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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속지마세요! 줄 길게 선 맛집 다시는 안가는 이유

조회수 2020. 7. 23. 08: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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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 뭐라고.. '힙한' 맛집 되기 위해 모델 고용해 줄 세우는 식당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 달 전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 2018년 1월이 마지막 제주 방문이었으니 참 오랜만이었다. 출장 일정을 전부 마치고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간 건 OO에 있는 한 식당이었다. 


그 집을 처음 알게 된 건 8년 전, 취재차 갔던 제주도에서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았다. 향토음식을 파는 집이었는데 매우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그 후로도 매번 제주도에 갈 때마다 들렀다. 그리고 누가 제주도 식당을 물어오면 그 집을 꼭 넣었다. 


5월 지인이 제주도에 간다고 맛집을 알려달라길래 당연히 그 집을 추천했다. 하지만 다녀온 지인의 반응이 영 별로였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만 해도 맛있게 먹은 기억이었는데 3년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직접 가보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게 위치와 식당 분위기, 주인은 그대로인데 가격이 올랐다. 무엇보다 1인분씩 주문되던 메뉴가 2인 이상 주문 가능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가가 올랐겠거니 생각하고 음식 맛을 봤는데, 한술 뜨자마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하고 깔끔했던 국물은 조미료가 범벅된 느끼한 맛으로 변해 있었다. 


서둘러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3년 만에 추천해준 그 식당에 왔는데 맛이 변했다고 여행을 망치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줄 서는 식당을 만드는 사람들

나 다음 주에 OO 가는데, 맛집 좀 알려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는 요즘 다시금 질문들이 날아들고 있다. 옛날 같았으면 신나서 이것저것 알려줬을 텐데, 요즘엔 조금 망설여진다. 제주도 식당 같은 경우가 또 일어날까 봐서다. 


요즘 여행은 먹으러 떠나는 건데, 괜히 잘못 추천했다가 남의 여행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도 그렇다. 여행지를 고른 다음 바로 맛집을 검색한다. 아니 어떤 경우엔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여행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음식이 80%를 차지한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식도락 여행자는 요즘 꽤나 혼란스럽다. 맛집 정보는 많아졌는데 ‘진짜’를 가려내기가 힘들다. 직접 가서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터무니없는 경우엔 화가 날 때도 있다. 


유난히 부풀려진 식당이 그렇다. 방송도 여러번 타고 대기 줄도 길게 늘어서 있지만 명성에 비해 맛이 한참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줄 서서 가는 식당을 처음 만든 건 신문과 방송이었다. 매스컴을 한번 타고 나면 사람들이 몰렸다. 지금은 온라인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블로그와 각종 SNS, 유튜브 등이 가세했다. 처음엔 맛집을 공유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취재를 하고 후기를 남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향력이 세지고 시장도 점점 커지면서 돈을 주고 전문적으로 식당 홍보를 하는 회사가 나타났고 광고성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점점 신뢰도를 잃게 됐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음식 맛이 변했거나 처음부터 맛이 없었거나

이미지 출처 = unsplash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이상 남들이 말하는 ‘맛집’을 못 믿겠다. 맛집이 단순히 음식 맛이 좋은 집인 줄 알았는데, 요즘엔 여러 가지 마케팅 기술로 맛집을 만들어 낸다. 


그때는 맛집이 맞았는데 지금은 아닌 경우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제주도 식당처럼 말이다. 음식 맛이 변하게 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매스컴을 타고 사람이 몰리자 사장이 돈 욕심을 부렸을 수도 있다. 식재료가 딸려 전보다 재료를 적게 넣었을 수도 있고, 주인이 웃돈을 받고 가게를 팔았을 수도 있다. 


맛집에 사람이 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적건 많건 1년 365일 음식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50년, 100년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오래된 식당을 인정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음식 맛이 변한 경우라면 어쩔 수 없다. 안타깝지만 리스트에서 살포시 삭제하고 추억 속에 묻어두는 수밖에. 하지만 처음부터 맛집이 아니었던 경우도 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맛집’에 속는 건 정말 분하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 지인은 최근 용산에서, 아니 서울에서 가장 핫하다는 고깃집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이제 OOO 맛집은 못 믿겠어. 내 입맛이 이상한 건지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별로였거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 그 집 맛없다고 쓴 후기를 본 적이 없어. 다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걸까. ‘왠지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나만 맛이 없다고 쓰면 내가 유행에 뒤처지는 사람, 맛을 모르는 사람이 될까봐 그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라고 덧붙였다. 


그 식당에 대해 별로라고 말한 건 그가 처음이 아니다. 요식업계에서 꽤 유명한 지인 역시 그 집에 대해 “고기가 너무 짜다”고 혹평을 했다.


다른 일행도 말을 보탰다. “맞아요. 저도 최근에 후배들이랑 OOOO에 갔는데. 저는 정말 별로였는데, 후배들은 맛있다고 극찬을 하는 거예요. SNS에 올릴 사진만 엄청 찍고 정작 음식은 거의 남기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맛있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말한 식당이 위에서 언급한 돈 주고 모델을 고용해 줄을 세운다던 그 집이었다. 

나만의 맛집 찾는 방법

여러 가지 생각의 끝은 결국 ‘맛집이 뭘까’라는 질문으로 향해 있었다. 정답은 모르지만 나름 맛집을 골라내는 팁을 찾았다. 

1. 불특정 다수의 의견보다 지인의 입맛을 믿는다.

2. 크로스 체크는 필수! 적어도 세 가지 플랫폼에서 후기를 확인한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구글맵 후기 등)

3. 예약이 안 되면서 대기 시간이 긴 식당은 피한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불특정 다수, 즉 온라인에서 많이 언급되는 식당보다 지인의 의견을 듣는다. 아는 사람에게 맛집을 추천할 땐 나부터도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게 생긴다. 나의 취향을 알고 있는 지인이라면 신뢰도가 더 높아진다.


지금 가장 핫한 식당을 알고 싶을 땐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한다. 몇 군데를 추린 다음 블로그 후기를 통해 상세한 정보를 얻고 마지막엔 구글맵에서 상호를 검색한 다음 평점을 확인한다. 구글맵 평점 후기에는 호평과 혹평이 골고루 올라와 있는 편이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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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기나긴 대기 시간 끝에 맛본 음식 맛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반대였다. 대기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 음식 맛이 대기 시간과 반비례한다고나 할까. 실제 100만큼 맛있는 음식도 기다린 시간을 생각하면 평점이 반으로 깎여버린다.


여행, 아니 인생에서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는 식도락가들은 위 세 가지 말고도 많은 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올여름 식도락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방역 둘째도 방역이다. 개인 방역에 각별히 주의해서 건강하고 맛있는 여름을 보내기를 바라본다. 



삼시육끼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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