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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뒤에 가려진 드래그 퀸의 사랑 이야기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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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드래그 퀸 나나영롱킴이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VICE와 인터뷰 후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나나는 “장기 연애하고 있는 드래그 퀸 동료 밤비와 쿠시아가 부럽다"며 “애인이 드래그 퀸 일을 하도록 격려해줄 뿐 아니라 같이 도와주고 좋아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게 사랑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출처VICE

어쩌면 사랑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하는지 모른다. 나아가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 나도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돼 주는 일.

이건 드래그 퀸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나영롱킴(나나·김영롱·33)의 사랑관이다. 흔히 드래그 퀸은 한국에서 단순히 공연하는 여장남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나는 드래그 퀸을 ‘드래그 아티스트’라고 정의한다. 여자뿐 아니라 무당벌레, 컴퓨터, 심지어 거품까지. 어떤 것도 의상과 메이크업, 퍼포먼스로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해서다. 2007년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는 나나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공연을 선보인다. 그렇지만 화려한 의상과 두꺼운 메이크업 뒤에는 다른 여느 이들처럼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하는 한 명의 사람이 있다.

VICE는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나나를 만나 드래그 퀸의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VICE

나나는 처음부터 ‘자신을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자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하는 일을 숨기고 상대의 눈치도 봤다고 한다. “아무래도 직업이 생소하고 특이하다 보니까요. 소수 중의 소수잖아요.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았어요. LGBTQ 커뮤니티 안에서도 같은 소수자인데 저희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왜 게이 욕 먹이고 다니느냐고요.” 심지어 직업을 숨기고 연애하다가 들켜서 헤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업을 공개하면서 연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즘에는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물론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다행히 이 일을 해도 접근하는 남자가 있어요. 희한하게 예전에는 ‘팬이에요'가 전부였는데 요새는 ‘팬이에요. 혹시 밥 한번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면서 적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시선이 확실히 많이 달라졌어요.”

연애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저부터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어요. 요즘에는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일이 마음에 안 들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다가가는 편이에요.” 직업도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너무 나대는 바람에 얼굴이 알려져서 숨길 수도 없어요(웃음).”

최근 10년 전과 5년 전 두 차례 사귀다가 헤어진 전 애인과 다시 연락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나나는 전 애인을 떠올리면서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드래그 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새삼 실감했다. 처음 전 애인을 만났던 10년 전 한국에서 드래그 퀸은 낯설었다. 그때는 직업을 숨긴 채 만나서 전 애인이 헤어질 때까지 몰랐다.

5년 전에는 이미 알고 다시 만났다. 그리고 최근에는 나나가 유명인이 돼서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다. 나나는 “전 애인이 드래그 퀸이라는 것보다 유명하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처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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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애인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어요. 근데 이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나 봐요. 아마 저랑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바뀐 것 같아요. 한 번은 그 친구가 말하길 회사에서 여직원들이 제 유튜브를 보고 있었대요. 속으로 으쓱했었나 봐요. 또 한 번은 친구들이랑 제가 공연하는 클럽에 놀러온 적이 있어요. 그때 좀 챙겨줬어요. 술도 마시고 대화도 했죠. 주변 친구들이 나중에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꼬치꼬치 물어봤나 봐요. 전에는 밥 먹고 카페에 가면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하고 케이크도 보내주고 해서 부담스러워했는데 이제는 크게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나나는 드래그 퀸 중에서 평상시 모습과 무대 위 성격이 비슷한 편이다. 밝고 활발한 성격이라 변신 전후로 차이가 별로 없다. 원래 성격을 확장해 남에게 즐거움을 주는 매력에 이 일을 한다. 반면 드래그 퀸 중에서는 무대 위에서 성격이 정반대로 달라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들은 평소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매력에 이 일을 한다.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평상시와 많이 다른 드래그 퀸 중 일부는 인스타그램에 변신 후의 사진만 공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나는 두 모습을 다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다.

“두 모습 다 좋아서요. 분장한 것도 '나'고 안 한 것도 '나'잖아요.”

사람들이 더 편하게 다가온다는 이점도 있다.

“분장한 모습을 보고 다가와서 연애했던 친구도 있어요. 옛날에는 그런 일이 잘 없었어요. 화장을 벗은 모습은 모르니까요. 지금은 화장 전후의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모두 아니까 부담 없이 말 거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요.”

출처VICE

나나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반복한 말이 있었다. 바로 ‘지금 하는 일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이었다.

이제 나나와 드래그는 뗄레야 뗄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자신뿐 아니라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저는 제 일에 자부심이 굉장히 커요. 물론 드래그 퀸은 세상에 많아요. 하지만 전 공연과 의상, 메이크업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신경을 많이 써요. 또 그걸 겉으로 잘 뿜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쉽게 말하면 덤빌 상대가 없다(웃음).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내가 최고로 예쁘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자신 있고 당당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나나는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남겼다.

“계속 색안경 끼고 봐도 괜찮아요. 이해 못 하면 할 수 없죠. 이해해주고 받아들여 주는 사람만 있으면 되니까요. 사랑해주는 사람 챙기기도 바빠요. 제게 욕할 때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정신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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