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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트랜스젠더가 성노동에 뛰어드는 이유

조회수 2020. 1. 8. 17: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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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에요" (레이디보이 어스)
출처: CALEB QUINLEY
'레이디보이' 어스가 자신이 일하는 업소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태국은 성 산업으로 유명하다. 고고바에서부터 마사지숍, 가라오케, 성매매 업소에 이르기까지. ‘미소의 나라’라고 불리는 태국은 ‘섹스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태국의 성 산업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나 여장남자를 뜻하는 ‘레이디보이’다. 이들은 태국 성 산업의 주요 특징이다.

레이디보이는 어떤 사람들일까.

대부분 외국인은 이들이 성노동을 왜, 어떻게 하게 됐는지는 잘 생각해보지 않는다. 일하는 배경을 알기도 쉽지 않다.

이유를 알기 위해 최근 태국 방콕으로 떠났다. 여기서 22세 트랜스젠더 여성 어스를 만났다. 어스는 사회적인 편견에도 "성노동이 자유롭고 돈 벌기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어스는 자신이 일하는 업소 앞 붉은빛이 내리쬐는 곳에서 과거를 회상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이 힘들었어요. 학위가 있는 데도 지원한 회사로부터 거절당하기만 했어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머니가 미용 학교에 보내셨어요.”

결국 미용실에서 일하게 됐지만 보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스는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성노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어스의 주변에는 성노동으로 전업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스가 같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줬다고 한다.

고고바 의상실.

태국의 트랜스젠더들은 이런 의문을 항상 품는다. 왜 카페나 미용실, 식당에서 8~10시간 일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만 해야 하는지. 방콕에서는 트랜스젠더의 경우 박봉을 주는 직장을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어스는 성노동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 업계에 들어왔어요. 부모님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도 부양해야 했어요. 저희한테는 가족을 부양하는 게 중요해요. 다른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요. 지금은 독립적으로 돈을 벌고 있어요. 이 일을 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죠."

태국에서는 다른 아시아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난 인재라도 트랜스젠더라면 괜찮은 생활을 영위할 만한 임금을 받기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경제적인 이유가 트랜스젠더를 성노동자로 만든다. 성 산업을 규제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이퀄아시아의 창립자 라이언 피게이레두는 “성노동이 불법이라고 해도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며 “아시아의 LGBTQ 커뮤니티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게이레두는 “트랜스젠더뿐 아니라 난민, 성매매자, 장애인, 노인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며 “우리 목소리가 특별한 계층에만 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발표된 한 논문은 태국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수천명이 직면한 위험과 경험을 최초로 풀어냈다. 이 논문은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60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이들이 겪는 착취와 신체적인 폭력, 성적인 폭력과 관련한 내용이다.

연구자들은 인터뷰한 성노동자의 81%가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시작했다고 적었다. 또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성폭력에 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터뷰 응답자의 3분의 2가 지난 1년간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4분의 1은 성폭행을 당했다.

이 논문의 통계를 언급하자 어스는 자신의 경험을 풀어놨다. 업계에서 악명이 자자한 한 남성이 있었다고 한다. 남성은 평소 사람을 때린다는 소문은 없었지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퍼뜨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찾아왔다. 어스는 “그 남성은 콘돔의 끝부분을 종이 영수증으로 자르는 식으로 병을 퍼뜨렸다”며 “섹스 뒤에 사용했던 콘돔의 윗부분이 잘려져 있던 것을 봤다. 보자마자 기겁해서 방에서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날 어스는 바로 병원을 찾았다. HIV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극도로 조심하고 콘돔 사용 전엔 꼭 이상 여부를 검사한다고 한다.

“정말 무서웠어요. 그 남성이 그냥 넘어가려고 했을 거예요.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어요. 나중에 쫓아와서 해코지할까 봐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어요.”

태국에서 소외된 성노동자는 트랜스젠더뿐이 아니다. 태국은 LGBTQ가 살기에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보통 핍박받으면서 산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브루나이나 인도네시아와 많이 비교된다. 브루나이에서는 최근 항문 섹스를 한 커플에 사형을 집행한다. 인도네시아에도 동성 커플을 대상으로 태형을 집행했다. 하지만 태국의 트랜스젠더들은 태국이 자신들을 용납할 뿐이지 포용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섹스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회적인 편견뿐 아니라 소외를 감당해야 한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디톤남의 설레스트 맥기 창립자는 “아직도 많은 문화권에서는 여성들이 훨씬 더 신체적으로 약하고 예민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지니고 있다”며 “하지만 소년들과 남성, LGBTQ 성노동자들도 마찬가지로 학대나 핍박에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맥기는 “어느 면에서는 남성과 트랜스젠더들이 여성들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이들은 (약하다는 사실이) 간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스는 성노동이 위험하고 잘못된 일이라는 이미지가 지금보다 더 선명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동정을 받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물론 어스는 이 산업에 영원히 남아 있을 생각이 없다. 언젠가 돈을 저축해 자신의 미용실을 열 계획이다. 그래도 어스는 성노동이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노동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성노동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많은 외국인이 저희를 깔보고 저희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희 일을 무시하면 안 돼요. 전 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하고 있어요.”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Asi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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