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열광" 영화 '미나리' 촬영한 이곳의 정체
영화 ‘미나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9일(현지시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측의 발표에 따르면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각본상, 캐스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특히 배우 윤여정은 지난 8일 디트로이트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을 수상으로 31관왕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2021년 3월 10일 기준
화려한 수식어와 다르게 영화 ‘미나리’는 잔잔하고 현실적이다. 정이삭 감독이 미국 이민을 떠난 당시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이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아들로서 갖고 있던 기억을 복기해 만든 영화인 것이다. 스브스 뉴스 <문명특급>에서 배우 윤여정은 감독 자신이 겪은 일이고, 디테일이 매우 생생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레일러 하우스는 영화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이다. 이용옥 미술감독은 트레일러를 구해 1980년대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집으로 완성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본 기억이 있는 커튼, 카펫, 가구 등을 활용해 실제 한국인의 집처럼 연출했다.
그렇다면 감독은 본인의 어린 시절을, 영화를 담기 위해 어떤 촬영지를 골랐을까.
그곳은 과연 감독이 자란 곳일까. 아주 디테일한 것들이 궁금해졌다.
영화는 아칸소 주를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실제 촬영지는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 주에 위치한 ‘털사’라는 도시이다. 제작사 측은 오클라호마 주의 세금 인센티브 정책과 도심 인프라를 바탕으로 털사가 더 좋은 촬영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털사는 오클라호마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고, 인구는 40만 내외로 알려져 있다.
필브룩 미술관은 양질의 소장품과 상설전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16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1927년, 석유 재벌 웨잍트 필립스가 주택으로 지은 이곳은 72개의 객실, 28,156평의 규모를 자랑한다. 고대 문명의 귀중품에서부터 미국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 시대, 스타일을 아우르고 있다. 방문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은 필브룩 미술관의 정원인데,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빌라 란테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았다.
미국 음악의 본고장 중 하나인 털사에는 1924년 시내 중심부에 지어진 카인즈 볼룸이 있다. ‘스윙 계의 카네기 홀’이라 불리는 이곳은 스윙은 물론 락앤롤, 뉴웨이브, 포스트 펑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털사 공연예술센터는 발레단과 예술 단체, 아티스트들의 공연 등 수준급 공연을 볼 수 있어 많은 관객들이 애정하는 장소이다. 이곳은 네 개의 극장과 스튜디오, 그리고 대규모 리셉션 홀이 있는데 가장 큰 극장 채프먼 뮤직홀에서는 2,365명의 관객들이 한 번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정미진 여행+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