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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독일 남자가 국제 배송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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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대학생 시절, 스페인, 독일, 미국, 중국, 홍콩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함께 거주한 적이 있다. 유일한 한국인 학생이었던 나는 '기숙사 학생 사감'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다. 사실 교환학생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는 일이 전부였다. 은행 업무를 도와준다거나 청소 규칙을 세우는 정도의 일이었다.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한 집에 살다 보니 금세 마음을 나눈 친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의 어느 날, 독일인 친구 A가 나를 찾아왔다.

혹시 나한테 온 택배 본 적 있어?

분명히 보냈다고 했는데....

내가 기숙사에 있는 동안 어떤 택배도 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당황한 표정의 A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 독일에서 온다며 본인 이름으로 국제 배송이 온다면 꼭 알려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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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묵직한 택배 박스가 집 앞에 놓여있었다. A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말한 중요한 물건이 온 것 같다'라며 알려주니 2층 방에서 맨발로 뛰쳐나왔다. 두 계단씩 성큼성큼 내려와 택배 박스를 집어 든 그는 테이블에 앉아 같이 열어보자고 말했다. 산타의 선물이 드디어 왔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나이가 27살인데 설마 아직 산타를 믿는 건 아니겠지'라는 의구심 가득한 채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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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테이프를 뜯고 박스를 열어보니 빨간색, 초록색으로 현란하게 꾸며진 얇고 긴 박스가 10개 정도 들어있었다. 도대체 이것들이 다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A는 '어드벤트 캘린더(Advent Calendar)'라고 답했다. 국교가 기독교인 독일에서 12월 25일 이전 4주를 강림절(어드벤트)이라고 부른다고. 예수의 탄생을 준비하는 강림절에는 어드벤트 캘린더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25일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1에서 24까지 날짜가 적혀있는 문을 열면 각기 다른 선물이 들어있다. 보통 초콜릿이나 사탕이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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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초콜릿 캘린더는 기성품처럼 보였고, A의 어머니가 손수 만든 캘린더도 있었다.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궁금해 허락을 구하고 한 칸을 열어보니 빨간색 양말이 들어있었다. 다음 칸을 열어보니 다른 패턴의 초록색 양말이 반겼다. 이토록 정성스러운 선물이라니. 타지에 있는 아들을 위해 선물을 골라 직접 포장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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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무교인 나와는 거리가 먼 문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의 설명을 듣고 나니 독일인들이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방법처럼 느껴졌다. 유독 춥고 어두운 독일의 겨울에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채워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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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겨울 역시 어두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기는커녕 가까운 마트 외출도 꺼려지는 것이 사실. 이런 때일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표현도 하지 못했다면 작은 이벤트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 친구, 연인 누구라도 좋다.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소소한 선물을 전했을 때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표정을 마주할지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암흑 같은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나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밝은 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간절히 믿어본다.

여행하는 K-크리스마스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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