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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전공 디자이너가 특급호텔에서 하는 일

방콕은 호텔 천국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호텔 도시’가 맞다.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도시인 방콕엔 일단 절대적인 호텔 수가 많다. 호텔스닷컴 기준 5성급 호텔만 134개. 서울은 35개가 검색된다. 도쿄의 경우에도 5성급 호텔은 55개 나온다. 물가가 저렴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고급호텔들을 이용할 수 있어 말그대로 호캉스에 최적화된 도시다. 호텔스닷컴 검색 결과 그랜드 하얏트 호텔 기준 같은 기간(2021년 1월 18일 1박) 9만6000원, 서울은 25만원이다. 방콕은 심지어 우리나라에는 없는 고급 브랜드들도 방콕에는 널리고 널렸다. 세계적인 브랜드로부터 시장성을 인정받은 방콕에선 실험적인 브랜드들도 많이 만난다. 최근 오픈한 킴튼 말라이 방콕Kimpton Maa-Lai Bangkok도 실험적인 호텔 중 하나다.

태국인들에게 스테이케이션을 전파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던 방콕의 여느 호텔과는 달리 킴튼 말라이 방콕은 현지인을 파고들었다. (물론 코로나 사태 영향이 있겠지만 킴튼은 이전부터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부티크’ 호텔을 오픈하고 있다.)

2020년 7월 레스토랑을 먼저 오픈, 10월에는 숙박도 개시하면서 킴튼 말라이 방콕은 현지인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이 끊기자 내국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태국인들에게 ‘스테이케이션(Staycations)’ 열풍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나절 사용 혹은 월 임대까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워크 프롬 호텔(Work From Hotel)'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루프탑 가든이 있는 '바. 야드Bar. Yard'나 다양한 칵테일을 선보이는 '미즈 지거Ms. Jigger' 등은 내국인들의 소규모 모임을 위한 사교 중심지로 자리매김 했다.

I N T E R V I E W

킴튼 호텔 디자인 담당 글로벌 수석 부사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아베이 브래들리와 서면으로 만났다. 대체 호텔에 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필요한지,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어떤 경유로 호텔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킴튼 호텔은 어떤 곳인지, 팬데믹 이후 호텔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업계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호텔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하는 일

Q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보통 패션이나 예술, 광고업계에서 사용하는 직함이다. 호텔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도통 감이 안온다.

A 새로운 킴튼 호텔 및 레스토랑의 디자인을 총괄한다.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분야의 팀들과 일하고 있다. 개발팀과 함께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작업부터 각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확립하는 일까지 함께한다. 브랜드 스타일 확립, 통일된 프로그램 개발, 사진 촬영을 위한 아트 디렉션 및 스타일링 제공 역시 내 업무다. 

Q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데.

A 디자인은 내 전공인 심리학을 자연스럽게 확장한 분야다. 심리학 원칙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보다 직관적인 제품을 만든다. 나는 늘 사람들의 행동과 환경이 일상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다. 이러한 호기심은 ‘호텔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음이 담긴 서비스를 바탕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개발한다’는 킴튼의 철학과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Q 킴튼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더 알고싶다.

킴튼의 디자인 정신은 고객이 마주치는 모든 순간에 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고객이 진정한 ‘스테이(stay)’를 보낼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는 것이다. 각 호텔이 개별적인 브랜드로 인식되어야 하기 때문에 각각의 정체성도 매우 중요하다. 각 호텔은 이전에 개장한 모든 호텔들과 차별화된 테마를 담고 있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킴튼은 이미 사용한 아이디어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거의 모든 가구들 역시 각 프로젝트에 맞게 개별적으로 맞춤 디자인된다. 

최근 오픈한 킴튼 신주쿠 도쿄(Kimpton Shinjuku Tokyo) 는 일본 패션 1번지 신주쿠에 위치한다. 호텔 디자인은 현지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호텔 외벽에 일본의 예술가 쿠수미(Kusumi)가 작업한 벽화와 아르데코 작품으로 장식했다. 텍사스 오스틴 역사 지구 내에 위치한 킴튼 호텔 밴 잰트(Kimpton Hotel Van Zandt)에는 브론즈와 목재를 많이 사용했다. 빈티지 타자기와 레코드 설치 미술 작품과 현지 벼룩 시장에서 찾아낸 다양한 아이템으로 실내를 꾸몄다.

킴튼이 궁금하다

킴튼 호텔 앤 레스토랑(Kimpton Hotels&Restaurants)는 1981년 빌 킴튼(Bill Kimpon)이 설립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부티크 호텔’로 2015년 1월 IHG 호텔 앤 레스토랑(IHG Hotels & Resorts) 산하 브랜드가 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개 이상의 킴튼 호텔을 보유, 향후 파리, 발리, 쿠알라룸푸르, 상하이 및 프랑크푸르트 등 32개 지역에 개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처음 문을 두드린 건 2019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킴튼 다 안(Kimpton Da An)을 개장하면서다. 2020년 10월엔 방콕과 신주쿠에도 호텔을 열었다.

Q 킴튼은 어떤 호텔인지 궁금하다.

A 킴튼은 현지의 문화가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게 재해석된 호텔이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킴튼의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지역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호텔 건물과 도시 그리고 주변 지역까지 그 모든 형태를 고려한다. 내 일이 재미있는 동시에 어려운 점은 ‘하나에서 비롯된 다양한 브랜드’라는 컨셉을 눈에 보이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킴튼의 호텔은 고객이 서로 어울려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과 미학에 보다 넓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싶다. 고객에게 일상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무언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Q 브랜드 이름에 '호텔 앤 레스토랑'이 들어가 있다. F&B 비중이 꽤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름인데, 이 부분에서 다른 호텔과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지? 

A 우선 모든 킴튼의 레스토랑은 호텔과 별개로 개발된다. 호텔의 연장선, 혹은 호텔에 속한 공간이라기보다 레스토랑 그 자체로 독특한 장소로서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킴튼 레스토랑의 키워드는 ‘신선함’ ‘독특함’ ‘혁신’이다.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양성은 우리 삶에 있어서 ‘조미료’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각 지역마다 셰프가 개발한 다양한 메뉴가 있고, 각 셰프는 현지 농장이나 업체가 제공하는 유기농 재료로 제철 메뉴를 개발한다. 

킴튼을 돋보이게 해주는 다른 차별적인 요소로는 선별된 와인, 수제 칵테일 레시피, 그리고 F&B 메뉴 역시 현지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실험적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또한 매년 킴튼 컬리너리&칵테일 트렌드(Kimpton Culinary & Cocktail Trends)를 발간하고 있는데, 최근 7번째 에디션인 2021년 컬리너리&칵테일 트렌드가 나왔다.

Q​ 킴튼 호텔을 인물로 설명한다면? 

A 모험과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는 호기심 많은 탐험가. 

부티크와 럭셔리의 차이는

Q 킴튼 브랜드 설명에 따르면 '럭셔리 부티크'라는 수식어가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부티크 호텔/럭셔리 호텔/럭셔리 부티크 호텔의 차이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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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킴튼 호텔들은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호텔에 머물며, 거기서 만난 이들과 친분을 쌓고 하루의 끝에 서로 어울려 술 한잔 기울이던,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을 나눴던 빌 킴튼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에게 ‘부티크 호텔’이란 친밀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며 마치 자신의 집처럼 받아들이는 곳이다. 

‘럭셔리’란 사람마다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극진한 서비스를 갖춘 격식일 것이고, 다른 이에게는 시간과 공간의 자유가 있으면서도 필요할 땐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할수도 있다. 각자의 니즈 및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럭셔리를 정의내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럭셔리는 전통적인 환경에서도 가능한 반면, 보다 편안하고 스타일리쉬한 디자인 중심적인 환경에서도 표현될 수 있다. ‘럭셔리’는 모든 취향과 스타일에 맞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요즘 호텔 트렌드는 글로컬리제이션

Q 최근 오픈하는 호텔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가져가되 현지에 맞게, 각 도시만의 전통과 문화적 코드를 녹여낸다’ 즉 ‘Glocalization'이 호텔 산업 트렌드가 된 것 같다.

A 모든 킴튼 호텔은 킴튼 고유의 대담한 디자인과 개인 맞춤 서비스를 현지에서 얻은 영감과 하나로 엮어낸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첫 킴튼 호텔인 말라이 방콕이 대표적인 예다. 현지 문화를 접목한다는 킴튼의 철학을 충실하게 지켰고, 태국의 전통과 활기찬 방콕이라는 도시의 세련미를 호텔의 모든 측면에 녹였다. 호텔의 명칭 역시 사랑하는 이들의 행운과 건강을 빌기 위해 만든 전통 화관 ‘말라이’에서 가져왔다. 

실내 인테리어는 호텔 근처 룸피니 공원(Lumpini Park)에서 영감을 받았다. 레스토랑과 바 역시 현지에서 수급한 재료들을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랑수언 지역의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모임 공간이 된 ‘CRAFT’에서는 로얄 프로젝트 재단(Royal Project Foundation)을 통해 수급한 현지 부티크 커피 업체들의 싱글 오리진 커피와 블렌드 커피를 제공한다.

오픈을 기념해 현지 예술가들과 협업해 ‘다름을 만나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종합예술 아티스트 톨랍 랍야로엔숙과 보석 디자이너 수파차나 림웡세가 킴튼 말라이 방콕에 머물면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만든 작품을 호텔에 전시했다.

팬데믹 이후 호텔의 방향은

Q 2021년 발리, 2022년 중국 쑤저우 등 2025년까지 아시아 지역에 호텔 오픈 계획이 있다고.

펜데믹 영향은 없는지? 펜데믹 이후 여행 트렌드는 어떻게 변할까? 특히 호텔을 포함한 숙박업계가 어떻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A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IHG는 여전히 호텔 개장 및 계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다. 올초부터 현재까지 263개의 호텔과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의 여행은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지만,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숙박은 언제나 불변의 진리다. 안심할 수 있는 위생 및 안전 수칙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호텔마다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직원들을 교육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거다.

킴튼 말라이 방콕 간단 소개

킴튼 말라이 방콕은 방콕 랑수안(Langsuan) 예술 문화 지구에 위치한다. 호텔과 레지던스가 혼합된 형태로 호텔 주변으로는 룸피니 공원(Lumpini Park)의 녹지와 복잡한 방콕 도심 풍경이 어우러진다. 킴튼 말라이 방콕의 객실은 모두 362개. 레지던스 객실 131실을 포함한다. 크리스티안 디벨터(Christian Develter)가 태국 의류 브랜드 튜브 갤러리(Tube Gallery)를 위해 디자인한 로브와 태국 스파 브랜드 한(HARNN)의 맞춤형 어메니티가 제공된다. 한에서 운영하는 아마란스 스파(amaranth spa), 룸피니 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루프탑 정원,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인 스톡 닷 룸(Stock.Room)을 포함해 총 네 개의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다. 스톡 닷 룸은 그로서란트(식료품점 겸 레스토랑) 컨셉으로 6개의 오픈 키친으로 구성됐다.

홍지연 여행+ 에디터

사진=킴튼호텔 제공, 킴튼 말라이 방콕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