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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진공 포장한 커플' 사진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

조회수 2020. 2. 29. 19: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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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할은 사랑하는 사람 속으로 녹아들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할(Hal)'이라는 예명을 쓰는 사진작가 가와구치 하루히코는 2009년부터 모르는 커플들을 불러 모아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커플들을 비닐에 넣고 진공 포장해 사진을 촬영했다. 이들 사이의 ‘숨 막힐 듯한 완벽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미국 콘돔 유통업체 ‘콘도마니아’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고 있을 때 가끔 상대방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이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작고 밀폐된 공간 안에 커플을 넣고 촬영했어요."

 할은 작업을 시작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VICE: 왜 하필 '할'이라는 예명을 쓰는 거죠?

가와구치 하루히코: 저한테는 촬영 대상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제일 중요해요. 기계처럼 확실히 찍고 싶어요.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순수하게 기계라는 의미에요.

촬영에 필요한 모델들은 어디에서 찾나요?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에서요. 장소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언제, 어디에서나 찾고 있어요. 항상 제 사진집을 들고 다니면서 만나는 커플들에게 보여주는 식으로요.


갑자기 나타나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요?

그렇죠. 모두 놀라요. 제 작업을 보고 다들 기겁하죠. 어떤 커플은 모델을 쉽게 하겠다고 하기도 해요. 반면 어떤 커플은 아무리 설득해도 안 한다고 해요.

어떻게 설득해요? 위험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작업의 의미와 안전성을 강조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누워서 질식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진정성 있게 설득하려고 해요. 촬영할 때 긴급 상황이 생기면 구해줄 보조 요원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고 강조해요. 또 산소 호흡기와 젤 등을 항상 구비해 둔다고 설명해줘요. 호흡 곤란이 생기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조처를 한다고요.

커플들이 비닐 속에서 보통 얼마나 있나요?

촬영에 따라 달라요. 10분에서 40분 사이에요. 하지만 막상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몇 초뿐이에요. 지금까지 총 400커플이 참여했어요. 커플마다 2시간 정도 걸렸죠.


지금까지 촬영하다가 다친 사람도 있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그것보다 모델이 몸집이 커서 비닐에 못 들어가는 경우는 있었어요. 비닐에 막상 들어가면 할 수 있는 포즈가 많이 없어요. 촬영 전에는 다들 무서워해요. 촬영이 끝나면 다들 재미있다고 해요.

마치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 탄 뒤처럼.

촬영할 때 돈도 주나요?

촬영 결과가 나오면 인쇄물을 줘요.

작업하면서 비판을 듣기도 했나요?

칭찬도 비판도 있어요. 하지만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왜 어떤 커플은 옷을 벗었고 어떤 커플은 입었나요?

항상 커플들의 선택을 존중해줘요. 커플들은 촬영 장소에서 의상을 선택해서 입을 수 있어요. 누드로 촬영하는 것도 여러 가지 옵션 중의 하나인 것뿐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촬영하나요?

연인들이 비닐 안에 들어가요. 그러면 공기를 진공 상태일 때까지 빼내요. 그다음 10초 안에 촬영해야 해요. 정말 찰나에 불과해요. 이 몇 초 안에 셔터를 두 번 이상 누르기가 어려워요. 저도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마지막 사진 참조).

완전 두렵더라고요.

진짜 무서울 것 같아요.

여러 번 촬영하는 동안 진공 비닐의 압력이 더 세져요.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이 대화하기 시작하죠. 팔이나 관절의 곡선들이 여러 모양을 만들어내요. 연인은 비로소 하나가 될 때까지 가까워져요. 사랑을 진공 포장한 걸 보고 있으면 세상이 평화롭다고 느껴져요. 진공 포장은 절정을 만드는 수단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누군가와의 연결이에요.

작품은 친밀함을 말하는 건가요, 신뢰를 말하는 건가요?

연인이 서로 밀착돼 보이잖아요. 저는 항상 두 사람을 최대한 붙여 놓으려고 노력해요. 공기를 모두 빼내서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요. 일체감을 초월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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