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최고 인기 온라인 체험으로 등극한 '한식 만들기' 정체

조회수 2021. 3. 23.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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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주 예약건수 1위 등극한 ‘한식 만들기’ 온라인 체험

호스트 장완정씨를 소개합니다.


올해 초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뒤지면서 신나게 랜선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숙소 구경도 하고 코로나가 끝나면 어디를 가볼지 위시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솔깃한 뉴스 하나가 눈을 끌더라고요.


출처: 에어비앤비 캡처

2021년 1월 10일 에어비앤비가 발표한 ‘미국 50개 주에서 2020년 가장 많이 위시리스트에 저장된 숙소와 가장 많이 예약된 온라인 체험’이었는데요. 50개 숙소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체험 파트로 넘어갔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예약된 체험이라기에 솔직히 무신경하게 사진을 넘기고 있었는데요. 글쎄 ‘Korean Food Revolution’이라는 한식 만들기 체험이 있더라고요. 사진 속 그녀는 까만 머리에 동양인이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클릭해 들어가서 보니 호스트가 한국인이더라고요.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프리랜서 ’Food Writer’가 진행하는 한식 체험이 어떻게 미국 하와이에서 최고 인기 체험으로 꼽히게 된 걸까요. 그녀에게 에어비앤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완정이라고 합니다





Q​ 간략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푸드 라이터이자 작가 장완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관광 경영학을 전공했고 영국 이스트 켄트 컬리지(East Kent College)에서 페이스트리와 제빵 과정을 마쳤어요. 그리고 2004년에 같은 학교 ‘파티세리&콘펙셔너리 전문가 최고 과정’을 이수하고 강사로도 활동했어요. 13년간 한국 월간지 ‘파티시에(Pâtissier)’에 기고한 푸드 라이터입니다. 기고한 원고를 추려 2013년 첫 책 『떠나고 맛보고 행복하다』(비앤씨월드)와 2019년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다니!』(밥북)를 출간했습니다. 2020년에는 ‘에어비앤비 온라인 요리 체험’에 동참해 ‘코리언 푸드 레볼루션(Korean Food Revolution)’ 클래스를 진행하는 호스트로 전통 한국 요리와 퓨전 요리를 가르치고 있어요.

Q 2020년 미국 하와이주에서 가장 많이 예약된 온라인 체험으로 뽑히셨어요. 소감이 어떠셨어요?





A 전혀 생각하지 못한 뉴스를 접해 놀랍고 무척 기뻤습니다. 제 온라인 쿠킹 클래스에 참여했던 게스트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정말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Q 하와이 사람들에게 한식 체험이 인기를 끈 이유가 뭘까요?





A 초반기에 의외로 다소 많은 하와이 게스트들이 김치를 배웠습니다. 그 후 친구들 혹은 가족까지 동반해 김밥, 비빔밥, 닭튀김 등 여러 클래스를 거듭 참여하더라고요. 100여 년 넘는 하와이 이민 역사 속에 스며든 한식의 맛이 하와이인들에게 친숙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와이에서 유학생 시절을 보낸 지인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하와이에 일본인 이민자들이 많다. 그리고 워낙 한류 K-드라마가 인기라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한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들이 있다. 이런 이유로 한식 만들기 체험이 하와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답했다.



Q 에어비앤비 체험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A 2020년 6월 27일에 첫 클래스로 김치를 진행했습니다. 2020년 3월 영국에서 첫 록다운이 시작된 후 어느 날 아들이 에어비앤비 온라인 요리 체험에서 세계인들을 상대로 김치를 가르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듣는 순간 귀가 솔깃하고 흥미로워서 “그래, 해보자!”라며 흔쾌히 응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온라인 요리 체험은 특성상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광범위한 거점(base)입니다. 예로 5~6개국 이상 되는 게스트들을 공간과 시간 개념 없이 영상을 통해 만나 대화도 하면서 맛난 요리를 가르칠 수 있어요. 막막한 팬데믹 시대에 이보다 좋은 게 있나 싶었어요. 또 제 주방을 단순하고 간편하게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매우 큰 이점입니다. 이런 기회를 용기 있게 결정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마음을 먹었다고 곧장 시작한 건 아니었다. 에어비앤비에 서류와 비디오를 보내 심사를 통과하는데만 거의 7~8주가 걸렸다. 장완정 호스트의 ‘Korean Food Revolution’에서는 한국식 치킨, 비빔밥, 계란말이, 불닭 부리또, 쌈, 호떡, 김밥, 불고기 쌈밥 등을 가르친다. 체험료는 1인 2만2981원. 평점은 4.98점, 후기는 487개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함께 이야기하고 요리하고 먹고 즐기고





Q 체험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체험은 총 90분 동안 진행됩니다. 먼저 제 소개를 간략히 합니다. 제 책 이야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게스트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게 합니다. 클래스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교류 즉 상호작용(Interact)입니다. 제 클래스에는 ‘T.L.C’가 있습니다. 바로 ‘다정함(Tender), 사랑(Loving), 주목(Care)’인데요. 게스트마다 이름을 불러 개별 대화를 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세세하게 관심을 쏟아요. 또 게스트들이 재미있게 즐기면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주도합니다. 세계적인 세프들을 인터뷰하면서 제가 배운 소중한 경험담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요. 특히 중요한 건 서로 잡담도 주고받으면서 즐겁게 요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건데요. 주말에 록다운으로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온라인상에서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요리에 따라 도중에 간혹 맛을 보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된 요리를 즉석에서 먹기 시작합니다. 이때 맛본 소감을 게스트들에게 짧게 묻습니다. 클래스 마치는 시간이 점심 혹은 저녁 식사 시간이라 모두 얼른 먹고 싶어해요. 모두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 제일 흐뭇하고 보람 있습니다. 호스트나 게스트 모두에게 클래스의 하이라이트이자 절정의 순간이지요. 체험이 끝나고 어떤 게스트들은 박수를 쳐주기도 하는데 그때 참 감개무량합니다.

Q 주로 어떤 요리를 가르치나요. 요리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지요?




A 인기 많은 요리들을 위주로 5-6주 마다 반복하면서 일 주일 단위로 가르칩니다. 호기심으로 참여하는 게스트들도 있지만 대개 한식 애호가들이 자기가 즐겨 먹는 음식을 배우기 위해 제 클래스를 신청합니다. 그래서 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식 요리들로 구성합니다. 리뷰를 보면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요리를 자신이 직접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었다는 이들이 많아요. 커리큘럼은 일주일 단위로 바뀝니다. 인기 많았던 요리는 5~6주 주기로 반복합니다. 예로 비빔밥, 불고기, 깨강정, M&Ms 초콜릿을 넣은 호떡, 김치와 닭갈비로 만든 부리토, 순두부찌개, 김치, 양념 입힌 닭튀김 등입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레시피를 겸비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총 몇 명이 체험에 참여했나요?





A 900여명입니다. 미국을 선두로 영국·유럽·캐나다·호주 등지에서 참여합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만나는데 가끔 요리에 관심 깊은 10대들이 부모님과 함께 참여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여성들이며 커플도 많고 회사 이벤트나 생일 파티 이벤트로 그룹 신청하는 경우도 다수 있어요. 특히 주말에는 가족 단위 혹은 친구들과 클래스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클래스가 끝나고 화상으로 대화하며 식사했다는 게스트들의 메시지를 자주 받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객은 한 미국인 부부였어요. 미국인 부부가 처음 하는 온라인 쿠킹 클래스로 제 클래스를 신청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었습니다. 17살 된 한국 입양아 아들에게 모국 음식을 배우는 기회를 주면 좋아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들에게 요리를 직접 만들어 주고 싶다는 양부모의 깊은 배려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런데 클래스 도중에 또 다른 입양아인 11살 딸이 불쑥 나타났어요. 자식 두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부부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화면 속 여자아이에게 “너 나와 같은 까만 색 머리를 가졌구나. 네 까만 머리가 아주 예뻐!”라고 말했었어요. 나중에 아이 엄마가 메시지를 통해 ‘잠깐 부엌에 있을 줄 알았던 딸이 클래스가 끝날 때까지 내내 같이 있어서 내심 놀랬다’고 하더라고요.






20여년 째 영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Q 영국에서 20년 넘게 살고 계신다고요. 영국을 떠올렸을 때 딱히 맛있는 것이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A 맞습니다. ‘영국 전통 음식’ 하면 대중적인 피시 앤 칩스(Fish & Chips)를 쉽게 떠올리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 가서도 생각나는 요리로 선데이 로스트(Sunday Roast)를 꼽아요. 영국인들이 일요일에 먹는 정찬인데요. 로스트 비프(Roast Beef)와 요크셔 지방의 유명한 요크셔 푸딩(Yorkshire-Pudding), 야채 등을 곁들인 맛이 일품입니다. 영국 정통 아침 식사(English Breakfast)는 베이컨, 선지 소시지 블랙 푸딩(Black Pudding), 볶은 버섯, 구운 토마토, 달걀 등 한 접시 담아서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아주 푸짐합니다. 선데이 로스트, 요크셔 푸딩, 다양한 파이(Pie) 등은 꼭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Q 60여 개국의 빵집, 레스토랑을 직접 취재하고 칼럼을 연재하셨다고요. 기억에 남는 식당이나 개인적으로 추천해주실만한 곳이 있을까요?





A 13여 년간 취재한 세계 각국의 특유한 맛은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솔직하게 모두 다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만 그중에서 몇 군데를 꼽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이란의 한 시골 마을 빵집에서 만난 제빵사가 기억에 남아요. 흑백 TV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반죽을 빚던 제빵사, 최고의 올리브 오일이라며 엄청나게 무거운 올리브유 한 통을 선물해 극구 사양하자 울상을 하던 순박한 그리스 셰프, 오븐에서 방금 꺼낸 뜨끈한 빵 덩어리를 몇 개씩 안겨 주던 페루의 제빵사처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기억에 남아요. 갓 구워진 빵의 온기만큼 따끈한 사람들을 늘 기억합니다.





K푸드 진짜 인기 있나?





Q 외국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과거 한식의 위상과 현재 위상의 차이를 단적인 예를 들어 이야기한다면?




A 저는 한식을 먹어 본 경험이 있는 게스트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손수 만들어 먹으려고 제 클래스를 신청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한 번도 먹어 보지도 않았던, 본인들에게 생소한 김치나 비빔밥 등을 저하고 처음 만든다는 게스트들이 있어서 깜짝 놀랬었습니다. 요즘도 간혹 가다 있지요. 저는 모두들 먹어 보고 맛있어서 직접 만들려고 하는 줄로만 생각했었거든요. 또한 대개가 그렇고요. 기쁘고 놀라운 것은 처음으로 시식하면서 맛나다며 푹 빠져 먹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 흐믓했어요. KFC 같은 경우는 단골 집이 록다운으로 문닫아 먹질 못해서 직접 배우기로 했다는 게스트들도 있었고요. 영국 요리 프로그램에서 김치국물로 소스를 만들고 고추장을 사용하는 유명한 셰프들을 종종 봅니다.

Q 현재 영국에서 한식 인지도,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A 한인 레스토랑이 점점 늘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이들 레스토랑이 교민들을 위한 것이 아닌 듯 손님 비율이 영국 현지인들이 훨씬 높습니다. 대형 슈퍼마켓 진열대에도 작은 병에 담긴 장기 보존용 김치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비빔밥이랑 불고기가 인기예요. 런던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는 점심 시간대에 비빔밥을 테이크아웃하기 위해 회사원들이 길게 줄 선 것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우선 가격대가 적절하고 먹기 간편한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Q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1년 전 코비드19가 시작되고 록다운으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막막한 시간을 보냈어요. 올 1월 5일부터 제3차 록다운이 시작되어 재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영국 전역에서 1차 백신 접종자가 2000만 명을 넘었고 7월까지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몇 개월 후 영국은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는 뉴스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록다운 중에 계획도 없던 한식 체험 호스트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한테 500여 개의 리뷰를 통해 수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계획보다 현재에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또다시 예기치 못한 여러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요.






홍지연 여행+ 에디터

사진=장완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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