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풀이 없는 호텔에서 호캉스 꺼리게 된 진짜 이유

조회수 2020. 6. 26. 1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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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작년 여름의 이야기다.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무더운 날씨라 딱 하루 정도 호텔에서 푹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여름이니 수영장이 꼭 있었으면 했고 종일 호텔 콕을 할 테니 내부에서 먹거리를 해결하고 싶었다. 평소 클럽 라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에 가면 술값 만으로도 뽕(?)을 제대로 뽑고 오기 때문에 `수영장, 그리고 클럽 라운지` 두 가지 옵션을 붙이니 선택지가 확 좁혀졌다.


출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왕이면 돈 좀 더 내서, 더 보태서…` 하다보니 신논현 한복판에 있는 5성급 L 호텔을 택하게 됐다. 클럽 라운지에 나오는 음식의 퀄리티가 좋고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주말 가격에 클럽 라운지 비용까지 덧붙이니 50만 원이 훌쩍 넘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 됐다. 그래도 잘 정리된 깔끔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라운지에서 사육을 당하고(?) 낮 수영, 밤 수영을 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출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성수기 주말의 특급호텔 로비는 호캉스를 즐기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 체크인을 하는 시간만해도 한참이 걸렸다. 보통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손님들은 리조트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데 이상하게 호텔에 유난히 가족 단위가 많았다. 신논현 주변에 어린 친구들이 볼거리도 딱히(?) 없는데 말이다. 강남 한복판 호텔에서 마주한 이색적인 풍경은 내 나름대로의 경험에 비추었을 때는 신기한 광경이긴 했다.

가족 손님이 많았던 탓일까. 먼저 클럽 라운지에 들어가 보니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기대 이상으로 구성도 알차고 한 끼 채우는 식사라기엔 호사였다. 몇 시간 후 해피아워에 제공한다는 술 라인업도 예사롭지 않았다. 와인부터 맥주, 리큐어까지… 수영장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면 딱 맞을 시간이었다.

간단히 준비물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벌써 수영을 마친 것인지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아이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감돌았다. `설마 키즈클럽 같은 분위기는 아니겠지…`


출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 왜 불길한 예감은 참 잘도 들어맞는 것일까. 생각보다 아담했던 실내 수영장은 참으로 정직하게 수영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비주얼이었다.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에 레일이 잘 나누어져 있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실내 수영장의 모습 말이다.

가족단위의 손님들은 잘 나누어진 레일을 무시하고 우유에 동동 떠있는 오X오 시리얼처럼 말 그대로 떠있었다. 성인 여성에게도 꽤 깊은 수심이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튜브 없이 수영을 즐길 수는 없는 깊이였다. 앞으로 그들을 `튜브족`이라 칭하겠다. 튜브족들은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 같은 직사각형 레일 한복판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정체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셋, 넷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이 하나 그리고 어른 둘. 아이 둘 어른 둘. 이런 식이었다.

출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정말 수영을 하러 온 손님들은 정작 수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다. `튜브족` 사이사이를 누비며 자유영을 할 때의 처참한 심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시원하게 전진하다가 동동 떠있는 `튜브족` 대장(어린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때 허무함이란.. 물속에서 놀기는 했다만 제대로 된 수영을 했다는 만족감은 전혀 없었다. 실내 수영장이라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소리는 스테레오 사운드처럼 잘 퍼졌다.

`그래, 수영은 스포츠센터 수영장 가서 하면 되는 거지.` 하지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다음부터는 키즈풀이 따로 마련된 호텔로 가야겠다고. 그리고 잠깐 이 기회를 빌어서 묻고 싶다. 레일이 나누어진 실내 수영장에서 튜브를 타고 중앙을 가로막는 튜브족, 진상인가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해진다.


여행하는 조카의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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