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엔 웅담?"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의 비애

조회수 2020. 8. 12.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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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들이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열악한 농장에서 살고 있다.
출처: 녹색연합

국제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이 웅담 채취를 위한 사육곰으로 길러지고 있다.

또 열악한 환경과 미숙한 관리 속에서 인근 민가로 탈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사육곰 농장들은 그동안 웅담이 해독과 면역력 증강에 좋다고 홍보해 한약재로 판매했다. 그런데 일부 농장들은 요즘 웅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에 데 도움이 된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앞세워 판매한다.

KBS는 지난 6월 경기도 용인의 한 농장을 찾아 반달곰의 열악한 사육 환경을 고발했다. 해당 농장은 "웅담이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홍보했다. 농장의 주인은 보도 영상에서 좁은 '뜬장'(동물의 배설물 처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 안에 갇혀 있는 반달곰을 향해 마취총으로 진정제를 주사했다.

또 마취제를 맞아도 의식이 살아 있는 곰의 혀를 자르고 피를 뽑아냈다. 다른 곰들은 뜬장에 갇혀 오물과 배설물 악취를 맡으며 도살 과정을 지켜봤다. 농장주는 웅담뿐 아니라 섭취가 금지된 곰 고기까지 불법으로 팔았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김수진 활동가는 VICE와 인터뷰에서 "KBS 보도 속 농장은 한국에서 반달곰이 가장 많은 농장"이라며 "반달곰 430여마리가 웅담 농장 30여곳에서 비인도적 환경을 견디며 생활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시멘트벽으로 만든 우리가 있는 농장들은 그나마 환경이 나은 편"이라며 "폭이 2m에 불과한 좁은 우리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사는 반달곰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곰들은 좁은 우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서로 싸우다가 목숨을 잃거나 심하게 다치기도 한다"며 "다친 곰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탈출하는 곰도 생긴다. 지난달 경기도 여주에선 새끼곰이 우리를 탈출했고 지난해 6월 경기도 안성의 곰 사육농장에선 성체 곰이 탈출했다.

이 같은 사태는 정부의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서 사육용 반달곰 수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81년 정부가 농장 소득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곰 수입과 사육을 독려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곰 보호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85년부터 곰 수출입을 금지했다. 또 4년간 수입된 곰이 처치가 곤란해지게 되자 99년 24년 이상 된 사육곰들은 용도를 변경해 도축할 수 있게 했다.

동물단체들은 국내 웅담 소비가 줄어들자 정부가 2013년 사육곰들의 번식을 금지하고 남은 곰들이 도축되거나 자연 도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치된 상황에서 괴로워하는 건 농장주도 마찬가지다.

김 활동가는 "웅담 농장 대부분은 웅담을 거의 못 팔아 수익이 안 나는데 해당 농장만 웅담과 곰고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현대 의학에 의존하면서 웅담을 찾지 않아 수요가 급격히 줄어서다.

실제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장주의 85.7%는 정부가 수입이 나지 않는 웅담 농장을 매입해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농장주도 어쩔 수 없이 농장을 유지하고 있던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의 한 농장주는 VICE와 통화에서 "사육곰으로 수입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반달곰의 생활 환경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땅 파면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사료비를 어떻게 감당하냐"고 하소연했다.

농장주들이 사육을 포기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오랜 기간 우리에 갇혀 살아온 반달곰을 풀어준다고 해도 자연으로 바로 돌려보낼 수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동물자유연대와 녹색연합 등 동물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정부에 웅담 사업 철폐 지원과 '곰 보호소(생크추어리·Sanctuary)'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행하는 지리산국립공원공단의 생태복원부 김정진 계장은 "수입 사육곰들은 겉으로는 같아 보여도 지리산의 토종 반달곰과 다르다"며 "평생 갇혀 지낸 곰을 바로 자연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에서 살아온 사육곰들을 적합한 환경을 따로 조성해 보호할 공간이 필요하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달 한 농장의 폐업을 지원해 사육곰 22마리를 구출했다. 곰들을 내년 초 미국 콜로라도주의 야생동물보호소로 이송하기로 했다.

아직 국내에 곰을 보호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만 관심과 지원이 아직 더 필요한 실정이다. 경북도청은 10일 봉화군에 비인도적인 사육 환경에 있던 사육곰 및 야생동물을 보호할 시설 국립백두대간 생크추어리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시설이 생기면 사육곰을 평생 보호할 수 있는 생태보호공간이 한국 최초로 조성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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