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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견문록①] AI를 적용할 줄 아는 기업과 모르는 기업

조회수 2017. 10. 17. 1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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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상의 인공지능 견문록①
필자 유경상은 구글 코리아에서 소비자 마케팅 총괄 업무를 했다. 이후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부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했고, 다시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구글의 차세대 광고상품인 'AdWords Express'의 글로벌 전략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 SK플래닛에서 Biz혁신실장을 맡아 전사 전략 및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혁신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리더를 선정해 수상하는 아이젠하워 펠로우쉽에 한국을 대표하여 선정되었다. 아이젠하워 재단의 초청으로 ‘인공지능이 경제/사회/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17년 4~5월 두 달 간 뉴욕, 시카고, LA, 워싱턴DC 등 11개 도시를 방문해 100여 명의 정부 및 학계, 기업의 리더와 전문가를 만나고 돌아왔다. 이 글은 그 탐방 보고이다.

2016년 초 구글의 딥마인드가 만든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이세돌을 이긴 이후 우리 모두에게 인공지능은 먼 미래의 이야기만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주위에서 쉽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주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재미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경제와 산업,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거시적 관점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공지능이 어디부터 적용이 될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다양한 영역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즉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나 자율 주행 자동차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변화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더 큰 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을 아마존 에코와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고 자율 비행 드론을 통한 배송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2017년 초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이러한 인공지능의 ‘보이는 변화’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 중 극히 일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베조스의 말처럼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인공지능의 승리는 관측되고 있다. 아마존만 해도 우리가 아마존에 접속해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변함이 없다. 아마존 홈페이지 역시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러나 정작 사이트에서 과거엔 아마존 직원들이 추천 상품을 선정했다면 이제 인공지능이 이를 도맡아 한다. 주문을 처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또 구글 지메일의 영어 버전은 스팸메일 차단률이 거의 100%이다. 굳이 사용자가 지정하지 않더라도 지메일에 결합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스팸메일함으로 분류한다. 스팸 메일을 발송하는 이들이 스팸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친구에게 보내는 것처럼 보내기도 하고, 아주 중요한 메일처럼 꾸미기도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인공지능이 이를 걸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오토(OTTO)를 방문해 이들의 무인 트럭을 탑승해봤다. 조금 무섭긴 했지만 운전 실력이 아주 훌륭했다. 다음 날 우연한 기회로 미국 화물운수조합 관계자들을 만나게 됐는데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커머스의 발달로 앞으로 3만명의 새로운 트럭 운전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오토 이야기를 했더니 그들의 반응은 그냥 놀랍다는 것. 그들도 인공지능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여전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렇다.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은 괜찮겠지’ 라는 것. 미국 내에서도 이 괴리는 심각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미친 듯 혁신이 이뤄지는데 동부의 정계와 학계는 여유롭다.

이외에도 기존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는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러한 변화를 기존의 대기업이 아닌 다양한 영역의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 만났던 센티언트(Sentient)라는 스타트업은 수많은 인공지능 기반의 투자 봇을 만들고 서로 경쟁시켜 가장 뛰어난 실적을 가지는 Bot이 살아남게 하는 방법을 통해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었다. 또한, 큐벤투스(Qventus)라는 스타트업은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분석해 의사의 급한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발견해 알려주는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바타(Avata)라는 스타트업은 정부와 협력하여 인공지능을 활용해 테러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인공지능의 활용을 전제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인공지능 네이티브(AI-native) 회사들은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려운 대기업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들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런 솔루션과 서비스는 최종 고객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이를 적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쟁력 차이를 벌리고 있었다.

인공지능 기반의 솔루션과 서비스가 더욱 무서운 점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오늘날의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학습하며 그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즉,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서비스에 먼저 적용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여 이를 사업경쟁력 개선에 활용할 수 있으며, 개선된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더 많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다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선도기업이 계속해서 그 경쟁력을 강화해나가는 ‘Winner-takes-the-most’ 형태의 경쟁 구도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단순히 일부 IT기업들이 눈에 보이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활용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새로운 인공지능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이 이런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인공지능 특성상 이를 사업운영에 적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사업 경쟁력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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