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보다 더 무서운 '디지털 기기 중독' (ft. 자가 진단법)
우리 손에서 온종일 떠날 줄 모르는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걸 의지하기 때문일까요. 자꾸 건망증이 심해지진 않나요? '디지털 치매'를 의심해봐야 할 순간입니다.
'디지털 치매 증후군' 내가 치매라고?
런던대학교에서 1,1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디지털 기기 과다 사용은 '수면 부족'과 '마리화나 중독'보다 더 지능 지수(IQ)를 저하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죠.
디지털 치매란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개인의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증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2004년 국립국어연구원의 신조어에 올랐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뇌과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7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수는 무려 4,500만여 명에 이르고, 99.4%가 무선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만 3세 이상 인구의 88.5%가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입니다. 하루 평균 20대는 약 14.3시간, 50대는 약 8.5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하죠.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메신저와 SNS에 몰두하고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아주 높습니다. '두잇서베이'의 조사 결과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는 사람이 무려 48.8%, 가까운 가족과 연인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33.7%나 됩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벳시 스패로우 교수와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제니 류, 하버드대학교의 다니엘 웨그너 교수는 "컴퓨터에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더 잘 기억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기억력 실험을 시작합니다.
교수진은 두 그룹으로 나눈 학생들에게 짧은 문장 여러 개를 나눠주고 워드 프로그램에 입력하게 했습니다.
한쪽 그룹에는 "입력한 문장을 저장해두고 언제든 열어볼 수 있다"고 말했고, 다른 그룹에는 "입력한 후 문장이 삭제되므로 다시 열어볼 수 없다"고 말했죠.
그러자 두 그룹 간에 기억력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문장이 삭제된다고 들은 쪽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있었죠. 다시 말해서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하는 경우엔 애써 기억하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저장해두고 언제든 열어볼 수 있는 그룹에 '잘 기억해둘 것'을 당부해도, 기억력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감각 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 후 이를 후두엽으로 보냅니다.
자극은 전두엽으로 건너와 사고 작용을 거친 후 전두엽에서 판단을 내리면 행동으로 옮기죠.
정보는 단기 기억 저장소에 저장하는데, 꾸준히 반복하면 장기 기억 저장소에 저장합니다.
이런 꾸준한 학습 과정을 통해 뇌는 '기억'을 꺼내어 전두엽에서 행동을 관장하는데,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이 과정을 거의 생략하고 있습니다.
애써 학습하고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면 되니까요. 이것은 '분산 기억'이라는 방식인데, 굳이 내가 기억해두지 않고 그 정보를 가진 대상만 기억해뒀다가 필요할 때 찾아보는 것입니다.
어려운 야구 경기를 볼 땐 내가 굳이 그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도,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 편한 것과 같은 이치죠. 이제는 그 대상이 '스마트 기기'가 된 것입니다.
'에이, 설마'라는 생각에 안도할 순 없죠. 일본의 고노 임상 의학 연구소에서 발표한 아래의 리스트 7개 항목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이 몇 가지인지 체크해보세요.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디지털 치매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외 없이 '디지털 치매 증후군'일 겁니다. 우리는 '뇌' 속에 정보를 저장하는 대신에, 그 정보를 가진 대상인 '스마트 기기'를 기억하는 편을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습관이 지나치면 중독이 됩니다. 중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마음과 몸에 피해를 가져다주기 마련입니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을 가짐으로써 고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소소한 습관을 몸에 익혀보세요. 간단한 숫자는 암산하고 짧은 글은 메모하며 머리에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내려놓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거죠! 어렵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