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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 여행객들이 공항 대신 간다는 이곳의 정체

조회수 2021. 5. 10.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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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사무실에서 일하다 문득, 공항이 가고 싶어졌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어떤 소음도 잡아 삼키는 높은 층고, 창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해외 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후로 줄곧 공항이 그리웠다. 무엇보다 어디론가 떠나기 전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 가장 그리웠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나만 이렇게 공항을 그리워하는 건 아니었나보다. 공항을 콘셉트로 한 독특한 카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회가 된다면 꼭 들러볼 생각에 저장을 했었다. 출장 차 방문한 장소와 카페가 가까워 잠시 머물렀다. 광고나 협찬이 아닌 내돈내산으로 커피 한 잔 마시고 후기를 남겨본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을 준수했습니다.

33게이트는 '전리단길'이라고 불리는 부산 전포동 골목에 위치한다. 33게이트를 찾아가는 중간에도 감성적인 카페들이 많이 보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외부 간판은 작은 남색 입간판이 전부이기 때문에 지나칠 수 있다. 안전 상의 문제도 있고 최대한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구경하고 싶어 오픈 시간인 12시에 맞춰 찾아갔다. '손님이 너무 많으면 안되는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귀여운 판넬과 투명 캐리어가 반겼다. 분명 나무로 만든 벽인데 공항 느낌이 나는 건 조명과 깔끔한 판넬 때문이 아닐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안에서 공항 안내 방송이 영어로 흘러 나왔다. 슬쩍 들어보니 뉴욕가는 비행기 탑승 5분 전이라는 내용이었다. 분명 가짜 방송인데 이런 디테일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진짜 공항은 스틸 소재가 많이 쓰여 차갑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33게이트는 따뜻한 버전의 미니 공항 같다. 벽면에 부착된 포스터와 표지판, 비행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의자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 없다. 공항에 비치된 의자와 비슷한데 쿠션감은 더해 앉아있을 때 편안함을 느꼈다. 2인이 왔을 때에는 중간 테이블에서 음료와 음식을 먹는 게 조금은 불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불편한 테이블이 공항 느낌을 확 살리니 사장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메뉴를 주문하고 비행기 티켓을 한 장 받았다. 직원분이 옆에 있는 프린터기로 이름을 뽑으면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이름을 자유롭게 입력한 다음 스티커로 뽑을 수 있는 인쇄기는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 났다. 내 이름을 하긴 왠지 머쓱해서 'TRIP-PLUS'로 뽑아 뉴욕행 비행기 티켓에 붙였다.

아이폰 인물사진 모드로 찍어본 티켓. 이렇게 배경을 흐리게 날리니 더욱 공항 느낌이 나는 듯 했다. 좌석 번호까지 찍힌 뉴욕행 티켓을 요리조리 찍고 있으니 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며 인증샷을 찍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런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33 에스프레소'라는 메뉴를 주문했다. 레드벨벳 파우더가 올라간 에스프레소 라떼였다. 평소에는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는데 해외 여행지에서는 괜히 현지 사람들을 따라 에스프레소 한 잔 마셔보곤 했다. 조금은 쑥스러운 그 기억을 따라 오랜만에 에스프레소를 선택했다. 우유가 약간 들어가 부드러운 편이고 음료 위에 올라간 레드벨벳 파우더를 마시면 단맛을 살짝 더해진다. 주문할 때 "목이 마른 음료이니 드시다가 불편하시면 얘기해주세요."라고 하셨는데 정말 목이 마르긴 했다. 갈증 해소를 원한다면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편을 추천한다.

출처: 이미지 출처 = 33게이트 인스타그램

아침을 먹고 방문해 배가 불러서 차마 주문하지 못한 메뉴들이다. 먼저 '크림화이트'라는 메뉴인데 터키의 카이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메뉴다. 한국 우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꾸덕한 질감의 크림과 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게트가 함께 나온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맛보는 터키의 맛이다. 다음은 매일 한정수량으로 판매되는 '끼리치즈케이크'. 꾸덕한 치즈케이크 위에 달달한 크림치즈무스가 올라가는데 오전이면 품절되는 인기 메뉴이다.


낯선 공간이어서 그랬을까. 부산이 아니라 더 멀리 떠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공항에서 있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은 덤. 해외 여행에 대한 갈증이 살짝 채워지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장소였다. 다음 해외 여행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시 공항을 방문하면 이 기억이 떠오를 것만 같다. '해외 여행이 가고 싶어 공항 콘셉트의 카페를 방문할 때도 있었지...'하면서 말이다. 코로나가 다 지나간 시점에 어떤 후회도 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충실히 채워야겠다는 소소한 다짐을 하며 공항을 닮은 공간을 빠져나왔다.





정미진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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