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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과 쓰레기로 넘실대다..녹고 있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

조회수 2020. 11. 17. 12: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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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통'이 수십년간 쌓인 시신과 쓰레기를 뱉어내고 있다.
PHOTO VIA WIKIMEDIA

이 기사는 VICE 환경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 위치한 모든 VICE의 지사는 현지의 환경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또 지구 환경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다른 기사가 궁금하시다면 ‘환경의 극단적인 변화(Environmental Extremes)’를 확인해보세요.

네팔의 산악인 밍마 데이비드 셰르파는 2010년 에베레스트산을 첫 등반했을 때 시신을 목격했다. 당시 20세였던 밍마는 정상으로 가는 길에 시신 200여구가 깔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등산가들은 시신을 보고 산의 고도를 파악하곤 했다. 녹색 신발을 신은 등산가의 시신이 있으면 해발 8000m의 ‘죽음의 구역’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고통스러웠습니다.” 밍마는 시신을 지나야 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몇몇 시신을 보면 구조를 기다리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간 모습이 그대로 있습니다.”
네팔의 산악인 밍마 데이비드 셰르파가 산소통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OMKAR KHANDEKAR

밍마는 2016년에 호주 프로듀서 앤서니 고든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세계최초셰르파구조팀에 합류했다. 셰르파는 티베트계의 한 종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히말라야 등산대의 짐을 나르고 안내하는 인부 역할을 해왔다. 이 구조팀의 구성원은 모두 7명이었다. 7명은 출발 전 카메라 작동법 등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다.


이 팀은 에베레스트와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마칼루산을 돌아다니면서 시신 52구를 회수했다. 문제는 가파른 지형만이 아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의 위협도 상당했다. 지난해만 해도 계절에 맞지 않게 날씨가 따뜻해 쿰부 빙하가 에베레스트를 향해 이동했다. 이 사태로 등산가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밍마는 “가끔은 산에 너무 많은 눈이 쌓여 있고, 어떤 때는 너무 적은 눈이 쌓여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건 수십년간 눈과 얼음에 묻힌 시신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또 캔과 병 등 쓰레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산악인들이 드나들던 길을 중심으로 시신과 쓰레기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그 길에 있는 시신과 쓰레기를 모두 합하면 5000kg 정도다.

구조대가 에베레스트산에서 시신 4구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 SAGARMATHA POLLUTION CONTROL COMMITTEE, NEPAL

힌두쿠시산맥과 히말라야의 빙하는 급속도로 녹고 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5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빙하의 크기가 지금의 약 3분의 1 정도로 축소될 수도 있다.

운반되고 있는 쓰레기 더미. 사진: SAGARMATHA POLLUTION CONTROL COMMITTEE, NEPAL

에베레스트를 찾는 등산객이 과도하게 많은 것도 문제다.



올해 에베레스트에서 조난해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가 12명에 달한다. 최고 기록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등반을 한데다가 폭풍까지 맞물려 사망자 수가 많았다. 네팔 정부는 등반 허가를 383건이나 내줬다. 


이런 위험한 환경에 허가를 과도하게 많이 내줘 쓴소리를 듣고 있다. 사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835 달러(약 100만원)에 불과한 나라의 경우, 등산객 허가는 국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에베레스트 등반만으로 네팔은 한 해에만 4억4200만 루피(약 4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등산객 수는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어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에 영향을 미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와 시신을 시민사회와 함께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전 네팔등반협회장인 앙 체링 셰르파는 “청소는 환경에도 좋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도 환경 문제를 책임져야 합니다."

"제 증조부님은 1920년대부터 가이드를 했습니다. 그런데 네팔등반협회가 1996년 대청소를 하고 안 한지 오래 됐습니다. 저도 다른 셰르파와 청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쓰레기 약 7t을 치웠습니다.”

네팔인 짐꾼이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에서 짐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사진: REUTERS/LAURENCE TAN

이런 작업은 민간의 자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런 작업은 주기적이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이뤄진다.


2008년부터 앙 체링의 여행사는 수입의 20%를 연간 청소 작업을 위해 썼다. 여행사의 이런 노력으로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에 있는 쓰레기의 20.2t을 제거했다. 또 해발 8400m에서 시신 7구를 회수했다. 


앙 체링은 “이런 높이에서 회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평균 얼어붙은 시신 1구당 무게가 160kg까지 나간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 셰파르들은 이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대원이 에베레스트산에서 발견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 SAGARMATHA POLLUTION CONTROL COMMITTEE, NEPAL

네팔 정부는 2014년 새 규칙을 만들었다. 모든 트레킹 단체가 등반 전에 4000 달러(약 480만원)를 예치하고 예치금은 쓰레기 8kg를 가져와야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쓰레기가 보이면 가방에 담고 내려오자마자 처분하도록 하는 방침이다. 비정부기구(NG0) 사가르마타오염관리위원회(SPCC)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SPCC는 네팔 정부와 계약을 체결해 청소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올봄에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8팀이 쓰레기 10.5t과 시신 7구를 들고 하산했다. SPCC는 적어도 5년은 이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에서 사진촬영 하는 청소 캠페인 팀. 사진 SAGARMATHA POLLUTION CONTROL COMMITTEE, NEPAL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베레스트에는 여전히 쓰레기 30t 정도가 더 있다고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달 에베레스트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또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전 네팔의 산(최소 6500m 높이)을 등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체링 셰르파는 “가장 중요한 건 교육과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에베레스트는 네팔의 어머니입니다. 에베레스트를 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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