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대만 카스테라는 다 어디로 갔을까?"
연어 무한리필, 치즈 등갈비, 흑당 버블티, 마라탕, 그리고 대만 카스테라. 폭발적인 인기로 한번쯤은 들어본 음식들이다. 그 중 대만 카스테라는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식구들이 ‘차렸다가 금방 망한 집’으로 대사에 언급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방송 ‘먹거리X파일’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너무 낮아서 우후죽순 매장이 생긴 탓이다 등 “망한” 이유에 대한 추측은 많지만, 이제 주변에서 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오후에는 빵이 재고가 없을 정도로 잘 팔리는 집이 있다고 해서 직접 방문해봤다. 서울 인근에 남아있는 유일한 매장이라고 한다. 이제는 마트나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유물과 같은 대만 카스테라, 최근엔 강남에 한 백화점에 등장했다 사라진 바 있다.
그렇다면 비결이 뭘까. 사장님은 레시피를 ‘웰빙’으로 바꾼 것을 비법으로 꼽으셨다. 식용류를 쓴다고 시끄러웠던 이후로 식용류와 설탕은 최소한으로 넣게 되셨다고. 계란 논란도 있었기에 무항생제 계란을 “직접 까서” 넣고, 계란을 밀가루보다 4배 더 넣어 먹을 때 부담이 적게 조리법을 바꾸셨다. 네이버 쇼핑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근처 공원으로 소풍가는 사람들도 줄곧 잘 사간다고 한다.
먹기 전에 우선 이 귀여운 자태를 좀 더 살펴봐야했다. 예전 기억 그대로 생크림이 카스테라 안에 듬뿍 들어있었다. 갓 구운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탱글탱글한 빵과 새하얀 생크림의 조화는 여전히 군침 도는 비주얼이었다.
먹기 좋게 썰어 생크림을 빵보다 많이 묻힌 후 한 입 먹어보았다. 부드러워서 씹지 않아도 넘어간다. 카스테라와 생크림 모두 많이 달지 않아서 계속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생긴 것만 부담스럽지 맛은 부담스럽지 않은 대왕 카스테라.
하루에도 수많은 것들이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광활한 정보들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한순간에 집중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 속 존재했던 것들은 관심이 사라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대만 카스테라의 멸종(?)을 막아내신 사장님이 계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화젯거리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가끔은 과거를 돌이켜보며 궁금증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손지영 여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