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대학내일

PC방 알바가 꿀이라기에, 제가 한번 해봤습니다

라면 좀 끓여 오라고? 39번 너는 비빔면이라고?

127,652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내 취미는 알바X 사이트 뒤지기야. 오늘도 텅텅 빈 잔고를 구제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다양한 시간대의 PC방 알바가 심심치 않게 보이는 거야. PC방 알바? 꿀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나. 뽑히기도 쉽더라. 전화하니까 내일 당장 출근하래. 그리하여 첫 출근을 했는데… 이 끊임없이 울려대는 주문창은 뭐지? 라면 좀 끓여 오라고? 39번 너는 비빔면이라고?


1. 손님은 앉아만 계세요. 알바가 다 해드립니다

어느 PC방에 가든 카운터에 중앙 컴퓨터가 있을 거야. 이 컴퓨터가 바로 PC방의 핵심이야. 계산, 재고 확인, 시간 충전, 컴퓨터 통제 등 모든 걸 이걸로 하거든. (손님이 컴퓨터로 뭐 하고 있는지도 다 보이는 거 알지? 야동 보지 마세요. 다 보여요.)


PC방 손님들은 앉은 자리에서 모든 걸 해결해.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가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지. 갑자기 필요한 게 생기면? 그건 알바를 시켜. 좌석에서 카운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거든. ‘헤드셋 좀 갖다 주세요’, ‘핸드폰 충전기 있어요?’ 아주 사소한 심부름부터, ‘컴퓨터 안 되는데 어떻게 해요?’ 지식인까지 해줘야 해. 참고로 컴퓨터가 안 될 땐 그냥 자리를 옮겨. 알바생도 컴퓨터 잘 모르거든.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로 ★주문 요청★이야. 손님은 앉은 자리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서 카운터로 요청을 보내. 그러면 알바가 조리를 하고 거스름돈을 챙겨서 자리에 갖다 줘. 아하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게임폐인 형 뒷바라지하는 막냇동생 심정이구나.

2. PC방은 365일 24시간 영업합니다

PC방은 알다시피 24시간 영업해. 그래서 PC방 알바는 보통 오전-오후 근무, 오후-저녁 근무, 야간 근무로 나눠져.


가장 편하다고 알려진 오전-오후 근무 시간대에는 일단 손님이 없어. 오전 9시 이전까지는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말 게임에 인생을 건 사람만 살아남아 있거든. 그러다보니 오전의 주요 업무는 손님맞이 청소야. 약 100개 정도 되는 좌석의 모니터, 키보드, 심지어 의자까지 모두 닦아야 해.


청소를 다 하고 나면 손님들이 몰려와. 물론 주문도 함께. 그때부터 대환장파티가 시작되는 거야. 누구 한 명이 라면을 시키잖아? 라면 냄새를 맡은 거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라면을 주문해. 음식 해줘야 하지, 계산 해줘야 하지, 먹고 나면 치워야 하지, 그와중에 초딩들은 계속 자리 바꿔 달라고 하지. 혼돈의 카오스가 따로 없어.


혼돈의 시간도 밤 10시가 지나면 조금 안정돼. 하지만 사람이 적다고 마냥 좋아할 건 없어. 야간의 손님은 위험할 가능성이 높거든. 생각보다 PC방에 술 먹고 오는 사람이 많아. 술 취해서 그냥 자고 가면 양반인데, 바닥에 토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새벽에는 암암리에 실내 흡연을 허용해주는 매장도 많아. 밤샘+간접흡연. PC방 야간 알바는 건강 버리기에 딱 좋은 자리야.

3. 초딩부터 아재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

PC방 알바는 서비스직이긴 하지만 진상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야. 게임에 열중하느라 알바생한테 별로 관심이 없거든.


특이한 점이라면 초딩부터 아빠뻘 아저씨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아와. 어느 날은 매장으로 전화가 온 거야. 받아보니까 초딩 자녀를 둔 어머니시더라. 애가 학원을 빠졌다면서 PC방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하셨대. 저기 34번 자리에 앉아있다고 말씀드렸지.


초딩만큼이나 많은 게 아저씨 손님인데, 가끔 고맙게도 집에서 싸 온 음식이나 붕어빵 같은 걸 나눠줘. 물론 그렇게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담배 심부름을 시킨다거나…)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해. 어딜 가나 돌아이는 있는 법이니까.

4. 알바생을 소소하게 빡치게 하는 것들

앞서 말했듯, PC방 손님들은 알바생에게 관심이 없어. 근데 가끔은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어. 음식 갖다 주러 왔는데 아무리 불러도 못 듣고 그러면 조금 화나. 예전에 게임하던 나를 보며 한숨 쉬던 엄마의 마음이 이해 간달까? 이런 식으로 별거 아니지만 소소하게 빡치는 순간들이 있어.


1. 이건 보통 초딩 친구들이 자주 그러는데, 자리를 시도 때도 없이 옮겨. 자리를 옮기면 카운터 컴퓨터에 휴지통 모양의 아이콘이 뜨거든. 청소하란 뜻이야. 그럼 키보드랑 마우스 닦고 각 잡아서 정리해야 해. 얼마나 성가시겠어. 그런 의미에서 한 자리에서 아무것도 안 시키고 오랫동안 게임만 하는 손님이 최곤데…


2. 다음으로는 비빔면 시키는 사람이 미워져. 그거 끓이기 진짜 귀찮아. 면 끓이고, 물 빼고, 면 헹구고, 소스도 비벼줘야 하잖아. 주문 밀려있을 때 비빔면 끓여달라고 하면 솔직히 좀 야속해.


3. 사실 앞서 말한 것들은 귀여운 투정이고, 제일 힘든 건 밥 먹을 때야. 한가해져서 이제 밥 좀 먹어볼까 하면 갑자기 사람들이 날 불러. 알바생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손님도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나 봐. 그래, 그럴 수 있지. 라면 냄새가 좀 유혹적이어야지. 그래서 저는 알바할 땐 늘 불어터진 라면을 먹는답니다. ^^ 

5. 혼자서도 잘해야 해요

PC방 알바는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아. 매장이 크고 사람이 많은 시간엔 두 명이서 일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같이 일하는 사람도 없고 사장님도 없어(!). 그래서 한가할 땐 카운터에 앉아서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이런 점에서 꿀이라는 소문이 난 게 아닐까 싶어. 한가한 시간엔 혼자 공부를 하든 드라마를 보든 멍을 때리든 아무도 제지하지 않으니까.


근데 이건 일이 없을 때 얘기고, 일이 생기면 뭐든 혼자 다 해야 해. 재고 채우는 동시에 정산하고 음식하면서 계산까지 한다고 생각해봐. 혼자 일하는 게 그렇게 싫어질 수 없을 걸.

6. 정리

정리하지면, PC방 알바는 난이도 최하의 알바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다른 서비스직에 비하면 손님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 좌석수가 적고, 근무 시간대가 좋은 매장을 골라 간다면, 적당히 시간 때우면서 말 그대로 꿀알바를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쉬운 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어.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멀티태스킹에 자신이 있다면 추천. 알바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싶다면 비추천!


director 김혜원

illustrator 이정민


대학내일 신한솔 에디터 gksthf4658@gmail.com

[대학내일] 20대 라이프 가이드 매거진

작성자 정보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