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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워라밸'이 중국보다 구식"이라는 美 최고의 벤처투자자

TTimes=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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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더블린 사무실

출처facebook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 마이클 모리츠가 창업가들에게 던진 '쓴소리'가 실리콘밸리를 발칵 뒤집어 놨다. 밤낮 없이, 주말 없이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중국 엔지니어들을 칭찬하며 이들을 배우지 않는다면 실리콘밸리가 중국에 패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세콰이어캐피탈 창업자 마이클 모리츠는 지난 17일 파이낸셜타임즈에 '실리콘밸리는 중국의 리드를 따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기고했다. 그는 구글, 링크드인, 페이팔 등 세계적 기업의 초기 투자자이다. 그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을 이렇게 평가했다.

"캘리포니아는 인생의 불공평에 대한 불평으로 가득하다. 회사강연회에 초대된 연사의 정치적 감수성에 대한 지적부터 남성 육아휴직은 얼마나 돼야 적당한지, 사내 밴드연습을 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투덜거림 등 온갖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그러면서 그는 "격렬하게 일한다"며 중국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베이징 사무실공유 스타트업 '테크템플'

출처bloomberg
아침 일찍 나와 밤늦게까지 일하고

"매니저급은 아침 8시면 일터에 나와 밤 10시까지 떠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이렇게 주6일을 일하고, 주7일을 일하는 사람도 많다.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엔지니어들은 자정이 되서야 퇴근한다. 임원들이 저녁을 먹으며 회의를 2~3개씩 연달아 하는 것도 일상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잠깐 낮잠을 청하는 모습은 놀랄 일도 아니다."

주말도 반납하고 휴가 없이 일하며

"회사에서 주말 일정을 잡았을 때 '친구들과 농구연습을 해야 하는데' '애들 야구시합 보러가야 하는데'라며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주일을 쉬는 춘절(설날)과 국경절(9월)을 제외하고는 휴가도 거의 가지 않는다. 회사 근처에서 살고자 하는 직원들을 위해 테크놀로지 회사들은 임대주택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자녀들 얼굴도 못보고 일하며

"아직 임원급에 오른 비율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중국 테크놀로지 업계에 여성들의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야심이 넘치는 여성들은 하루에 겨우 몇 분 자녀를 볼 수 있는 삶도 감수한다. 아이들은 할머니나 보모가 대신 길러주곤 한다."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평 없이 일한다.

"이들 머릿속엔 검소함도 뿌리 깊게 박혀있다. 아무리 잘나가는 IT기업이라도 700달러(약 75만원)짜리 사무실 의자, 대형 평면모니터가 달린 컴퓨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무용 가구는 단출하며 대부분은 노트북 한 대를 놓고 일한다. 직원 1인당 공간은 80~100평방피트(2.3~2.8평) 정도. 캘리포니아 직장인들은 2~3배 크기의 공간을 쓴다.

장거리 출장이라 해도 직원들 대부분은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호텔방을 함께 쓰곤 한다. 나 같은 서양인의 눈에는 녹차 티백 하나도 재사용하고, 겨울철에 코트를 껴입고 책상 앞에 웅크려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얼마나 놀라운지 모른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방식이 서양인들에게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겠지만 중국 기업들의 성장은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을 '구식'으로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 본사 사무실

출처bloomberg

마이클 모리츠는 일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CEO에게 투자하기로 유명한데 "그런 CEO는 미국보다 중국에 훨씬 많다"고 말한다.

2014년 '광군제'를 보고는 "실리콘밸리가 한 세기(100년)에 걸쳐 이뤄놓은 것을 중국의 테크놀로지 업계는 한 세대(30년)만에 따라잡았다"며 링크드인에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잭 마윈같은 중국 기업가들의 능력이 서양 기업가들보다 떨어진다 할 수 있겠는가. 서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테크놀로지 업계에서 이들이 지금은 불리해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25년이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중국 기업가정신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궁핍함과 어두운 시절에 대한 기억이다. 이 기억은 직장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내달릴 수 있는 무궁한 힘을 만들어낸다. 실리콘밸리에서 주7일, 12시간씩 가동되는 알만한 회사의 이름을 하나라도 대 보라. 중국에선 흔한 일이다."
(마이클 모리츠, 2014.11.12, 링크드인)

마이클 모리츠가 예상했듯 그의 주장에 대해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정치적 자유도, 표현의 지유도 없는 중국과 전 세계 테크놀로지의 심장인 실리콘밸리를 비교한 것에 크게 자존심이 상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IT기업을 더 이상 '카피캣'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말이다.

'중국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심천 전경

출처bloomberg

1.  "중국 창업가들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에 감동받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발언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난 18일 "중국의 2030 창업가들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에 감명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 기업가들은 실리콘밸리를 성지 순례하듯 방문하고 영감을 얻어갔지만 최근에는 시큰둥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중국 창업가들은 고향에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던 사람들이다. 심지어 카드게임을 할 때 베팅도 모바일로 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아직 신용카드를 주로 쓴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했다. 이곳엔 중국 도시처럼 늘어선 공유자전거도 없고, 1시간 안에 배달되는 음식주문 서비스도 없었다.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최첨단 출입 보안장치도 볼 수 없었다. 중국 IT기업의 덩치가 커지고 경쟁력을 갖출수록 실리콘밸리의 매력은 사그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2018.1.18)

2. "실리콘밸리를 폭스콘처럼 만들 순 없지만 일리 있는 지적"

미국 월간지 '배니티 페어'는 모리츠의 주장에 대해 "사무실에 약간의 사치가 있다고 해서 실리콘밸리를 중국 폭스콘 공장처럼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면서도 그의 입장은 일견 이해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경제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있고,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기업들에 대한 두려움이다.

① 바이두 : 2018년 내 자율주행차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② 위챗 : 사용자 수가 10억명에 달한다.

③ 화웨이 : 2016년 전 세계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신청한 회사이다.

"5년 전만 해도 미국 IT리더들은 중국의 베끼기와 질 낮은 전자기기를 비웃었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 1700억 달러(약 182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배니티페어, 2018.1.19)

3. "실리콘밸리의 명제가 틀렸을 수 있다"

IT매체 테크크런치는 미국인들이 이 발언에 극심한 반발을 느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리츠의 말은 딱히 틀린 게 없다. IT분야의 중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보다 직원복지에 신경을 덜 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남성 육아휴직을 앞 다퉈 채택하고 있다. 무제한으로 휴가를 주기도 하고, 높은 급여 외에 점심식사와 마사지 같은 혜택을 내세운다. 이익을 내기도 전에, 심지어 투자를 받기도 전에 말이다.

만일 이런 혜택이 의미 있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이상적인 조건이라고 한다면 왜 중국에 대해 걱정하는가? 중국인들이 아무리 죽을 때까지 일해 봐야 똑똑하게 일하는 미국인들이 승자가 될 것이라면 말이다.

문제는 그 명제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 근무시간이 35시간밖에 안되고 무제한 휴가를 쓰는 회사가 100시간씩 일하는 회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모리츠는 도덕적 관점과 휴머니즘이라는 측면에선 틀렸지만 분명 현실적으로는 맞는 말을 했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분노는 그가 옳을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은 아닐까?"
(테크크런치, 2018.1.20)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장시간 노동이라면 중국에 뒤지지 않는 게 우리나라의 근로 현실이다. 이제야 '워라밸' '삶의 질'을 추구하며 실리콘밸리를 배워보려 하는데 정작 그 실리콘밸리에선 거꾸로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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