마을’. 내장산 남창계곡을 끼고 있어 ‘남창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별내리마을 이장과 친분이 있던 지인은 오 씨를 이장에게 소개했는데요. 이장은 오 씨에게 마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때마침 산촌생태마을 사무장을 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오 씨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사업 계획서와 이력서를 작성해 별내리마을을 다시 찾았습니다.

오덕수 씨는 2013년 7월 정식으로 산촌생태마을 사무장 겸 영농조합법인 사무장이 되었어요.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았던 그는 산촌생태마을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마을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사업도 꾸려나갔지요. 고로쇠 수액을 이용한 된장·간장 만들기, 감 홍시를 이용한 고추장 만들기 및 체험 사업 등을 적극 펼쳤습니다. 천문학 전문가들을 초청해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도 만들었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별내리마을은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됐고 2015년에는 한국임업진흥원의 6차 산업 활성화 사업지로 뽑혔습니다. 적자를 면치 못했던 영농조합법인이 흑자로 돌아섰던 것이지요.

오덕수 씨는 인생 최대 위기 속에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제대로 잡은 경우였습니다. 산촌마을에 ‘취직한’ 그는 별내리마을에 들어온 후 결혼도 했어요. 이제 온전한 ‘별내리 사람’이 된 오 씨는 도농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산촌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 문의 : 산림청 산림복지정책과 ☎042-481-1815

※ 문의: 한국임업진흥원 소득지원실 ☎02-6393-2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