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한번에 정복하는 극한여행, 가능할까?
Q 코로나 전후로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요.
A 신규회원이 늘었다는 점이요. 코로나 이후(2019년부터) 가입한 고객을 비교해보니까 웹가입자수는 전년도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평생회원도 약 2.5배 증가했어요. 전체 가입자 수의 15% 정도가 코로나 이후 가입하신 분들이세요. 올 3월부터 경남웰니스관광 상품, 3peaks challenge 상품판매 등 새로운 상품을 공개하고부터는 지난달 대비 모바일 유입수가 약 4배, PC 유입수는 약 2배 증가했어요. 예전에는 단골들, 아는 사람들만 왔었는데 요즘은 손님층이 다양해졌습니다. 저희 상품처럼 ‘특수목적여행’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돈을 더 내서라도 컨셉이 있고 사람 적은 곳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물려받은 거죠.
A 2018년부터 아버지를 이어 제가 대표를 하고 있습니다. 1999년 3월 9일부터 아버지 밑에서 일을 시작했으니까 23년째 여행업을 하고 있네요. 저는 서울 시내 운전할 때만 스마트폰 내비를 켜고 지방에서는 안 봐요. 전에 타던 차가 스포티지였는데 10년 타고 폐차할 때 보니까 56만㎞를 뛰었더라고요. 한 달에 절반 이상은 집에 안 들어오고 답사 가거나 여행 상품 개발하러 다닙니다. 아버지가 여행지를 발굴하셨다면 저는 스스로를 여행 테마를 기획하는 콘텐츠 리더라고 소개합니다.
Q 아버님이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라고.
A 본래 산악인이셨는데 ‘무궁화관광’이라는 회사에서 가이드를 부탁받아 일하다가 동부고속관광(동부그룹의 여행사업부)에서 스카웃 해 20년 동안 국내 총괄을 하셨어요. 1998년 1월에 사업자를 내고 승우여행사를 시작한 거죠. 창업하고 나서 1년은 공치셨대요. 그러다가 1998년 말에 왜목마을을 소개하면서 대박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당시 중앙일보 여행담당 기자에게 전화해 “서해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마을이 있다”고 말했더니 기자가 “거짓말 마라”고 했대요. 호기심이 생긴 기자가 취재를 했고 기사가 나간 그 날 1년 동안 난 적자가 한 번에 만회됐대요. 기사 나가고 하루 만에 5000만원어치 예약이 잡혔대요. 기사가 그렇게 크지도 않았어요. 박스 기사였는데 진짜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귀에 멍이 들 정도였다고 했어요.
이원근 대표가 아버지 이종승씨랑 같이 여행 상품으로 개발해 대박이 난 여행지들도 많다. 강원도 인제 곰배령(2001년), 경북 예천 회룡포(2001년), 강원도 양양 흘림골(2004년), 강원도 정선 동강 할미꽃(2004년),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2005년), 강원도 홍천 문암·살둔마을, 경북 봉화 백천동 계곡(2007년), 강원도 정선 칠족령 등 여행 등 산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지역 사람들만 알음알음 가던 곳들인데 여행 상품으로 기획해 전국에서도 많이 찾는 여행지가 됐다. 이원근 대표는 이런 오지 여행지, 트레킹 여행지와 그 근처 맛집을 소개하는 여행 책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벨라루나)도 2015년에 출간했다.
Q 고객들 반응은 어땠어요?
A 저희도 이런 상품은 처음 진행해보는 거고 특히 작년 10월, 11월 상황이 너무 안 좋았잖아요. 취소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그러는 중에 손님들이 직접 저희 사무실로 찾아오셨어요. 경비가 워낙 비싸고 코로나 상황도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진짜 떠날 수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으셨나봐요. 이것저것 상담을 해드렸어요. 근데 그분들 표정을 보니까 이건 무조건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여행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10월은 기다림 11월은 만끽함으로 보냈다.’ ‘해외 국내 여행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있던 찰나에 이런 기회를 잡았다는 게 행운이었다.’ ‘두 번의 암 수술을 받은 환자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으며, 영육간에 즐겁고 행복하니 치유의 은사를 받은 거 같습니다.’ 다들 너무 좋아해주셔서 저희도 보람을 느꼈어요. 여행이 끝나고 그분들 사무실에 보셔서 완주패랑 인증서를 기념품으로 드렸습니다.
Q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3peaks challenge 소개 좀 해주세요.
A 이건 제가 2016년부터 생각해오던 거였어요. 그때 한국공항공사랑 지방공항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었어요. 비행기가 아니면 못하는 여행 일정을 만들었어요. 지리산 천왕봉 당일치기 상품, 포항 내연산 코스였습니다.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미 제주도 한라산 당일치기 여행은 저희 말고도 많은 여행사에서 하고 있던 거였고요. 그러다가 2019년 11월에 플라이강원이 양양~제주 노선을 시작하면서 사천에서 제주 가는 교통편 시간만 잘 해결하면 백록담·천왕봉·대청봉을 한 번에 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지난 3월 삼천포항~제주항 뱃길이 다시 열리면서 삼천포항에서 밤 11시에 출발해 제주에 다음날 새벽 6시에 도착하는 노선이 생겼어요. 이거다 싶었죠. 바로 세부 일정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첫날 오전에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사천공항에 내려 지리산 천왕봉을 가고 저녁에 배로 제주로 간 다음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양양공항에 내려 마지막 날 대청봉을 오르는 일정이에요.
Q 반응은 어떤가요.
A (4월 9일 기준) 현재까지 15명이 예약했어요. 예약하신 분들 보면 1명, 두 명 이렇게 신청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지방분들도 많아요. 해서 사천공항에서 집결하는 분도 계십니다. 6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 출발합니다. 토·일·월요일, 일·월·화요일 여정 중에 고르실 수 있어요. 다들 산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열의가 대단하세요. 어느 여행사에도 없는 프로그램이다보니 관심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초등학생 두 명 데리고 오시겠다는 학부형 고객도 있었고, 30~40대 산 많이 타보신 분들 중에서는 ‘나 이런 거 해봤다’는 마음으로 자부심 갖고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9월 출발까지 골고루 예약이 잡혀있어요. 어느 사회 복지관에서 연락 와서 일행이 12명인데 단독으로 그룹투어 해줄 수 있냐고 문의가 왔어요. 주로 해외 트레킹 많이 다니던 분들인데 해외를 갈 수 없으니 저희 거를 대안으로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참, 그리고 이 상품 덕분에 비정상회담에 나와 유명해진 영국 출신 탐험가 제임스 후퍼와도 만나게 됐어요. 제임스 후퍼가 방송 촬영으로 24시간 만에 한라산·지리산·설악산 정상을 찍는 3peaks challenge에 도전을 했대요. 소식을 듣고 제임스 후퍼에게 SNS DM을 보냈어요. 제 소개, 회사 소개 그리고 저희가 진행하는 3peaks challenge 상품을 소개했어요. 같은 생각을 하는 외국인을 만나 반갑다고했더니 고맙게도 답장이 왔어요.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어제(4월 8일)에 만났어요. ‘한국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싶은데 외국인이라 어려울 때가 있다’고 저한테 답사갈 때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Q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승우여행사의 방향성은?
A ‘끼리끼리 여행’ 소규모 패키지, 챌린지식 여행 상품을 계속 만들 거예요. 우리나라 30대 이상 인구 4명 중 1명이 당뇨 예비군이래요. 우리가 ‘트레킹 하면 몸에 좋아요’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데 이걸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계획하고 있어요. 6일이나 7일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첫날 당 수치 재고 전문 강사를 불러서 당뇨에 대해 예방 교육받고 아침마다 필라테스 요가 강사를 불러서 명상 운동하고 그 주변 여행지 가서 하루에 1만보씩 걷는 코스를 만들 거예요. 그리고는 마지막날 혈당 재고 얼마나 나아졌는지 알려주는 거죠. 이렇게 하면 생활 패턴을 바꾸고 체질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있어요. 문화부 테마여행 10선 4권역 상품으로 제안서를 냈어요. 또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여행도 계속 개발할 거예요. 스마트폰을 못 하는 세대들은 여행에서 조차 소외됩니다. 그들을 위한 여행도 만들 거예요. 올 하반기부터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담당 직원도 뽑을 겁니다. 내년도부터는 인바운드 쪽도 사업을 생각 중이거든요. 또 트래블 버블 이야기가 나오면 기존에 승우여행사에서 해오던 일본·태국·대만·홍콩 등 오지 트레킹 상품도 상황 봐서 재개를 할 거예요.
Q 자신의 국내 인생 여행지 3곳을 꼽자면.
A 울릉도 석포일출일몰 전망대. 울릉도여행 중 렌터카로만 갈 수 있는 곳이에요. 해질녘 전망대에 올라 해지는 모습부터 야경과 별빛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하룻밤 캠핑하고 싶어 지는 곳입니다. 두 번째로는 동강 칠족령, 5월에 칠족령 전망대에 올라 동강의 곡류천을 보면 한없이 머무르고 싶어집니다. 물과 반영되어 비치는 뼝대의 풍광 또한 인생여행지로 손색이 없고요. 마지막은 두타산 베틀바위입니다. 국민관광지 1호인 무릉계곡의 베틀바위가 작년에 오픈했어요. 신선이 노닐던 무릉계곡도 볼 수 있고, 협곡과 기암괴석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입니다. 올 초에 수도골도 오픈되어 우리나라 최고의 풍광을 볼 수 있는 여행지로 꼽아봤습니다.
홍지연 여행+ 기자
사진=이원근 제공(※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여행 사진은 코로나 시국 이전에 촬영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