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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천 년 역사의 술? 근데 원래는 북한거였다고?

조회수 2020. 8. 25. 14: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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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경기도와 인천에서 만날 수 있음!

익​숙한 듯 먼 경기도. 경기도에 10년이 넘게 거주 중이건만, 아직도 이 지역의 전부는 모른다. 넓어도 너무 넓어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와중, 또 머무르기도 오래 머물렀다.



나와 같은 듯 다른 (?) 수도권인 인천에 사는 지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인생의 1/3은 수도권을 이동하며 쓰지 않을까?” 항상 머무르지만 그래서 귀함을 몰랐던 경기도 & 인천, 오늘의 여행지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
술을 따라 지역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이름하여 주酒님로드
출처: 사진 = 김소율 여행+PD

넓디넓은 수도권이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 본 적은 없다. 정확히는, 여행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 가벼운 나들이나 산책이라면 모를까. 이번 주酒님로드는 뻔하다고 생각한 수도권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인천의 '삼양춘'을 머금으며 여유 가득 송도 센트럴파크를 방문하고 싶어졌고, 용인의 ‘술 취한 원숭이’를 마시며 한국 민속촌의 익살스러운 연기자들과 한바탕 웃고 싶어졌다. 그런가 하면 상큼한 배 향 가득, 김포의 ‘문배술’을 마시며 1000년의 술 역사를 되새겼다.


출처: 술담화

어디서 어떻게 구하냐고? 걱정은 금물.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전통주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술담화’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사이트에서 전통주를 판매하니 이제 집에서도 간편히 클릭 몇 번이면 띵동. 전통주 택배가 문 앞으로 온다.



경기도 용인, 술샘 양조장
술 취한 원숭이

출처: 사진 = 김소율 여행+PD

선명한 붉은색이 눈길을 끈다. 색만큼이나 키치하고 귀여운 이 술의 이름은 '술 취한 원숭이' . 이름과 술이 바로 이어지는 이 술은 경기도 용인의 '술샘 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다. 막걸리의 붉은색은 바로 홍국쌀 덕분. 쌀을 누룩균 (모나스쿠스) 으로 발효한 쌀을 홍국쌀이라 이르는데, 사진과 같이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 술 취한 원숭이는 이 홍국쌀로 빚은 막걸리 생주이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막걸리와는 이름도, 색도, 포장도 다른 모습에 호기심이 들었다.


기다릴 것 없이 병을 따 잔에 따르니 꽤 묵직한 질감의 술이 담겨 나온다. 조명에 살짝 비춰보니 탁한 색이 꼭 딸기를 통째로 갈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한 모금 머금어보니 누룩 특유의 구수한 단맛이 돈다. 그러나 묘했던 점은 시중의 막걸리들보다 훨씬 묵직하게 입에 담기면서도 단맛은 적다는 것. 부드럽게 삼키니 곡물의 고소함이 깔끔한 씁쓸함으로 넘어간다.


용인 한국 민속촌
출처: 용인 한국 민속촌

술 취한 원숭이를 마시며 떠오른 지역 여행지는 용인의 '한국 민속촌'.

한국 민속촌은 지루한 소풍 장소 즈음으로 여겨지곤 했다. 여기저기 초가집이나 교과서에 나올 법 한 전통놀이를 즐기러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민속촌이 약 3년 전부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민속촌 유튜브 계정 ' 속촌 아씨' (민속촌 아씨)를 통해 민속촌 곳곳의 실감 나는 조선시대 인물들이 등장했기 때문. 나무판에 용을 그려내는 화공이나, 묘하게 (?) 찰떡같은 작명을 해내는 작명가, 그 시대 한 명씩은 있었다는 힘센 광년이 등 단지 외면만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소화해내는 직원들이 민속촌에 가득하다. 술 취한 원숭이 또한 익숙한 듯 친근하지만, 그래서 더 이끌리지 않았던 막걸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빚어냈다. 용인의 전통주와 한국 민속촌. 같은 지역의 두 콘텐츠에서 '온고지신' 하는 새로운 변신이 재밌다.


출처: 용인 한국 민속촌

용인 한국 민속촌

경기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한국민속촌

 8월 운영시간 : 평일 10:00 ~ 19:00 / 금,토,일, 공휴일 10:00 ~ 21:30

입장료 : 성인 22,000원, 청소년 19,000원, 아동 17,000원

자유이용권 : 성인 30,000원, 청소년 27,000원, 아동 24,000원


경기도 김포, 문배주 양조장
문배술

출처: 사진 = 김소율 여행+PD

독일에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맥주 양조장이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무려 고려 시대다. 그런데 이 천년의 역사, 먼 곳 아니라 바로 한국에도 있다. 상큼하고 시원한 문배 (토종 돌배) 향이 인상적인 '문배술'은 역사만큼이나 묘한 술이다. 배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향긋한 배향이 코를 울리는 점이 그렇고, 원래는 평안도 지방 태생이었음에도 현재 김포에서 명맥이 이어져오는 점이 그렇다.


출처: 언스플래쉬

문배술은 백미가 아닌 수수와 좁쌀을 이용해 만든다. 쌀이 아닌 다른 곡물을 이용해 만들어 특이하다. 맛을 보면 언뜻 부드럽고 향미가 적은 이과두주의 느낌도 난다. 잘 숙성된 곡물 주는 마치 꽃, 과일처럼 화려한 향이 난다는 점이 특징이기 때문. 꽃과 술 향취가 과하게 강하지 않아 목 넘김도 깔끔하다. 실제로 문배술은 고려 시대부터 임금에게 진상하는 술이었다. 고려 태조 때에, 신하들은 좋은 술을 임금에게 진상했는데 문배술을 빚어 진상한 신하가 가장 높은 벼슬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고려 시대 왕에게도 사랑을 받은 만큼, 문배술의 양조법은 나라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도 공식술로 올려졌으며, 2018년도에 연이어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었다.


파주 오두산 통일 전망대
출처: 오두산 통일 전망대

문배술을 마시며 생각난 지역 여행지는 파주의 '오두산 통일 전망대' 원래 김포에는 '애기봉 전망대'가 있다. 오두산 통일 전망대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보이는 전망대이나, 현재는 공원 조성으로 휴관 중이다. 그러나 가까운 파주에 오두산 통일 전망대가 있다.


파주에 위치한 이 전망대에서 강 하나만 건너면 북한 땅이다. 고작 2.1KM 거리기 때문이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문배술이 평안도에서 김포로 옮겨 명맥이 유지됨을 알고 나니, 김포에서 볼 수 있는 가깝고도 먼 북한이 생각났다. 마침 오두산에는 고려의 역사도 남아있다. 고려 말에 쌓은 산성이 아직도 남아 있어 그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산 정상에 세워진 통일전망대는 지상 5층, 지하 1층의 석조건물이다. 해발 140m의 높이에 자리 잡은 원형 전망실에서 개성시의 송악산과 북한 주민이 농사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오두산 통일 전망대

오두산 통일 전망대

경기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 오두산 통일전망대

평일 09:00 ~ 17:00 / 주말, 공휴일 09:00 ~ 18:00

코로나19로 전자출입명부 사용 중, 시간당 입장객을 200명으로 제한 중.

 주말, 공휴일에는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 당일 예약은 불가하다.

입장료 : 어른 3,000원, 아이 1,600원, 경로 및 유치원 무료

(파주시민 입장료 50% 적용)


인천광역시 송도, 송도향 양조장
삼양춘 약주

출처: 사진 = 김소율 여행+PD

삼이라는 단어를 보고 언뜻 산삼, 인삼이 생각났다. 삼을 담가 빚은 술인가? 했더니 아니다. 세 번 빚어내서 삼양, 봄에 마시는 훌륭한 술에 '춘'을 붙여 삼양춘이라고 이른다. 



이제까지 접했던 지역주, 전통주 중 가장 클래식한 분위기의 이름과 모습에 호기심이 가득 생겼다. 마치 어릴 적 할아버지의 비밀 장식장을 보는 듯하다. 인삼이며 산딸기며, 각종 이름 모를 술들이 가득했던 찬장을 탐냈던 추억을 되살렸다.


출처: 사진 = 김소율 여행+PD

삼양춘을 가볍게 따라 향을 맡았다. 옅은 단향만이 코를 간질였다. 향만 맡아서는 감이 안 와 얼른 마셔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꽤나 드라이하고 가벼운 질감으로 다가왔다. 살짝 느껴지는 묘한 감칠맛은 씁쓸함과 자연의 맛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마치 연하게 타낸 꿀물이나 나무 수액 맛도 났고, 어떤 면에서는 버섯을 우려낸 물 맛이 난다.

느껴지는 전통의 맛은 우연이 아니다. 삼양춘은 본래 서울, 경기, 인천 집안의 사대부와 양반들의 대중주였던 '삼양주'를 '삼양춘'이라는 제품을 복원한 결과다. 양반들만 마셨다는 술이라니 궁금해져 더욱 찾아봤다. 익숙한 인물이 눈에 띈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즐겨 마셨다는 술, '호산춘'의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담아내려 했다고 한다. 입안에서 남는 여운은 역시나 특별했다.


인천 송도 센트럴 파크
출처: 인천 송도 센트럴 파크

세 번 빚어 봄에 마셔야 맛있다는 삼양춘은 이야기도, 이름도 빠질 것 없이 여운이 남는다. 삼양춘을 보고 떠오른 지역 여행지는 인천의 '송도 센트럴 파크'. 한국 최초의 해수공원이 있는 송도 센트럴 파크에서는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카약, 카누 등 액티비티는 물론이고 공원을 따라 산책길을 걷는 한적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바로 근처에는 송도 한옥마을도 있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정취와 여운을 느끼다 보면 조선시대에도, 지금에도 나무랄 것 없이 적용되는 삶의 태도를 깨닫는다. '유유자적'.


출처: 인천 송도 센트럴 파크

송도 센트럴파크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60

주차 : 종일 1,000원

송도 한옥마을

인천 연수구 테크노파크로 180

※두 곳 모두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나 부속시설, 식당 이용 시 개별 요금 발생



김지현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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