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누구인가?

조회수 2020. 5. 1. 14: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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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유고 시 김여정이 최고지도자에 오를 수 있을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출처: 호르헤 실바 / 게티이미지 / AF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해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의 호치민 묘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 매체 말을 들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죽음의 문턱에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 말을 들으면 그렇지 않다.

김 위원장의 건강을 둘러싸고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29일 김 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공식 후계자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여전히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는 제1부부장이 곧바로 후계자 지위와 역할을 받는 건 한계가 있다"며 "김 위원장이 복귀 후 한 차례 공식 절차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에서도 극소수를 제외하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사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꾸준히 불거져 왔다. 그동안 모습과 비만이라는 점, 심장 질환 가족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이상설이 나오는 건 뜻밖의 일은 아니다. 소문이 번지면서 유고 시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은 김 위원장의 동생 제1부부장이다.

VICE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제1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는 유교 색채가 짙은 남성 중심의 북한에서 32세 여성이 원로 엘리트 집단을 장악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는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같은 핏줄인 백두혈통이고 권력을 자연스럽게 넘겨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 유고 시 권력 승계 방식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여성 지도자가 탄생한다고 외교 정책이 유화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터프츠대학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는 "제1부부장이 오빠나 아버지, 할아버지보다 훨씬 독재자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미사일 같은 무기로 미국이나 한국을 도발해 지도자의 패기와 강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은 도대체 누구인가?

제1부부장은 1987년 9월 26일생으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막내로 알려졌다. 생모는 김 위원장과 친오빠인 김정철을 낳은 재일 동포 출신 고영희다. 제1부부장은 9살 때 스위스 베른으로 건너가 초등학교에 다녔다.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코리아리더십워치에 따르면 제1부부장은 스위스에서 김 위원장과 요리사, 보디가드, 가사도우미가 딸린 개인 주택을 함께 쓰면서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었다.

그는 2000년 북한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몇 년간은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하지만 2002년 초 김 전 국방위원장이 외국인들에게 제1부부장이 정치권 업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고 전해졌다. 정치인으로서 활동을 예고한 일이었다.

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또 2007년 평양 김일성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노동당에 들어갔다. 이듬해 뇌졸중으로 투병했던 아버지를 간호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2011년을 전후로 오빠 김 위원장의 승계 작업을 도우면서 정치권에 몸담았다.

오빠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후원자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측근에서 보좌했다. 중요한 정상회담과 정치행사 때 빠지지 않았다. 2018년과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차례 회담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또 김 위원장의 무자비한 면모를 가장 가까이에서 봤다.

특히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한 사건은 뇌리에 깊이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 정보 당국자는 "장성택을 기관총으로 사살한 후 화염방사기로 태워 죽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제1부부장은 기자들이 김 위원장의 현장방문 때 입는 황록색 재킷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자주 포착됐다. 하지만 그가 김 위원장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그동안 막강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조엘 위트 수석연구원은 VICE에 "북한 매체를 보면 제1부부장이 정치와 경제, 군사, 외교에서 중심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위트 연구원은 "북한의 대미 정책을 수립과 집행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정권의 정책 계획과 집행에서 막중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미뤄보면 앞으로도 김 위원장과 비슷한 노선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제1부부장의 유일한 감점 요인은 지난해 실패로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그는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했다가 회담 결렬 후 물러난 뒤 최근 자리에 복귀했다고 전해졌다.

복귀 결정은 눈에 띄는 공을 세우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제1부부장은 지난달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첫 공식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이 '자위적인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겁을 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일도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 관계 발전은 정상 간 친분으로는 안 된다"며 "과욕을 부리면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여정은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 밑에서 위상이 높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의 사회 구조상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레오니드 페트로브 호주 국립대 교수는 VICE에 "북한은 나이와 성별이 중요한 유교 사회라서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신뢰하는 조력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페트로브 교수는 "오히려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제1부부장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1부부장의 운명을 중국 마오쩌둥 전 주석의 부인 장칭의 운명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페트로브 교수는 "만약 김 위원장이 죽거나 실권하면, 그는 마오 전 주석 사망 후에 반역 혐의로 투옥됐던 장칭의 운명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황을 이분법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절대군주 시대에도 동아시아에서 소수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스티브 창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 교수는 VICE에 "(지도자가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힘들다"며 "북한은 매우 성 차별적이어서 여성을 섬기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절대군주 시대에도 동아시아에서 소수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1부부장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했고 김 위원장과 같은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에 오를 후보로 손색없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강점은 백두혈통이라는 점"이라며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하지만 공화국이라기보다 왕조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강점은 경험"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등 세계 정상을 직접 만나 상대하면서 압제 정권의 또 다른 면모를 전 세계에 보여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 전문가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인물 중 하나다. 핵 동결을 토대로 단계적 비핵화에 합의했던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죽는다면 여러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며 "제1부부장이 실권을 잡을 수도 있고 그를 간판으로 내세워 당의 원로들이 실권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김씨 일가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북한을 수십 년간 지켜본 위트 연구원에게 김 위원장이 죽으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솔직히 정말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는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 오르기 전 나왔던 여러 추측들도 틀렸다는 점을 꼬집었다. 위트 연구원은 "김 위원장을 허수아비로 앉히고 장성택이 실권을 잡을 거라는 분석이 유력했지만 결국 틀렸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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