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OO까지.." 이 시국 여행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지낼까?
누구도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코로나19가 세상에 찾아와 발을 묶어버린 지도 어느덧 1년.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나 처참한 상황을 맞은 이들은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아닐까.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지,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막막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터다.
여행을 다니며 영상을 찍고, 이를 자신만의 콘셉트를 반영한 콘텐츠로 만드는 ‘여행 크리에이터’.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이들은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국내 인기 여행 크리에이터 두 사람을 만나봤다. 엉뚱·발랄한 매력으로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원지의하루’ 채널의 이원지씨, 그리고 잔잔하고 감성 가득한 콘텐츠로 힐링을 선사하는 ‘해피새아’ 채널의 엄새아씨. 두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근황을 알아본다.
Interview. 여행 크리에이터 이원지, 엄새아씨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원지- 안녕하세요, 저는 여행 유튜브 ‘원지의 하루’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여행 크리에이터 이원지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6년차인데요, 일상을 기록해보고자 취미로 시작했다가 유튜브를 본업으로 삼고 여행 콘텐츠를 업로드한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새아- 안녕하세요, 저는 여행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운영하고 있는 ‘해피새아’ 채널의 엄새아라고 합니다. 원래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 여행이 너무 좋아 여행을 다니면서 영상을 찍고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2018년부터 여행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Q. 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 여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에 대해 어떤 심정이셨는지요?
원지- 그 당시 인도에 있었는데, 비행기도 취소되고 여러 고생 끝에 겨우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실감이 안나 어리바리한 상태로 지내다가 여름쯤 되니 우울함, 공허함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도 쉬었는데, 지금은 어떤 환경이든 적응을 잘 해나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이 또한 재밌게 넘겨보자’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코로나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새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튜브 구독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이 줄었습니다. 처음에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여행 관련 콘텐츠를 올리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 4개월 정도 쉬었습니다. 그러다 차차 올리기 시작했는데, 올릴 때마다 몇 백명씩 빠졌습니다. 아무래도 불편하게 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고, 혹은 ‘내가 지금 못 가는데, 이걸 보고 괜히 마음만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 여행이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기도 합니다.
원지- 콘텐츠의 주제를 많이 바꿨습니다. 저 스스로도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 한 달 정도 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처음 유튜브 시작했을 때처럼 다양한 제 일상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Q. 요즘 어떤 일 하고 지내세요?
원지- 저는 원래 스스로 집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집이라는 게 정착의 의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여행을 다니다보니 계속 미뤄왔습니다. 지금은 다들 강제 정착을 하고 있잖아요. 이참에 인테리어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골에 폐가를 구해서 직접 고쳐보고 싶습니다.
새아- 저는 쭉 쉬었어요. 끊임없이 여행을 다니고 콘텐츠 만들다보니 꿈이 넷플릭스 구독하기였거든요. 드디어 작년 말에 처음으로 넷플릭스를 구독해서 보고, 신혼생활도 즐기며 작년 여름까지 4-5개월 정도 쭉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하반기쯤부터 국내 여행을 조금씩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캠핑카를 직접 만들어서 여행을 길게 가보고 싶어 올 봄에 캠핑카를 만드는 걸 시도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Q. 여행 없는 2020년을 보내며 그래도 좋았던 점이 있다면?
새아- 저는 여행 크리에이터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많았는데, 함께 지내면서도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견제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애정과 견제가 마음속에 공존하는, 그런 친구들이었는데 작년 한 해를 같이 보내면서 전우애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원지씨와도 작년에 정말 많이 친해졌고, 다른 친구들과도 정말 친해질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원지- 공감합니다. 다들 여행 크리에이터다 보니까 한국에 동시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거든요. 처음으로 모든 분들이 귀국을 해서 다 할 일이 없으니까 더 친해지기 좋았던 것 같아요.
새아- 또 여행 다니고 방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좋아했는데,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 보니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 깊어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지내왔던 것 같은데 작년에는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며 내가 어떤 여행을 좋아했고, 어떤 사람인지 돌아볼 수도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여행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보람찼던 일은?
원지- 제 영상을 보고 ‘가고 싶어졌다’, 혹은 ‘그대로 따라갔는데 좋았다’ 등의 말이 들려올 때 가장 뿌듯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해서 영상에도 여러 번 담았던 제주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제가 다닌 루트 그대로 여행하던 분을 우연히 제주도에서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끼는 장소에서 구독자분을 만난 경험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Q.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어딜 가장 먼저 가고 싶으신가요?
원지- 아프리카 대륙 종단을 하고 싶습니다. 처음 종단한 게 벌써 올해로 10년이 됐는데요, 코로나가 진정되면 그때 갔던 루트 그대로 다시 가고 싶습니다.
새아- 코로나가 터지기 전 남편과 올해 세계일주를 하자고 했는데요, 이젠 마냥 꿈만 같은 이야기가 돼버렸네요. 이조차도 큰 바람이겠지만, 뜨거운 바다에 앉아, 혹은 누워서 열대 과일 주스 마시며 프리다이빙을 하고 싶네요.
Q. 나에게 여행이란?
원지-여행이 일이 되니까 지루해질 때가 있었어요. 공항에 앉아있는데 더 이상 설레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회의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그때가 좋았구나”라는 생각뿐이죠. 해외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라도 많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새아-꿈이자,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 죽을 때까지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원지- 저 자신한테도 하고 싶은 말인데요, 지금 저만 힘든 게 아니잖아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던 게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당연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백신도 맞고 하면 이 또한 끝날 거잖아요, 그때 다시 모두 즐겁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버텨봅시다.
새아- 지금 당장 여행을 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떠나고 싶은 열망이 남아 있으니, 상황이 괜찮아지면 같이 여행하고 같이 세상을 느끼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