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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코리아

이규형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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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의 과거를 추적하는 일은 숨이 차다.

슬퍼할 겨를 없이 달렸다.

학 모티브 프린트의 하와이안 셔츠와 티셔츠는 올세인츠(All Saints), 브레이슬릿은 모니카비나더(Monica Vinader).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런 표현을 기사에 쓰면, 여러분이 보기 전에 편집장이 날려버렸을 거다. 퇴직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용하자면, 서른다섯에 <비밀의 숲>(2017)에 출연한 배우 이규형이 그랬다. 그가 맡은 서부지검 사건과 과장 윤세원은 네이버 등장인물 소개에 스무 번째지만, 반전의 핵심이었다. (드라마를 종영한 지 3년이니 이 정도 스포일러는 허용하길.) 치밀한 시나리오 덕도 있지만, 포마드 머리의 단정한 과장님이 얼마나 포커페이스를 잘했는지 결말에 배신감마저 들었다.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는 연기 잘하는 이 배우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했다. 나 역시 공연계에서 활동하다 드라마로 넘어왔거니 짐작했을 뿐이다.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 넘어왔다고 하기엔 한 해도 쉬지 않고 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으니까.




민트색 티셔츠는 바버(Barbour),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팬츠는 맨온더분(Man On The Boon).

민트색 티셔츠는 바버(Barbour),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팬츠는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팔찌는 모니카비나더(Monica Vinader).

이규형은 <비밀의 숲> 이후 흥행작에 연이어 출연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2018)에선 약에 절어 해롱대는 재벌 2세, <라이프>(2018)에선 휠체어에 앉아 괜찮은 척 웃는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 심사위원. 지난 4월 종영한 <하이바이, 마마!>에서는 죽은 아내(김태희)가 살아 돌아와 인생이 흔들리는 남편으로 주연이 되었다. 영화 <증인>(2019)에선 변호사(정우성)를 돕는 정직한 검사였다.




로고 플레이 스웨터와 오간자 셔츠, 버뮤다 쇼츠는 디올 맨(Dior Men).

<비밀의 숲> 이전 삶이 궁금해 대화는 자꾸 과거로 흘렀다. 이규형도 요즘 가족사를 비롯한 자기 과거를 좇고 있기에 그리 어긋나지 않는 대화였다. 대화를 마치고 노트에 세 문장을 적었다. ‘계속 문을 두드리는 사람’, ‘뿌리를 찾는 사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




크롭트 데님 재킷과 스키니 핏 데님 팬츠는 지방시(Givenchy),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레이어링해서 착용한 컬러 코드 브레이슬릿은 모니카비나더(Monica Vinader).

그는 초등학교 때 연극반에 들었다. “길을 굉장히 빨리 정했죠.” 고등학생으로 연극제에 참가하고, 교회 무대에도 꾸준히 올랐다. “아마추어의 연기에도 마음을 움직여주는 관객을 보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고 싶었죠. 무대는 카메라가 낼 수 없는 호흡이 있기에 놓지 못할 거예요.”


언급했듯 그는 대학생 때부터 무대를 거른 해가 없다. 스물세 살 군 복무 중에도 무대에 올랐다. 군 연극단원으로 노인 복지 회관을 돌면서 트로트를 부르고 봄이면 문화센터에서 아동극을 했다.


“ 군 연극단에 잘하는 배우가 넘쳐 오디션이 치열했어요. 운 좋게 거의 매일 공연을 했죠. 지금 트로트가 엄청 인기라죠? 그때도 트로트를 부르면 반응이 가장 좋았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민트색 티셔츠는 바버(Barbour),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팬츠는 맨온더분(Man On The Boon),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팔찌는 모니카비나더(Monica Vinader).

이규형은 동국대학교 연극과에 입학했다. 많은 배우들이 인생의 은사로 꼽는 故 안민수 교수의 <연극연출>을 닳도록 들고 다녔다. 그 당시 안민수 교수는 대학원 수업을 진행했기에 학부생 이규형이 직접 사사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원하면 두드리는 타입. 직접 교수를 찾아가 청강을 허락받았다.


다른 학교에도 들렀다. 한양대학교 최형인 교수의 저서 <백세개의 모노로그>에 감명받아 청강을 부탁했고, 1학년이 듣는 기초연기수업 과목에서 타 학교 고학생 이규형은 발표까지 했다. “제가 목표로 삼는 길이라면 적극적입니다.”


사실 이규형은 다른 대학에 진학했다가 최민식, 한석규를 존경하는 마음에 그들의 모교인 동국대학교 연극과에 재입학했다. “말리시는 부모님께 한 번만 믿어달라고 빌었죠.” 학교에서 만날 수 없는 선배들은 소속사를 찾아갔다. 말리는 매니저를 뒤로하고 돌아서다 우연히 선배를 만나 책에 사인도 받았다. 그는 동국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러시아 학교로 연기 유학을 가려다 대학로에 입성하며 포기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해외 진출을 위해 <하이바이, 마마!>를 끝내고 언어 유학을 갔을 거다.




리네아 로사 테크니컬 패브릭 재킷과 버뮤다 팬츠, 옥스퍼드 셔츠는 프라다(Prada), 선글라스는 지방시(Givenchy).

보통 배우를 만나면 열에 아홉은 자신이 내향적이라고 한다. 순수하게 외향, 내향형 인간을 구분할 수 없지만, 눈도 못 마주쳐 어깨를 보고 답하는 배우도 있다. <콰이어트>의 저자 수잔 케인이 “내향적인 사람이 고독한 내면에서 사색할 때 역량과 창의성이 최대로 발휘된다”고 했듯이 이런 성격이 도리어 적극적으로 타인의 삶을 표현하는 배우란 직업에 유용할 수도 있지 싶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고 꿈을 위해서 무던히 움직인 진격의 배우를 만나니 반가웠다. 언제부턴가 내면으로만 파고들지 실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귀해졌으니까.




피케 셔츠는 프레드 페리(Fred Perry), 코듀로이 쇼츠는 맨온더분(Man On The Boon), 진회색 배스 가운은 그란(The Grann at Irma Home),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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