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핑계를 대며 소개팅 자리를 바람 맞춘 남자

조회수 2020. 11. 18. 1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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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이었던 소개팅 썰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서 못 나갔어요"

내 생애 최악의 소개팅을 꼽으라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일주일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주말 점심 약속을 잡았다. 연락하는 내내 그는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부담 반 호감 반으로 호기심이 생겼다.  약속 전날 친구와 술을 마신다는 그의 말에 그럼 내일 출발 전 연락한다며 마무리했다.

다음날 약속 1시간 전쯤 "몇 번 출구에서 만나면 될까요?" 라고 톡을 보냈다. 그러나 약속 시간 10분 전까지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나는 쎄한 기분이 들어 전화를 걸었다.

"여..여보세요?" 

자고 일어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너무 당황스러워 "지금 1신데요?"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미안하다는 연락조차 없었다. 다음 날 주선자에게 들은 핑계는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수술 하시느라 아침까지 있다가 깜빡 잠들었어요. 너무 화나신 것 같아서 연락도 못 했어요."였다.

누가 봐도 거짓말이 아닌가. 애도 아니고 가족을 가지고 장난하고 싶을까. 마지막 핑계까지 성의 없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과음해서 늦잠 잤어요. 죄송해요."라고 말했다면 이렇게까지 화는 안 났을 거다.

"왜 이렇게 밥을 잘 못 드세요?"

또 다른 소개팅. 연락하는 내내 젠틀하고 매너 있는 모습이 괜찮았다. 만나기로 한 날 10분 정도 늦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밥 먹기 전 카페에서 이야기해보니 은근 대화가 통해 예감도 좋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초밥을 먹으러 이동했다. 우동과 초밥이 같이 나오는 세트를 시켰는데 나오자마자 우동 그릇에 코를 박고 급하게 허버버 먹더라. 그 모습을 앞에서 보자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기본적인 식사 예절도 모르는 건가? 속으로 생각하며 밥을 먹는데 나보고 하는 말이 "아 배가 그렇게 안 고프네, 왜 이렇게 못 드세요? 많이 좀 드세요"였다. 본인은 음식 나온 지 10분 만에 순삭해놓고는 그렇게 말 하다니. 있던 정도 떨어졌다.

"우리 집에 갈래?"

회사 동료의 부탁으로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약속 당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알고 보니 학교 선후배였던 것. 말도 잘 통하고 괜찮다고 느끼려 하는 순간, 학교 선배라면서 말을 놓고 선생님처럼 가르치려 들었다. 

무려 "오빠가~"하면서 오빠를 어찌다 남발하던지. 집에 너무 가고 싶었지만, 주선자를 생각해 2차로 간단하게 술을 마시러 갔다. 술을 먹으면서도 맨스플레인은 계속됐고 자기 혼자 술을 먹더니 거하게 취해버렸다. 취해 보여 집에 가자며 나왔는데, 남자가 하는 말이 "우리 집에 갈래?"였다. 뭐 이딴 자식이 있나 생각하며 "미친놈아냐?"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어찌나 현타가 오던지.

"언제 시간 되세요?
저랑 만나실래요"

코로나 19가 심해지기 전, 부산으로 놀러가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적이 있다. 밤에 파티를 여는 게스트하우스라 파티를 신청하면 호스트가 신청한 사람들의 단톡방을 만들어준다. 그날 파티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 같은 테이블에 있었던 사람들과 말이 잘 통해 2, 3차까지 같이 술을 마시며 친해졌다. 


좋은 기억으로 여행을 마무리 하려는데, 웬 모르는 남자한테 메신저가 오더니 게스트하우스에서 나를 봤다며 밑도 끝도 없이 '마음에 든다', '만나자'라며 치근덕거리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자꾸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무섭기도 하고 기분이 너무 나빠 차단 해버렸다. 그렇게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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