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는?

조회수 2020. 8. 24. 11: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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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오버


“우리는 다시 전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 2017년 2월 27일, 취임 38일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전쟁이 필요하고, 그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한 계속 전쟁을 일으키려 할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모두가 주목하는 경제 정책 실패와 탄핵소추안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 세계화의 과정에서 거대 초국적 기업들이 국가주의나 전쟁의 소용돌이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충족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임러 벤츠나 지멘스 같은 기업들은 중국이나 미국에 깍듯이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무역 전쟁은 이기기 쉽다는 트럼프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국제 뉴스를 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던 경험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가차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할 때가 포함돼 있다.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노먼 오른스타인은 “트럼프는 사실상 아무런 정치적 견해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다만 이민과 무역문제 두가지 면에서 만은 예외이다. 이 분야에 대한 트럼프의 확신은 전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 그는 “무역전쟁은 바람직하고 이기기도 쉽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무역전쟁은 나쁘고 무역전쟁에는 패자 밖에 없다. 더불어 무역의 당사자들은 결코 서로에게 군사적 무기를 겨누어서는 안된다.

세계화 시대에는 관세와 여타의 무역장벽들도 군사적 무기만큼 위험천만한 효과를 발휘한다. 무역전쟁은 그 희생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드러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일단 새로운 관세는 실제로 경쟁으로부터 보호막 작용을 할 것이다. 그 반작용으로 일부 품목에서 관세가 추가로 매겨진 외국 상품의 수입이 줄어들어 일견 성공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트럼프가 2018년 6월 1일부로 유럽연합과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의 철강생산 업체는 해외 업체보다 자국 내 경쟁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의 자동차 생산 업체도 그 영향을 받아 원자재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상품의 생산이 국경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만큼 금세 더 많은 상품이 영향권 안에 들어갈 것이고 관세 인상은 엔진에 낀 모래처럼 원활한 무역을 방해할 것이다. 당장 유럽연합이 미국산 위스키와 청바지, 오토바이 등에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2018년 7월 미국의 수입관세는 즉각 중국의 관세부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미국에 수입되는 연간 5,000억달러의 중국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로써 트럼프는 이미 자책골을 넣은 셈이 됐다. 미국 행정부가 관세부과를 결정한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수입품 중 95퍼센트가 미국에서 다른 물건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중간생산물이다. 예를 들자면, 하이테크 부품과 소위 ‘자본재’라 불리는 기계도 여기에 속한다. 이는 무엇보다 최종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입이 불가피한 미국 기업들에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의 무역 관세 자책골로 피해를 입은 자가 한둘이 아니다.

반면 중국의 무역 전략은 훨씬 정밀하다. 그들은 거의 최종생산물에 대해서만 인상된 관세를 매겼다. 그 중에서도 콩과 돼지고기는 중국 입장에서는 다른 납품업자로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이면서도 미국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이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보복관세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농부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새로운 부담을 짊어지는 편을 택했다. 하지만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이를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평가한다. 게다가 그로써 더 늘어난 국가부채의 최대 채권자는 다름아닌 중국이다.


가장 위험한 불씨, 미중 전쟁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 입장에서야 도널드 트럼프의 집착이 성가시겠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노골적으로 대치하여 승리를 거두기에는 아직 전투력이 약하다. 그 점은 미국 군부와 행정부의 매파들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노련한 외교관 필립 고든은 트럼프 임기 초반 미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어떻게, 정확히 어떤 빌미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자세히 묘사한 바 있다. 그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싸움은 관세로 시작해 환율 문제로 격화된 다음 남중국해 인근에서 미국의 비무장수색정과 중국의 트롤어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충돌하자 중국인민군의 프리깃함에서 발포를 시작함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 들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이 현실에 펼쳐지고 있다. 2018년 여름, 세계는 관세를 둘러싼 무역분쟁을 경험했고 갈등은 환율 문제로 격화되는 중이다. 적어도 대재앙에 관한 세 번째 시나리오, 즉 러시아와 중국의 핵전쟁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광범위한 위기와 집단끼리의 충돌이 쌓이면서 세계를 일촉즉발로 몰아갈 악마의 칵테일이 제조되고 있다.


게임 오버

“우리는 인간적 외교술이 이 세계에서 실패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국장인 파노스 모우지스는 2018년 봄 싸늘한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학술지는 1945년부터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해왔다. 이 시계는 인류가 직면한 핵전쟁의 위험도를 보여준다. 발표될 시간을 결정하는 위원회에는 열두 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참여한다. 지금까지 시계가 핵전쟁 발발을 의미하는 자정 12시의 2분 전을 가리킨 것은 딱 한번 이었다. 냉전을 벌이던 미국과 소련이 수소폭탄을 실험한 1953년이다. 2020년 그 시계는 다시 조정되어 자정 12시 2분 전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전 세계가 ‘게임오버’ 되기까지 불과 120초 남았다.


베스트셀러 <세계화의 덫>의 저자 한스 페터 마르틴이 20년 만에 출간한 신작 <게임 오버>는 자유민주주의가 최대의 위기에 종착했다고 지적한다. 현재 자본의 흐름을 주도하는 두 나라인 미국가 중국이 트럼프주의와 감시자본주의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세계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가 게임 오버의 위기에 처한 지금, 다음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한스 페터 마르틴은 자신의 생각을 <게임 오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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