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나가면 떠나고 싶은 여행지 : 해외 편

조회수 2020. 3. 20. 1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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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스플래쉬
출처: 언스플래쉬

‘라라라라 라라 라라~ 날좋아~ 한다면~.’


한 이온 음료 광고에서 본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귓가에는 광고 삽입 음악이 들리는 듯하고 반짝이는 햇살과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건물, 그리고 청량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 흰색 건물 사이 좁은 골목을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모델이 맑게 웃으며 혼자서 뛰는데, 심장이 쿵쾅거린다. 열심히 뛴 당신에게는 미안하지만, 눈길이 이상하게 자꾸 배경으로 가곤 했다. 저긴 어딜까? 


시선을 빼앗은 장소는 그리스 산토리니였다. 푸른 바다와 파란색 지붕, 하얀색 건물이 황금비율로 어우러진 절벽 위 마을이다.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일 뿐만 아니라 일출과 일몰 메카로도 손꼽히는 장소다. 특히 태양이 위치한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빛으로 덮이는 마을 풍광이 백미라고.

출처: 언스플래쉬
출처: 언스플래쉬

전생에 물고기였던가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지독한 바다 앓이 병에 걸려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다가 생각나고 그리워 주기적으로 바다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병. 입국 금지로 인해 계획했던 휴양지로의 여행이 취소됐고, 이로써 바다와의 만남은 한 발자국 더 멀어졌다. 푸르른 여행지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질수록 파랗고 뜨거운 곳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진다. 


포르토는 그런 점에서 만점인 도시다. 짙푸른 색의 하늘, 바다, 강, 건물 외벽의 아줄레주 타일까지 푸른색을 마구 머금고 있는 이곳은 이름마저 ‘항구(Portus)’에서 유래했다. 친구가 여행 가이드로 일하며 살고 있어 더욱 가보고 싶은 도시. 코로나만 잠잠해진다면 이곳에서 와인을 물처럼 마시고, 바다가 집인 것처럼 서핑을 할 테다.

출처: 언스플래쉬
출처: 홍지연 여행+ 기자

코로나가 종식돼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만, 일단 홍콩.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홍콩으로 가는 길이 부담스러웠다. 민주화 시위 때문이다. 현재 시위는 어찌 되어 가고 있는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코로나뿐이다. 오후부터 란콰이펑을 찾아가 해피아워로 싼값에 술을 진탕 먹고 온갖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손짓 발짓 얘기하면서 왁자지껄 홍콩의 밤을 보내고 싶다. 다음날 해장은 시원한 토마토 라면으로 해야지. 습한 건 쥐약인데 꿉꿉한 듯 후덥지근한 홍콩의 공기마저 그립다니... 안달이 날 지경이다. 만나야 할 사람도 있다. 보고 싶은 강아지도 있다. 언제든 같이 떠날 사람도 있으니, 코로나 끝나기만 해봐라...

출처: 김지현 여행+ 인턴기자
출처: 김지현 여행+ 인턴기자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온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나는 유난히도 덥던 18년 여름, 더욱 격렬한 열기의 하노이로 한 달간 몸을 던졌다. 지나온 여행지가 무수하건만 하노이로 떠나고 싶은 이유는 하나의 풍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살갗을 태울 듯 뜨거운 태양, 출렁이는 매끈한 야자수 이파리, 부끄러움 없이 배를 시원하게 내놓은 베트남 아저씨들. 귀를 시끄럽게 때리는 오토바이 경적소리, Xin chào- 한마디에 이를 보일 정도로 해맑게 웃어주는 아주머니들의 솔직함. 하노이를 다녀와 본 이들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그리운 풍경이다. 


코로나가 종식된 후 하노이 어느 골목의 카페 노상에 앉는 모습을 상상한다. 지나가는 사람들과는 무심하게 눈인사를 하면서, 커피 아래 진하게 깔린 연유를 슥슥 휘저으면서.

출처: 스텀프커피 로스터리 홈페이지
출처: 언스플래쉬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자꾸만 돌이켜본다. 내면에 집중하다 보니 로컬 문화와 브랜딩에 관심이 많아졌다. 하나 더, 미국 포틀랜드에 가보고 싶어졌다. 특별한 랜드마크는 없지만 도시 자체의 분위기와 특징에 집중하는 곳,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받는 곳이라니. 코로나19 사태가 무사히 마무리된 이후 나의 목적지는 이곳이라는 확신이 차올랐다. 포틀랜드에서 탄생한 잡지 <킨포크>, 스텀프 타운 커피 로스터리만 봐도 알 수 있듯 본질에 집중해 독특함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포틀랜드 여행기를 읽다 보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이 떠오른다. 얼른 포틀랜드로 떠나 개인의 독창성, 도시의 특수성에 무게를 싣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새로운 영감을 받아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은 요즘이다.

3년 전 이탈리아 로마를 찾았다. 교과서와 영화, 그리고 여러 여행 영상으로만 봤던 그곳 ‘트레비 분수’에 다다랐을 때 어마어마한 인파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 많은 사람을 뚫고 볼 수 있는 게 있을까, 제대로 된 사진이나 한 장 남길 수 있을까, 동전을 던지면 다시 이곳을 찾는다는데 그냥 던지지 말까.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사실 주머니 속에는 젤라또를 사고 남은 우수리가 있었다. 이리저리 주머니 속을 왔다 갔다 하는 동전 여남은 개를 냅다 던졌다. 다시는 안 올 것 같았지만 그냥 주머니를 비우자는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했다.


요새 코로나19로 인파가 북적이는 곳은 ‘출입 금지’가 돼 버렸다. 다시 청개구리 심보가 마음속에 치고 올라왔다. 발 디딜 틈 없었던 트레비 분수가 불현듯 떠오른 것이다. 그곳에 주머니 넘쳐나게 동전을 가져가 로마시대 때 장군 카이사르처럼 “왔노라. 보았노라. (코로나 19를)이겼노라”를 마구 외치고 싶어졌다. 공교롭게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도 이탈리아도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래야 동전을 던지면 다시 찾는다는 전설의 약속도 지킬 수 있고, 카이사르의 명언도 외칠 수 있고, 본토의 달달한 젤라또도 다시 맛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한때는 싫었지만 지금은 그리운 ‘사람의 냄새’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여권을 꺼낼 수 없는 요즘,

여행지 검색을 거듭하며 다음 목적지를 탐색해봅니다.



무사히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

여러분은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글 = 권오균, 박지우, 홍지연, 김지현, 정미진, 장주영
디자인 = 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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