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메뉴 바로가기

댓글 서비스 미제공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웨딩해

매일 퇴근할 때마다 전화하는 남편과 다툰 이유

전화가 일상인 남자, 전화가 비상인 여자

3,734 읽음
댓글 서비스 미제공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우리는 서로 전화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남편의 경우, ‘뭐해?’로 시작하고 나는 ‘무슨 일이야?’로 받는다. 남편은 무슨 일이 없어도 전화를 하고 나는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한다. 난 어떤 관계에서도 할 수 있는 연락 수단 중, 전화를 최후의 수단으로 두기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부터 든다. 남편에게 전화는 일상이고 나에겐 비상이다.

대부분 연락을 안 해서 싸운다는데, 남편과 나는 연락을 너무 자주 해서 싸웠다. 그러니까 나의 퇴근 시간이 ‘7시’고 남편의 퇴근 시간이 ‘5시’였을 때, 퇴근길 남편은 늘 나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매일 5시면 퇴근한다며 전화하는 남편. 남들 앞에서 통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한참 일하는 중에 해맑게 ‘뭐해?’하며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우리는 여러 번 다퉜고, 그렇게 점점 남편의 퇴근길 전화도 뜸해졌다. 서로 저녁 약속이 잡혀 퇴근이 늦어지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나 전화를 하는 식이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필요할 때만 통화하는 방식. 서로 만난 지 10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서로가 맞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 중이라 불편했지만, 사실 나를 생각하며 건 전화로 시작되는 싸움이 줄어든 것도 기뻤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이른 퇴근에 신이나 밖에서 저녁이나 먹을까 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뚜뚜뚜'하는 기계음이 나를 반겼다. ‘어, 이 시간에 누구랑 통화 중이지?’ 그날 외에도 종종 남편은 통화 중이었다.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퇴근 후, 남편과 통화하는 사람은 누굴까?

내가 아닌 누군가와 종종 통화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길에 남편과 마주했다. 오늘도 그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그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누구랑 통화한 거야?”
“엄마랑."
“왜? 무슨 일로?”
“그냥, 퇴근할 때마다 전화해." 

남편의 통화 상대는 시부모님이었다. 알고 보니 전화하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퇴근할 때면, 시부모님이나 우리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해도 시큰둥하게 받는 나 대신 즐겁게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한 것. 우리 시부모님은 내게 연락을 강요하거나 기다리지 않으셨는데, 다 미리 전화해서 근황을 전하는 남편 덕분이었다.

난 요즘 남편이 전화를 잘하는 사람이라 좋다. 덕분에 시부모님은 내게 전화를 기대하지 않으시고, 우리 부모님 또한 딸보다 자주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 사위의 전화를 무척 반기신다. 대신, 나는 남편이 잘 놓치는 부모님의 생신과 집안의 경조사들을 챙긴다. 매일 잘하는 것보다 어떤 이벤트를 놓치지 않는 것은 남편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 새삼 남편이 나의 성향과 다른 점이 고맙다.


종종 치약 짜는 방법으로도 싸우는 게 부부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맞는 것 같다. 함께 살다 보면 연애할 때는 몰랐던 것, 지나칠 수 있었던 것이 눈에 참 거슬린다. 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서로가 가진 성향을 이용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맞춰나가면서 살아가면 된다는 것, 그게 가족이 되는 과정임을 요즘 많이 느낀다.


오늘은 지금까지 쓴 글을 함께 읽으며, 남편과 내가 나눈 대화로 이 글을 마친다.


“글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너는 내가 전화 자주 안 해서 속상해?”

“아니. 잘하는 사람이 하면 돼지. 너는 잘 받으면 돼." 

인물소개
  • by. 이룰 Contributing Editor

작성자 정보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