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5단계, 결혼식에 직접 참석해봤다

조회수 2020. 9. 22. 15: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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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5단계, 비까지 내리던 야외 결혼식
결혼식 D-7

“3단계로 격상하지 않는 이상 꼭 와줘.”


올여름 끝자락. 친구 S의 결혼식이 일주일 정도 남짓 남았던 때였다. 잠잠하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집단 감염이 불러온 참담한 사태는 하루 최대 수백 명의 확진자 소식을 연이어 불러왔다. 전 국민이 혀를 끌끌 찼지만, 특히, 결혼식을 앞둔 이들은 마음이 어땠을까. 통상적으로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는 결혼식장과 최종 인원 협상을 해야 식사 준비를 차질 없이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코로나가 다시 터진 주에 결혼식을 강행한 커플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결혼식에 초대받은 이들도 ‘나 정말 가도 되느냐’고 물어보기 부지기수였다. 청첩장 모임도 얼굴만 겨우 보고 바쁜 걸음으로 헤어지던 시절 상황은 정말 더욱 서럽게 흘러갔다.

결혼식 D-12시간

“자기야 오늘 친구 진짜 심란하겠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며 커튼을 제쳐 본 바깥 날씨는 가을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오 마이 갓!


그렇다. 친구의 결혼식은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기상청에서 데이터를 도출해 비 한번 내리지 않는 날짜를 골라 선택한 것이라던 친구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코로나에 날씨에 정말 끝내주게 도와주는 법 없구나 싶었다. 동시에 묘한 사명감이 가슴속에서 솟구쳤다. 이런 상황이라면 무조건 가줘야 한다는 것을.


당시 인원 제한은 100명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서둘러 식장으로 향하면서도 날씨 어플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심지어 '서울 하늘 아래 다른 지역은 비가 안 오지 않을까?' 하며 그 지역만 따로 체크했을 정도다. 그러나 예식 1시간 전부터 그친다는 비는 야속하리만큼 계속해서 쏟아졌다. '이러다 결국 결혼식 당일에도 비 오는 것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계속 이어졌다.

결혼식 D+a

결혼식장은 예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신랑, 신부는 비가 오느라 예식이 늦어졌다며 양해를 구했다. 신랑의 고운 슈트는 다 젖어있었다.


식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하객수를 세고 있었다. 필자는 들어왔으나 남편은 들어오지 못했다. 잠시 차에 두고 온 걸 가지러 간 사이에 장내 인원이 100명이 찼다고 했다. 기존 피로연 장소로 활용됐을 장소에서 남편은 영상으로 결혼식을 봤다.


예식이 시작하고 여전히 비는 왔다. 제아무리 가림막이 있었어도 비바람을 막아주진 못했다. 혼주 분들은 우산을 쓰고 입장했다. 친구의 웨딩드레스 끝자락도 흙이 좀 묻은 듯 보였다. 메이크업이 지워지는 건 아닐지, 이 상황에 신음하다 못해 폭발하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결혼식을 지켜봤다. 그런데 너무 신기했다. 결혼식장은 비가 그렇게 오는 중이었는데도 바람이 부는데도 평온했다. 모든 이가 다 웃었고 이들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필자 또한 그랬다. 결혼식에 참석한 모두가 나와 기념사진 촬영을 할 때 즈음 비가 그쳤다. 우리가 잘 알 법한 9월 가을날의 날씨였다. 황홀했고, 담백했다. 음식 대신 하객 모두 당사자들이 준비한 선물을 양손 무겁게 들고 돌아갔다. 결국 결혼식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코로나2.5단계와 비까지 내리던 결혼식,
최악이었을까?

코로나와 기상악화, 설상가상인 상황에서 참석한 친구의 결혼식이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았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NO다. 되려 모든 게 추억처럼 느껴졌다. 신랑과 신부, 혼주 모두 싱글벙글했고 친구들까지 그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상황은 상황일 뿐, 그날의 기분을 우리 스스로 정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려했음에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결혼식의 본질은 지우지 않고, 모두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울상일 예비부부에게도 진심 어린 축복을 빈다. 영원히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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