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북한을 탈출하려다 겪는 일: 성폭행과 강제 낙태

조회수 2020. 8. 25. 14: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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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허락 없이 북한 국경을 넘었다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
출처: ED JONES / AFP
북한 여성들이 2018년 9월 평양에서 한복을 입고 건국기념일을 축하하고 있다.

성폭행과 강제 낙태, 알몸 수색, 강제 노동…

허락 없이 국경을 넘었다가 붙잡힌 북한 여성들이 이런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달 북한 여성 100명 이상의 인터뷰를 녹여낸 보고서 '여전히 고통스럽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구금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를 통해 북한 내 북한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고발했다.

인터뷰한 여성들은 2009년부터 지난해 사이 탈북이나 무역, 가족과 만남을 이유로 허가 없이 북한 밖으로 나갔다가 강제 송환돼 구금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현재 탈북해 타국에서 거주해서 조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살길을 찾아 북한 밖으로 도망쳤지만 붙잡혀 처벌을 받은 여성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여성들은 대개 인신매매의 피해자라 구금이 아닌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들은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고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원하는 북한 시민들은 여권과 출국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당국에 충성하는 일부 소수 계층만 출국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일부는 허가를 받지 않은 채로 경제적, 사회적인 이유로 국경선을 넘는다. 이런 행위를 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고 조국의 반역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

국경을 넘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인신매매뿐 아니라 강제 노동, 성 착취, 강제 결혼 등 위험에 놓인다. 그만큼 북한 밖으로 빠져나가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빠져나갔다가 붙잡히면 북한 내부에서는 더 위험할 수 있다.

보고서는 붙잡힌 여성 수감자들이 남성 교도관들의 감시 아래 어떻게 생활하는지 실상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감소에는 음식이 불충분하고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용 위생용품도 사용할 수 없다.

한 탈북 여성은 수감 기간 약 6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2016년 구금됐던 한 여성은 재판 전 머물던 수감소에서 여성들이 무릎을 꿇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식사와 심문 시간에만 짧은 휴식이 주어졌다.

이 여성은 "한 자세로 오래 앉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조금 움직였다가 팔 굽혀 펴기 100번을 벌로 받은 적이 있다"며 "30번 정도 하다가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다른 벌을 받겠다고 하니 교도관이 강철 회초리로 2대를 때렸다"고 전했다.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붙잡혔던 한 여성은 "수사관에게 곤봉과 발로 맞았다"며 "중국에 있을 때 한국 교회에 간 일이 드러난 사람은 죽음을 면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중국 생활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수준으로 폭행당해 아직도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여성은 2012년에 노동 수용소에서 갇혀 집단 처벌당한 경험을 회상했다. 수용소에는 연대 책임 규칙이 있었다. 이 여성은 "100명 중 1명이 당일 할당량을 충족하지 못해도 모두가 아침에 운동장에서 처벌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여성은 수용소에서 교도관과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한 번은 실수로 눈을 마주친 일이 있었는데 다른 수용자와 함께 손을 뒤로 하고 쉼 없이 앉았다가 일어나는 벌을 받았어야 했다. 여성은 끝까지 못 해 쓰러졌다.

그리곤 의식을 잃을 때까지 구타당해야 했다. 수용자들에게 폭력은 일상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강제로 옷을 벗고 있어야 했고 몸수색을 당해야 했다고 고발했다. 일부는 교도관으로부터 성폭행당하거나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한 여성은 구금 초기에 교도관의 방에서 성폭행당한 일을 털어놨다.

여성은 "교도관이 시키는 대로 하면 일찍 나갈 수 있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임신한 여성도 폭행의 대상이었다. 낙태한 여성도 있었다. 한 여성은 "교도관이 탈북했다가 붙잡힌 여성이 중국인의 아이를 가진 것을 알았다"며 "여성은 아이를 낳고 싶어했지만 교도관이 낙태하게 했다”고 진술했다.

여성들에 따르면 낙태 방법도 잔인했다. 임신 후기인 여성들이 땅에 엉덩방아를 찧게 하거나 등에 벽돌을 달아두고 걸어 다니게 하는 등 방법으로 유산을 강제했다.

탈북민이자 북한 인권운동가인 박지현씨는 영국 이주 전 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했다. 박씨는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트위터에 "마침내 북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가 국제 사회에 드러났다"며 유엔 보고서 링크를 공유했다.

유엔은 북한이 구금 체계를 국제 표준에 맞춰 변경하고 시민들이 다른 나라로 드나들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탈북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법적인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증거를 계속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성폭력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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