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차박족들이 특급호텔 주차장에서 쫓겨난 이유

조회수 2020. 10. 27.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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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금지! 캠핑 금지! 대체 왜 난리들일까..
여행객의
사적인
리뷰

얼마 전 고성의 송지호 해변에 새로 생긴 호텔로 호캉스를 하러 갔다. 속초와 양양에도 좋은 곳들이 많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3일내내 바다만 보기에는 차분한 고성 바다만한 곳이 없다. 어촌마을에 호텔이 들어서서인지 아니면 최근 ‘바퀴달린 집’ 프로그램 덕인지, 한적할 줄만 알았던 해변에는 가을 바다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출처: MBC 캡처

체크인을 하고 호텔 꼭대기의 루프탑 바에서 송지호 해변을 조망했다. 새하얀 모래사장과 마치 괌에서 본 듯한 비취색 바다가 완벽했다. 주변에 먹을 것도 없다고 소문난 동네지만 바다 만으로도 올 가치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피서철이 지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릿세를 받는 ‘파라솔 장사꾼’들이 없어 여기저기 집집마다 개성 있는 파라솔과 그늘막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출처: Unsplash

호텔 옆에는 해수욕장 이용객들을 위한 넓은 주차장이 있다. 다만 의아했던 점은 해변에는 있는 사람의 수 보다 어째 자동차 수가 훨씬 많았다는 것. 차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둔 것을 보니 주차장 노지 캠핑을 즐기러 온 캠핑족들이다. ‘차박’ 컨셉이 다수지만 일부는 거대한 캠핑카, 그리고 트레일러를 끌고 와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푸른 바다보다도 그들에게 시선이 가는 건 당연했다. 말로만 듣고 인터넷에서 구경만 해봤던 ‘차박’, 직접 보니 대단하긴 하더라. 꽤나 추워진 날씨였는데도 갖가지 캠핑용품으로 무장해 차를 집처럼 꾸민 이들은 저녁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출처: JTBC 캡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취사를 하고 있어 당시에는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야영 및 취사행위 금지’라고 떡하니 붙어있는 현수막을 발견하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는 마음들이 모여 대형 캠핑장(?)을 만들어 버린걸까. 조용히 자연 속에 머물다 가면 별 문제가 없을테지만 여기저기서 장작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는 모습이 그리 로맨틱 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해변을 거닐다 깜짝 놀란 건 차량이 더 많아져서, 아니 아예 해변까지 들어와버린 캠핑카 한 대 때문이었다. 주차장에서도 안되는 야영과 취사가 해변에서 될 리 만무했다. 자신들을 좀 보라는 듯 알전구로 휘황찬란하게 꾸민 외관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한밤중 해변 피크닉을 즐기다 잠깐 호텔 로비 화장실을 이용했다. ‘주차장 근처에 마땅한 화장실이 있나? 저 분들은 어디 샤워실을 이용하는걸까?’ 걱정도 잠시, 걱정의 대상이 잘못 됐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세면대 옆에는 나란히 내동댕이 쳐진 유아용, 어른용 칫솔과 일회용 컵이 있었다.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너무나도 당당하게 버리고 간 듯한, 투숙객의 물건이라 생각할 수 없는 쓰레기. 호텔 관리팀의 고통이 대충이나마 짐작이 됐다.


출처: JTBC 캡쳐

지도를 보니 송지호 해변 뒤 편에는 1박에 평균 4만원 정도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있더라. 2층 데크도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 각종 편의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해변 근처다. 호텔 옆 ‘무료’ 노지캠핑 이용객들의 큰 문제는 쓰레기 처리일 것이다. 유료로 운영되는 캠핑장에는 분리수거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관리인들이 상주하지만, 주차비만 받는 허허벌판 공터에 그런 시설이 있을리가.


출처: 송지호 해변 오토캠핑장 안내문

결국 다음 날 아침, 마주한 풍경은 해변 곳곳의 생활 쓰레기와 주차장에 버려진 캠핑의 흔적들이었다. 캠핑에서 나온 쓰레기는 직접 수거해 가는 것이 매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본 세상도, 그리고 눈으로 확인한 광경도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공터에 쌓인 정체불명의 쓰레기들은 지역 청소부와 주민, 양심적인 캠핑족들의 몫이 될 뿐이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쓰기 전 송지호 해변 차박을 검색했다. 캠핑카와 텐트가 가득했던 주차장, 해변 일대에는 아예 차량이 들어올 수 없도록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는 글을 발견했다. 송지호 해변에 캠핑을 하기 위해 갔다가 쫓겨났다는 한 야영객의 후기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취사금지 현수막을 보았지만 야영객들이 있었기에 그도 고민없이 텐트를 설치했다는 것. 곧 고성군청 공무원들이 나타나 철수를 요구했다고 한다.


캠핑 명소들이 폐쇄되고 있다는 소식에 캠핑 카페 회원들은 “답답하다”, “어디서 차박을 하란 말이냐” 같은 댓글을 달더라. 캠핑을 자주 하는 한 회원은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도 직접 수거해서 온다”며 매너가 없는 캠핑족들을 비판했다.


출처: 평창군청

차박의 성지로 불리는 평창 ‘육백마지기’도 곧 폐쇄될 것 같다는 것이 캠핑족들의 전망이다. 특히나 땅 일부가 개인사유지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장소라고 한다. 현재 야간에는 아예 화장실 문을 잠궈 버리는 실정이라고.



차박, 노지캠핑을 싸잡아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매너있게 이용하면 모두가 행복하니까. 다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개념 없는 분들이 늘 문제가 된다. ‘진상’, 그들의 사유지에서 멋대로 취사와 야영을 하면 그들은 과연 참고 있을까. ‘편히 놀다 가시라’며 일면식 없는 이들을 환대할까? 그들은 역지사지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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