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내 나이가 어때서' 10살 신예 타투이스트의 반란

조회수 2019. 12. 30. 11:2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타투이스트 노코 니시가키는 나이와 시선의 굴레를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한다.
VICE Asia는 2019년을 ‘The Year We Woke Up’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올해 많은 청년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를 나아가게 했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청년을 응원합니다. 이 기사는 이런 청년을 위한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10살 일본 소녀 노코 니시가키는 친구들과 케이팝 듣기를 좋아한다. 학교에서 뛰어노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거워한다. 노코는 음식 중에서 연어 초밥에 빠져있다. 취미는 그림 그리기인데 특히 여우와 늑대 같은 동물 그리기를 재밌어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10살 소녀다. 하지만 노코가 다른 10살 아이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문신 시술을 실제로 하는 타투이스트라는 점이다.

“커서도 문신 시술을 계속 하고 싶어요.” 노코는 VICE에 이렇게 말했다.

노코는 세계 최연소 타투이스트다. 아버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투 아티스트 가킨(Gakkin). 가족들은 2016년 일본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다.

VICE가 화상통화로 네덜란드에 있는 노코와 인터뷰할 때 현지는 일요일 오전이었다. 노코는 10살 아이치고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이었다. 일자 모양의 앞머리가 이마를 덮었고 나머지 머리카락은 위로 올려져 있었다. 큰 귀걸이를 하고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노코가 타투이스트의 세계로 접어든 건 아버지 영향이 컸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타투이스트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처음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나요. 아마도 아기 때였겠죠(웃음).”

“엄마와 아빠가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해줬어요. 문신도요. 그렇게 타투이스트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정말 재밌었죠.”

이 소녀가 흥미로운 건 일본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는 문신을 부정적으로 본다. 조폭과 연관 지어 생각해서다. 한국에서는 의료 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의 문신 시술은 불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이런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온천이나 수영장, 해변에 입장할 때 몸에 문신이 있으면 입장이 거부될 수 있다.

하지만 노코의 부모는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가킨은 노코가 흥미를 느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뒀다. 메모장에 그림을 먼저 연습하도록 했고 다음에는 실리콘 피부와 인형에 연습할 수 있도록 방향만 잡아줬다.

노코는 6살 때 처음 타투를 시작했다.

“새와 고양이만 그렸어요. 일본에 살 때 고마지로라는 이름의 참새를 키웠어요. 가장 먼저 고마지로를 그렸어요. 제 첫 번째 문신은 고마지로를 보고 그린 거예요.”

노코가 처음 문신 시술을 해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첫 번째 손님은 아빠였어요. 그래서 떨지 않고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비용을 지불하는 손님에게 문신을 해줄 때 처음에는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노코는 VICE에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손님들에게 처음으로 시술해줄 때 사실 좀 무서웠어요. 많이 긴장했어요. 천천히 그리고 있었는데 손이 좀 떨리더라고요. 문신이 몸에 평생 남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했어요.”

나중에는 색깔을 덜 입혀서 문신을 음영 처리하는 방법도 배웠다. “색칠은 잘못하면 다시 할 수 있고 실수해도 덧칠할 수 있어서 쉬운 편이에요(웃음).”

노코는 다른 타투이스트에게 선물 받은 미국 화가 존 제임스 오듀본의 책을 참고해 새 그림을 그린다. 다양한 모양과 자세의 새들이 노코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새 말고도 고양이 그리기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노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정말 좋아해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그리기도 쉽고요.” 노코는 “처음 고양이를 그리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그걸 문신으로 그려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며 “그 후로 다른 사람도 와서 고양이 문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계속 그리다 보니 고양이 그리기를 더 좋아하게 된 셈이다.

초창기에는 마법 소녀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프리티 큐어’에서 나오는 분홍색, 라벤더색, 노란색을 그림 그릴 때 주로 썼다. 하지만 지금은 검은색을 주로 쓴다. 아버지가 작업할 때 주로 쓰는 진한 검은색이 딸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노코는 “엄마와 아빠의 영향을 모두 받았다”며 “엄마도 많이 도와준다”고 전했다.

아버지 말고도 좋아하는 타투이스트가 있을까. 노코는 러시아 타투 아티스트 사샤 유니섹스를 좋아한다. 동물을 소재로 몽환적인 수채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 특히 특유의 섬세한 선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아버지다. “정말 굉장해요. 아버지가 사람들 등 뒤에 커다란 작품을 그릴 때마다 놀라요. 전 작은 작품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피곤하거든요.”

노코는 유명해졌다. 지금은 유럽 전역에서 손님들을 확보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타투 행사 때는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곳에서 35번째 문신을 완성했다. 검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버섯 아래 사인을 한 문신이었다.

노코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여기에 작품을 올린다. 이 계정의 팔로워 수는 6만명에 가깝다. 계정에는 노코가 지난 몇 년간 얼마나 발전했는지 격려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노코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으려는 사람들의 댓글도 넘친다.

“언제 스페인에 오세요? 정말 만나고 싶어요.” @ __yolandagarcia__

“아티스트로 성장한 걸 보니 놀라워요.” @inconsistenseas

“아름답습니다. 노코 작품이 정말 좋네요. 벌써 프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다니 굉장해요. @alineleal13_

노코는 주중에 학교에 가야 해서 토요일마다 아버지의 '가킨스튜디오'에서 일한다.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고향인 일본에서는 아직 문신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노코는 조만간 편견이 깨지길 바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문신한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로 봐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문신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학교 선생님과 병원 의사 선생님도 문신이 있어요.”

노코는 “아직 제 몸에는 문신이 없지만 곧 있었으면 한다”며 “일본에서도 온천이나 수영장을 가고 싶기 때문에 너무 많이 그리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문신이 있으면 왜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제가 커서 성인이 될 때쯤에는 일본에서도 문신 있는 사람들이 온천이나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Asia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